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공개된 전 세계 바다 건강 지수를 들여다봅니다.
(피터 스테빅) 얼마 전 스코틀랜드 벽촌에서 아주 깊숙하게 들어간 해변을 거닐었습니다. 이런 해변이 있었나 싶은 곳이었는데, 제가 거기서 발견한 것은 30센티가 훌쩍 넘는 높이의 플라스틱 쓰레기더미였습니다. 조사해보니,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나온 쓰레기가 아니었습니다. 이건 지역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바다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영국 뉴잉글랜드 수족관의 피터 스테빅 박사가 '바다 건강 지수' 연구에 관여하게 된 동기를 설명하는 모습입니다. '바다 건강 지수'는 생물다양성과 깨끗한 물, 인류에 식량을 공급하고 해안지역 주민의 생계를 유지시켜 줄 능력 등 10개 항목의 목표치를 적용해 평가한 수치입니다.
피터 스테빅 박사를 포함한 세계 각국 30명의 과학자들은 171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상태를 분석해 그 연구 결과를 과학전문지인 네이처에 최근 발표했는데요, 전 세계의 바다 건강은 100점 만점에 60점으로 나타났습니다. 과학자들이 세계 바다의 상태를 체계적으로 평가한 것은 처음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바다 건강지수는 비관적인 전망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세계 171개국 가운데 3분의 1가량의 지수가 50점 이하이며, 70점 이상을 받은 나라는 5%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곳은 하와이 남쪽 적도 부근의 미국령 자비스섬으로 86점을 받았고,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곳은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으로 36점입니다.
주요국 가운데는 독일이 73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캐나다, 네덜란드 70점, 러시아 67점, 프랑스 66점, 노르웨이 65점, 미국 63점 순이었습니다. 일본은 69점으로 11위입니다. 일본에서 소규모 어업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가능성과 대기 가운데 이산화탄소의 흡수로 이어지는 해안의 식물 보전 등의 점수가 높았으나, 관광이나 여가 활용은 불충분하다고 평가됐습니다.
전반적으로 선진국들은 해양생태계 보존, 남획 금지 등을 위한 조치를 실행하고 있어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후진국들은 무분별한 남획과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 등의 이유로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연구진은 인간의 필요에 따른 바다 이용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두 가지 측면에서 평가를 진행했는데요, 연구진이 평가한 10가지 항목은 수산식품의 생산량과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식량자원, 재래식 어업 활성화 정도, 식품을 제외한 천연자원, 탄소 축적량, 해안 보존 정도, 해안지역 주민들의 경제상황, 바다 관광과 여가활동 활성화 정도, 상징적인 생물종과 장소의 보존 정도, 수질, 생물다양성 등입니다.
이번 국제적 연구를 총괄했던 미국 산타바바라 캘리포니아대학(UCSB) 산하 해양평가계획센터의 벨 할펀 박사의 말입니다.
(벤 할펀) 바다 건강 지수에서 주요 고려사항 가운데 하나가 '깨끗한 물'입니다. 석유 유출이나 하수, 부유 폐기물이 있느냐 없느냐, 때죽음당한 생물의 여부, 산소 고갈 상태에서 비롯된 화학물질이 어느 정도 있는지, 조류, 병원균 등이 없는지를 봤습니다. 오염되지 않은 바다는 사람들이 해변에서 휴식하는 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물고기를 비롯한 해양 동물의 삶에 대단히 중요합니다.
한국의 바다 건강지수는 50점으로, 감비아, 베트남, 이라크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바다 건강지수를 '아주 좋음'부터 '아주 나쁨'까지 6단계로 나눠 평가할 때, 5단계인 나쁨에 속하는 수치입니다. 특히 한국은 탄소 축적량과 해안 보존 정도에서 0점, 바다 관광과 여가활동 활성화 정도에서 4점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수질은 68점, 생물다양성은 58점, 천연자원은 76점으로 평가됐습니다. 북한은 48점, 중국은 53점을 받았습니다.
연구진은 바다 건강지수 발표가 앞으로 세계 각국이 환경보호와 경제발전을 양립하기 위한 정책을 설정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자신들이 개발한 바다 건강 지수가 현재 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기준점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60점이라는 점수는 우리가 바다를 최상의 방식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으며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강력한 뜻"이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 참여한 스티브 카토나 박사는 "각국의 바다가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스티브 카토나) 결론은 바다 건강지수를 통해 앞으로 각국이 해양 관리를 어떻게 진전시키냐는 겁니다. 쓰레기,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류의 건강이 증진되고, 해양 동물의 환경이 개선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한반도 서남해안의 드넓은 갯벌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추진이 본격화됩니다. 전남도는 국제적으로 보전가치가 큰 서남해안 갯벌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추진을 위한 3차 토론회를 최근 열었습니다. 4.5차 토론회는 9월∼12월께 열릴 예정이며 이후 등재추진위원회 구성과 함께 신청서를 작성해, 올 연말 안에 유네스코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전남도는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국제적 홍보와 전남의 관광문화 이미지 제고에 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 국제 토론회를 2009년부터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서남해안 갯벌'은 2010년 잠정목록에 올랐고 지난해 문화재청에서도 세계유산 우선 추진 대상으로 선정해 등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전남에는 현재 화순 고인돌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유일하게 등재돼 있습니다. 서남해안 갯벌은 전남 무안, 보성, 순천, 전북 고창, 부안 등 만입형 갯벌과 신안 다도해 지역의 섬 갯벌로 구성되는 대표적인 갯벌입니다.
-- 전남도가 도내 공중화장실에 빗물을 이용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전남도에 따르면 공원과 관광지, 체육시설 등에 설치된 공중화장실 1천여 곳 가운데 우선 400곳에 빗물 집수정 등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빗물 이용시설은 빗물을 모으는 집수시설, 이물질을 제거하는 처리시설, 펌프, 송배수관 등으로 구성됩니다. 저장 규모는 3∼10t가량입니다. 40억 원, 미화로 약 352만 달러의 사업비를 들여 내년 초부터 공사에 들어가 2014년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수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의미와 함께 수도요금 절감, 가뭄대비 등에도 효과가 기대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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