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중국의 보하이만 유전사고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중국 최대 해상유전인 보하이만, 즉 발해만에서 유출사고가 일어난지 두 달이 지났음에도 원유가 여전히 유출되고 있다죠?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중국의 유명한 인터넷 사이트인 시나닷컴은 최근 국가해양국 관계자 말을 인용해 첫 유출사고가 일어난 '펑라이 19-3' 지점에서 추가적으로 원유 유출지점이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새로 발견된 원유유출 지점은 원래 원유 유출지점에서 약 11미터 떨어졌습니다. 원유를 개발 중인 미국계 회사인 코노코필립스 역시 이를 시인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코노코필립스는 국가해양국에서 사고 원유 현장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당시 시추대 주변에서 원유가 유출되고 있는 것에 대해 "사고가 난 원유유출 지점에서 원유가 소량으로 새어나왔다"고 주장해왔고, 추가적인 원유유출에 대해서는 부인했었습니다. 하지만 코노코필립스는 최근에야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으며, 이를 국가해양국 측에 보고했습니다.
양: 보하이만 유전에서 유출사고가 발생한 시점은 정확히 6월 4일인데요, 사고와 규모와 주변 환경에 미칠 막대한 영향을 감안했을 때 사고 유출이 발생한 이후 중국 당국과 언론은 거의 침묵에 가까운 모습으로 일관해 오지 않았습니까?
장: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왜냐면, 유출된 원유가 중국의 해안에 와 닿고, 시간이 흐르면서 어민들이나 양식업자들의 민심이 크게 자극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허베이성의 어민들은 유출 사고를 일으킨 코노코필립스를 대상으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로 했습니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하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5일 코노코필립스의 보하이만 유전 사고 수습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신문은 환경오염을 일으킨 석유개발사에 부과되는 벌금이 너무 낮기 때문에 코노코필립스가 공공의 이익을 경시하면서 유전 사고 수습에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까지 지적했습니다.
양: 인민일보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정책이나 사상을 선전하는 기관지로서의 성격이 강한 신문인데, 그렇다면 중국 정부의 반응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있겠군요?
장: 네. 아닌 게 아니라 중국 정부가 유출 사고를 일으킨 회사에 100억 원대 이상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일간지 경제관찰보는 복수의 국가해양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당국이 책임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 국가해양국 관리는 "연안 양식업 피해와 해수욕장 영업 피해, 환경오염 등을 고려해 국가해양국이 곧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펑라이 19-3 유전은 중국 국영 중국해양석유총공사와 미국 코노코필립스의 자회사인 코노코필립스중국이 공동 소유하고 있는데요, 실제 운영은 코노코필립스석유 측이 맡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중국해양석유총공사와 코노코필립스중국과 손해배상 문제로 접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정 공방도 불사한다는 방침입니다.
양: 한국은 보하이만 인근에서 생산된 수산물을 대거 수입하는데요, 한국 정부는 어떤 대응조치를 취하고 있습니까?
장: 한국 농림수산식품부는 중국 국가품질감독총국에 랴오닝과 허베이, 산둥 성 등 3개 성에 있는 수출 양식장의 기름 유출 피해 현황과 수산물 안전 조치에 대한 자료를 공식 요청했는데요, 중국 측은 얼마 전 "한국에 수출되는 수산물은 보하이만 원유 유출사고와는 관계가 없다"는 조사 결과를 통보했습니다. 총국은 "한국에 수출되는 수산물 양식장들이 유전 원유 유출 오염지역에서 50해리 이상 떨어져 있어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이번 원유 유출 사고로 허베이 성 러팅현 랑워커우에 있는 양식장들의 가리비가 집단 폐사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는 한국에 수출되는 물량이 아니라면서 안심하라"고 밝혔습니다. 또 "발해만과 접한 허베이, 산둥, 랴오닝성 정부에 이번 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관리조치를 지시하는 한편 한국 수출용 수산물에 대해서는 벤조피렌을 이용한 정밀검사를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 펑라이 19-3 유전 기름 유출 사고를 포함해 2009년 이후 보하이만에서 발생한 사고만 4건이나 되는데요, 중국 측은 철저한 비밀주의로 일관해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계속된 사고 은폐가 안전의식을 마비시켜 더 큰 사고를 부를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웃해 있는 북한이나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장: 네. 한반도의 경우, 중국의 4대 해상유전 지대 중 보하이만과 황해 등 2곳이 바로 인접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의 대규모 석유누출사고는 곧바로 서해가 오염되어버리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 외교가 관계자는 "지난해 멕시코만 해상 유전 기름 유출 사건에서 보듯 해상 유전은 사고가 나면 대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웃 나라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사고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남극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의 영향으로 뉴질랜드 남섬과 북섬 일부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린 데 이어 이번 주에는 그보다 훨씬 북쪽에 있는 오클랜드에도 눈발이 흩날리는 등 뉴질랜드가 눈 세례를 받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언론들은 오클랜드 도심지역에 눈이 내린 것은 8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남극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오클랜드 상공에 자리 잡으면서 눈이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클랜드 도심뿐 아니라 광역 오클랜드 지역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지난 1976년 이후 처음으로 눈이 내린 셈이 됩니다. 뉴질랜드 인터넷 기상 사이트인 '웨더워치'도 오클랜드 시내 중심가에 눈발이 흩날렸다면서 이는 지난 193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확인했습니다. 언론들은 시내 중심가를 비롯해 오클랜드의 여러 지역에 진눈깨비, 우박, 비 등이 섞여 내리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진짜 눈이 내린 것인지 아닌지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이에 따라 전문가들이 나서서 눈이 내린 것으로 판정을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언론들은 특히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시민들이 논쟁을 벌이자 뉴질랜드 수자원 대기 연구소가 나서서 오클랜드에도 눈이 내린 것으로 확인해주었다면서 1976년 이후 처음으로 오클랜드 지역에 눈이 내렸지만 땅에 쌓이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 유럽의 다국적 석유회사인 로열 더치 셸이 북해 유전에서 원유가 유출된 사실을 인정하고 대응조치를 하고 있다고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습니다. 셸의 대변인은 "북해의 가넷 알파 플랫폼을 연결하는 송유관에서 석유가 일부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 해역에서 일부 광택이 나는 기름띠가 발견된 이후 해저에 원격조종 차량을 배치해 조처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로열 더치 셸은 석유 유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된 가넷 유전은 셸이 미국 엑손사와 공동소유한 곳으로 운영은 셸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석유가격 정보제공회사 아르구스 미디어에 따르면 가넷 유전에서는 지난 1~4월 1만3천500배럴의 원유가 생산됐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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