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불법조업, 남북공동어로수역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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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중국의 서해 불법조업 실태를 들여다봅니다.

(성도경) 어획고가 작년에 비해 한 60%도 못했어요. 그런 거 보면 속 뒤집히죠. 우리는 금어기라 조업을 못하는 상태고…

연평도의 성도경 어민회장이 요즘 금어기인데도 중국 어선들이 불법으로 싹쓸이를 하자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을 한국의 MBC 방송에 털어놓는 장면입니다. 금어기는 알에서 갓 깬 어린 물고기나 산란어를 보호하기 위해 어업 활동을 금지하는 기간을 말합니다.

한국은 7월부터, 중국은 이보다 앞선 6월부터 금어기에 들어갔습니다. 당연히 어선이 보이면 안 됩니다. 하지만 중국 측은 여전히 하루 평균 60~70척을 내보내 불법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서해가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으로 무법천지로 변해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안병옥 소장도 같은 우려를 보입니다. 안 소장은 서울대학교에서 해양학으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고, 독일 에센-뒤스부르크대학 생태연구소에서 관련 연구를 한 전문가입니다.

(안병옥) 심각한 편입니다. 서해 5도 근처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어선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월평균 약 3,300척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년 뒤인 2015년에는 4,060척 정도로 늘었습니다.

북한이 조업권을 중국에 팔아넘긴 것도 중국의 서해 불법조업이 급증한 요인입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7월 초 "북한이 달러 확보를 위해 최근 서해안의 어업 조업권을 중국에 판매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업권 판매 규모는 지난해의 약 3배에 이르는 1,500여척에 달합니다. 이제는 중국 어선들이 한강하구 NLL, 즉 북방한계선에 떼를 지어 넘어오는 판입니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숫자도 문제지만, 보다 큰 문제는 중국 어선들이 서해의 어족자원 씨를 말린다는 것입니다. 한국 어선은 다 자란 물고기만 걸리도록 그물코 간격이 6.5센티미터 이상 되는 어망을 쓰지만, 중국어선은 간격이 1cm도 안 되는 촘촘한 어망을 쓰고 있습니다. 안병옥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꽃게의 경우 씨가 말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중국 어선들은 저인망식 조업을 합니다. 즉 촘촘한 그물을 바다 깊숙이 내려서 어린 물고기인 '치어'까지 싹쓸이하는 약탈적인 조업을 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그러다보니 서해 5도의 꽃게 어획량이 계속 줄고 있습니다. 2014년에 1450톤 정도 잡히던 꽃게가 작년에는 1,160톤으로 줄었습니다. 연평도의 경우, 올해 상반기 꽃게 위탁판매량이 작년에 비해 무려 63%나 감소했습니다.

이런 조업으로 한반도 서해의 생물 서식지는 초토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한국이 지난 1994년부터 14년간 어선 1만6600척을 감척해 어족자원을 보호하고, 막대한 감척 보상금을 지급하면서 서해를 황금어장으로 만든 노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공산이 큽니다.

중국 농업부에 따르면, 중국 영해를 포함한 바다 생태계가 견딜 수 있는 어획량은 연간 800만~900만t 수준입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어민들의 어획량은 연간 1300만 톤 수준으로 남획이 심각합니다.

그러나 중국어선의 서해 불법조업의 가장 큰 문제는 환경오염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안병옥 소장은 중국 어선들의 충돌사고, 노후화, 그리고 폐기물 무단 방류를 환경오염의 주된 원인으로 꼽습니다.

(안병옥) 고의성이 없는 사고로 기름 유출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선박이 대부분 노후화됐는데요, 이 때문에 기름 탱크가 갈라져 기름 유출이 돼는 일이 2012년에도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했습니다. 인천 내항에서 화물선의 기름 유출이 발생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고의성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야간에 불법으로 폐기물이나 폐기름을 유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폐기름을 고의로 유출한 사례가 심각한데요, 주로 한국 해양경찰이 운영하는 항공감시를 통해서 적발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인천 연평도에서 채취한 어패류와 해조류에서 기름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태원 연평면 어촌계장은 최근 한국의 매일방송에 중국어선이 엔진오일을 비롯한 폐기름을 버린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어촌계는 연평도 근해에서 낚시하는 주민들로부터 "북측으로부터 떠내려 오는 기름띠를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지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한국 어민들만 서해의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것은 아닙니다. 안병옥 소장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어선들이 기름 찌꺼기를 서해에 버리면서 환경오염이 심해져 북한 어민들의 불만을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안병옥) 북한에서도 중국어선들 때문에 어획량이 줄고, 기름 유출과 같은 환경오염이 있어서 주민들의 불만이 높습니다.

이런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은 얼마 전 제9차 어업문제협력회의를 열었습니다. 회의 진행상황을 면밀히 지켜본 안 소장의 평가입니다.

(안병옥) 지난 7월 5일 광주에서 열렸는데요, 남측 대표단은 중국 당국에 실효적이고 가시적인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중국 측은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불법조업 단속에 대해서 중국 정부의 결심이 확고하고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 또 어민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이번 회의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단 중국 어선의 저인망식 조업을 막기 위해 서해 북방한계선 주변 해역에 80여개의 인공어초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인공어초는 콘크리트 구조물, 폐선, 폐타이어 등을 바다 속에 투하함으로써 어류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구조물을 말합니다. 하지만 인공어초 설치만으로 광활한 바다에서 저지르는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남북공동 어로수역'의 설치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남북공동 어로수역은 서해5도 북방한계선 해역 중 연평도에서 대청군도에 이르는 해역을 남북공동 어로수역으로 설정해 남북 어민이 공동으로 조업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안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중국 어선들이 최근 남북관계가 불안정해진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는 게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서해 북방한계선 수역이라든지 한강 하구 중립수역에서 북측 해역으로 넘어가기만 하면 남측 해양경찰이 손을 쓸 수 없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장기적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북방한계선 인근 해역에서 남과 북이 어로작업을 함께 하는 공동 어로수역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남북이 공동 조업을 하게 되면 남북이 중국어선에 대해 합동으로 단속하는 일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