중국의 물 부족과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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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중국의 물 부족과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봅니다.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중국은 지난 30여년에 걸친 급속한 경제발전의 결과, 물 부족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급증하는 물 수요, 비효율적인 물 사용, 그리고 물의 오염으로, 지난해 중국의 400개가 넘는 도시가 물 부족을 겪었고, 이 가운데 110개 도시의 물 부족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미국의 유수한 연구기관인 '미국외교협회'의 아시아 담당자인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선임연구원이 최근 미국상원 외교위원회 산하 동아시아 태평양 소위원회의 청문회에서 중국의 물 부족이 매우 심각하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는 장면입니다.

이코노미 연구원은 물 부족 문제를 초래한 최대 원흉으로 공업을 꼽았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이 국내총생산 1,000달러를 창출하는데 드는 수자원이 비슷한 수준인 다른 국가의 4~10배 수준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공업으로 인한 수질오염도 심각한 문제라고 이코노미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6억여 명의 중국인이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1억9천만 명은 건강에 위협이 될 정도로 심하게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특히 오염된 강에 가까운 450여개의 마을은 다른 지역보다 주민들의 암 발생률이 높아 '암 마을'로 부를 정도입니다. 그 결과, 중국의 조기사망자는 매년 6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지질조사국이 올 2월 발표한 보고서 내용을 보면, 중국 지하수의 90%가 오염된 데다 수돗물도 바로 마실 경우 질병을 유발할 수 있어 주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 환경부에 따르면 중국주요 상수원의 25%가 수질오염이 매우 심각하며 심지어 공업용수나 농업용수로 활용하기도 어려운 상태입니다.

문제는 중국의 수자원 위기가 주변국들과 외교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러시아의 이르티시 강, 베트남의 메콩 강, 인도로 이어지는 브라마푸트라 강 등의 발원지가 모두 중국에 있어 중국의 수자원 관리가 다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이코노미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이코노미 연구원은 이번 의회 증언에서 북한의 압록강과 두만강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의 접경에 있는 두만강의 경우, 중국과 북한의 각종 산업시설에서 나오는 배출수로 심하게 오염돼 중하류 구간부터는 5급수 수질을 보이고 있다는 게 학계의 정설입니다. 5급수는 오염물질로 인해 생활용수나 농업용수로 쓸 수 없고, 특수한 정수처리를 한 뒤에야 그나마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물입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 역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특히 농업용수의 비중이 높아 평양과 청진 등 도시에서 쓸 물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영국의 기업자문회사인 메이플크로프트가 지난 2011년에 발표한 '물 부족 지수'에서 북한은 전체 평가대상국 186개국 가운데 75위로 중위권이지만, 상대적으로 도시에서 사용할 물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이 회사는 매년 국가별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총량과 필요한 양을 비교해 물 부족 지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메이플크로프트의 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농업용수 비율은 전체 사용량의 55%로 다른 나라보다 높습니다. 메이플크로프트의 토니 스타일 대변인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토니 스타일) 대도시의 물 공급이 부족해 보입니다. 농업(농어)에 사용하는 물의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편입니다.

북한은 부족한 수자원 보호를 위해 물자원법과 하천법, 대동강오염방지법 등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한국에 있는 건국대학교의 박종관 교수에 따르면, 산림 남벌로 발생된 북한 산지의 대규모 토사침식이 두만강 최 하류 지역인 '금삼각주'의 토사 퇴적으로 이어지면서 하천 유로가 변경돼 북한과 러시아의 국경 재실사가 필요할 정도입니다.

한국은 북한이나 중국보다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실제로, 메이플크로프트는 한국을 물 부족 지수 36위로 평가했고, 중국을 56위로 평가했습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닙니다.

OECD 즉, 경제협력개발기구가 펴낸 '2050 환경전망 보고서'를 보면, 한국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한국은 사용할 수 있는 수자원과 비교한 물 수요의 비율이 40%가 넘었기 때문입니다. 비율이 40%를 넘으면 '심각한 물 압박' 국가로 분류하는데, 여기에 속한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습니다.

한국에 이어 벨기에와 스페인이 30% 안팎으로 조사됐고 일본과 미국, 폴란드 등은 10~20%로 '물 압박'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한국 경남도 남해안에서 적조로 말미암은 양식어류 폐사 피해액이 140억 원, 미화로 약 1,200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적조는 바다에 부유하는 생물들이 갑자기 늘어나 바다와 강, 운하, 호수 등이 변색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특히 물이 붉게 물드는 경우를 말합니다. 경남도는 지난달 말 거제시의 연안 가두리 양식장에서 적조 피해가 발생한 이후 5일 오후까지 양식어류 2천여 마리가 폐사해 약 140억 원의 피해가 났다고 밝혔습니다. 통영시 산양 읍의 가두리 양식장에서도 우럭과 쥐치, 참돔 등 약 43만 마리의 양식어류가 폐사해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피해가 확산하자 경남 남해안 일대에서는 381척의 민·관·군 선박이 총동원돼 적조방제용 황토 살포에 나서고 있습니다. 적조 피해는 경북 동해안에서도 퍼지고 있습니다. 양식어민은 육상 수조식 양식장에 유해성 적조생물이 포함된 바닷물을 끌어들여 사용하면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지난 2011년 방사성물질 유출 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서 사고 이후 2년여 간 매일 높은 농도의 오염수 400t이 바다에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이 같은 내용을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에 보고했습니다. 원전에서 고농도 오염수가 유출되기 시작한 시점은 불분명합니다. 도쿄전력 측은 "사고 발생 직후 유출이 시작됐다고 가정할 때 방사성물질인 삼중수소 누출 량은 2년여간 20조~40조베크렐(Bq)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삼중수소는 방사선의 악영향이 다른 방사성 물질에 비해 적지만 체내에 흡수되거나 축적되면 크게 위험할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차수벽이 설치돼 있으나 원전 사고 이후 오염수 유출을 막는 데는 역부족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