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116] 지난 동일본 지진해일의 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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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미국으로 이동한 일본 쓰레기 처리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앵커: 북미 지역의 태평양 연안 지방자치 단체들이 지난해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지진해일로 떠밀러 온 쓰레기를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죠?

장명화 기자: 네. 알래스카, 워싱턴, 오리건, 캘리포니아, 하와이 등이 부표와 플라스틱 통을 포함해 계속 밀려오는 거대한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말 일본의 굴 양식장에서 떠내려 온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부표 6개가 알래스카 해안에서 발견됐습니다. 지진해일의 잔해는 뿌리째 뽑힌 나무와 냉장고, 어선 등으로 매우 다양합니다. 하와이대학교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진해일 잔해들은 일본 동해안부터 하와이 북부 1600km 해역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될 예정입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지난해 지진해일로 뜯겨 나간 일본의 부두 구조물이 태평양 건너 미국 오리건 주 해안에 6월 초에 도착한 것입니다. 다행히 길이 20m의 이 부두는 검사 결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나온 방사선에 오염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학자들은 일본의 부두에 실려 온 외래종 생물들이 이 지역 생태계를 오염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양윤정: 일본의 도호쿠 지방을 휩쓴 지진해일로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나왔습니까?

장명화: 일본 정부와 미국 항공우주국은 약 500만 톤의 파편이 쓸려 나갔으며 이 가운데 약 70%는 바다 밑에 가라앉고 오리건 주에 도착한 부두 같은 나머지 파편들은 바다 위에서 떠돌고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환경성은 북미 지역의 태평양 연안에 표착한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쓰레기를 약 4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오는 겨울에는 일본 쓰레기의 대량 도착이 예상되고 있어, 각 주 공원 과에서는 더 많은 쓰레기와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상황입니다.

양윤정: 해양쓰레기 처리는 육상 처리비용보다 2~3배가 높아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현재 미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경기침체로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지 모르겠습니다.

장명화: 아닌 게 아니라, 일종의 해결책으로 미국 태평양 연안에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쓰레기 처리를 위한 비용을 일본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양윤정: 아, 그러면 현재 외국에서 표착한 바다 쓰레기의 처리에 대한 명확한 국제적 규범이 있나보죠?

장명화: 아닙니다.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동북아시아 지역 내에서도 해양 쓰레기는 골칫거립니다. 중국 쓰레기는 한국으로, 한국 쓰레기는 다시 일본으로 해류에 실려 떠내려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본에서는 한국에 해양 쓰레기 처리 비용을 받아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한반도로 많은 쓰레기가 떠내려 오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비용을 내야 한국도 일본에 지불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이 같은 한국의 주장이 타당성을 가지려면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한데요, 이를 위해 한국 정부에서는 인천 강화를 비롯한 20곳에서 해양 쓰레기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1개 지점당 2000㎡의 면적을 정해 놓고, 두 달에 한 번씩 쓰레기를 모두 수거해 종류와 양을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한 정부관계자는 유엔환경계획 산하 북서태평양보전실천계획 회원국끼리 쓰레기 발생 정보를 교환하고, 앞으로는 해결 방안도 논의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양윤정: 그렇다면, 현재로선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처리해야 하는데, 현지에서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까?

장명화: 네. 현재 오리건 주를 포함한 미국 주 정부들은 일단 쓰레기 처리 비용을 일본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체 환경예산에 일본으로부터 건너온 쓰레기 처리비용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리건 주의 경우 165톤에 달하는 일본 어촌의 부두가 해변에서 발견되는 등 일본의 지진해일 쓰레기로 난리입니다. 미국 해양대기관리처는 지난 4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쓰레기 피해지역을 순회하면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1번의 공청회를 개최했습니다. 공청회에는 400여명이 참석해 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미국 서해안의 워싱턴 주, 오리건 주, 캘리포니아 주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진해일 잔해 처리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방사능에 대비해 잔해를 발견하는 즉시 당국에 신고할 것과 잔해 처리를 위한 자원봉사 조직 등의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여러모로 비용이 많이 드는 일들이죠.

양윤정: 일본 측은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장명화: 일본 외무성은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해 양국에 잔해 처리비용 일부를 부담할 수 있도록 2012년도 추경예산안을 요구할 방침을 정했습니다. 특히 올 가을 이후 대량으로 미국과 캐나다 서해안에 표착될 것으로 예상돼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외국의 표착물 처리에 협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재해지에서 미군이 행한 지원 등에 대한 "보은"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추경예산안 요구액은 필요 예산의 전체 규모가 결정된 후 검토할 예정입니다. 그렇지만 추경예산은 경기대책이 주된 사항이므로 2013년도 예산 이후로 미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일본 환경성은 비정부기구를 통해 미국 태평양 연안의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쓰레기 처리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양윤정: 이번 일을 보면서, 우리가 이제는 국경이 무의미한 지구촌에 살고 있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장명화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아마존 삼림지역의 식물 생태 현황을 알려주는 '아마존 삼림지도'가 제작됩니다. 브라질의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에 따르면 브라질 환경부는 지난 7년간 진행해온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아마존 삼림지도'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환경부는 '아마존 삼림지도' 제작을 위해 브라질 국영 경제사회개발은행이 운영하는 '아마존 기금'으로부터 6천500만 헤알, 미국 돈으로 약 3천2백만 달러의 재원을 지원받게 됩니다. '아마존 기금'은 2008년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의 주도로 창설됐으며, 아마존 삼림파괴 억제와 복구 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금은 국제사회의 자발적인 기부를 바탕으로 조성되고 있으며, 노르웨이 정부와 독일 개발은행,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삼림은 740만㎢에 달하며, 전 세계 열대우림의 절반 정도를 차지합니다.

-- 머지않아 의류에도 식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성분 표시 꼬리표가 일반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적인 의류업체들이 제품이 얼마나 환경친화적인지를 점수로 매긴 친환경지수를 만들고 제품 도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의류업체들이 만든 단체인 '지속가능한 의류연합'은 최근 의류의 환경보전성 정도를 나타내는 힉스지수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힉스지수는 의류 제품의 소재 생산에서 가공, 포장, 유통, 소비 후 폐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한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지수를 만든 '지속가능한 의류연합'에 듀폰, 나이키, 갭, 리바이스 등 섬유ㆍ의류업체뿐만 아니라 월마트 같은 유통업체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 힉스지수 활용 업체들이 세계 의류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분의 1에 달합니다. 이에 따라 힉스지수가 세계 의류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