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과일 재배지의 지도

제주 서귀포시 대정지역 농업인이 수확 직전의 망고 열매를 관리하는 모습.
제주 서귀포시 대정지역 농업인이 수확 직전의 망고 열매를 관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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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온난화 현상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는 한반도 과일 재배지의 지도를 들여다봅니다.

지구 온난화로 한국의 기온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아열대 과일의 재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 표면의 평균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국의 대표 '6대 과일'은 보통 감귤, 사과, 포도, 단감, 배, 복숭아를 꼽는데요, 최근 들어 이 같은 전통적인 과일 시장의 틈새를 노리는 게 망고와 용과 등 아열대 과일입니다. 아열대 과일 재배는 이미 일부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바뀐 제주도에서 가장 활발합니다. 제주에서는 2001년부터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노란색 '망고'와 선인장 열매인 '용과' 재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10년이 훌쩍 지난 현재 재배면적을 보면 망고가 42농가 22.6㏊, 용과는 15농가 4.6㏊에 이릅니다. 비교적 오랜 전문적 지식과 지리적 특성을 토대로 이들 작목의 재배기술은 어느 정도 정립돼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작년까지는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망고는 올해 처음으로 남해지방에서도 재배돼 열매를 맺었습니다. kg당 10만원, 미화로 약 90달러의 최고급 과일로, 전량 예약 판매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3년 뒤에는 수확량이 3배가량 증가할 전망입니다. 망고를 재배하는 위덕숙 씨가 한국의 TV 조선에 나와 전한 말입니다.

(위덕숙) 육지에서 될까 반신반의했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2년 만에 이런 결과가 나와서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남해지방에서는 브라질이 원산지인 넝쿨성 작물 '패션 프루트'도 4년 전부터 시험 재배되고 있습니다. 달걀 정도의 작은 크기지만, 다른 열대 과일보다 추위와 해충에 강합니다. 패션프루트를 재배하는 농민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농민) 자라는 속도도 다른 과수에 비해 빠른 편이고 한국 기후하고도 잘 맞는 편이어서...

이렇게 아열대 과일이 효자노릇을 하자 최근에는 초록색 아보카도, 노란색 파파야 등이 시험 재배되고 있습니다. 경상남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등지에서도 용과, 망고, 파파야 등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강원도 강릉에서는 녹색 과일 '구아바'의 시험재배에 성공하는 등 아열대 과일의 한계선은 점차 북상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중부 전선의 최전방인 양구에서는 아열대 작물인 멜론이 출하된 지 2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양구 사명산 자락에 있는 사명산멜론 작목회의 김석만 회장이 한국의 연합뉴스에 밝힌 말입니다.

(김석만) 멜론이라는 것은 열대성 과일인데, 여기까지 더운 기온이 올라오다 보니까 양구에서도 재배를 많이 합니다. 특히 양구 멜론은 맛과 향이 타 지역보다 월등히 뛰어납니다.

한국인이 즐기는 과일 재배지의 지도가 이처럼 급속하게 바뀌고 있는 것은 한반도 기후변화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의 온도가 조금씩 높아지면서 한반도의 기후도 달라지고 있는데요,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 기온은 0.7도 상승했지만 한반도는 1.7도가 오르는 등 한국의 평균기온 변화는 전 세계의 변동 폭보다 큽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앞으로 20~30년은 지금까지 올라갔던 속도보다 훨씬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오는 2020년이면 한국 전체 경지면적의 17%가 아열대 기후에 속하게 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는 지구온난화에 발맞춰 아열대 작물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산하 온난화대응농업연구센터는 미래 농업에 대비하기 위해 온난화에 따른 품종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한 품종을 육종하는 데는 적어도 15∼20년이 걸리는데 온난화로 농산물 '재배적지'가 변하는 상황에서 품종, 파종시기, 농사방법 등의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김천환 씨의 말입니다.

(김천환) 지구온난화로 현재 재배되는 채소나 과일은 고품질 생산이 점차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응해서 새로운 채소나 과일을 도입함으로써...

한편, 북한에서는 사과가 전체 과일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과는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하고 비교적 서늘한 온대성 기후를 좋아하는데, 북한의 기후와 풍토조건이 사과나무를 재배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한에서 사과를 많이 생산하는 지방은 황해남도, 함경남도, 황해북도, 평안남도, 강원도 등지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한국에서 종적을 감춘 황새 텃새가 한국의 한 대학 연구소 주도 아래 활발히 복원되고 있습니다. 황새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이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한 조류로 전 세계에 2500여만 마리만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1960년대 초 산업화 이전까지 농촌에서 황새 텃새를 흔히 볼 수 있었으나 농약 과다 사용에 따른 먹잇감 감소의 영향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1971년 이후에는 철새가 아닌 텃새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시룡 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는 1996년 충북 청원군에 '황새생태연구원'을 설립해, 러시아와 독일에서 도입한 황새 3마리를 가지고 본격적인 황새 텃새 복원사업에 나섰습니다. 이후 황새를 외국에서 추가 도입한데 이어 자체 번식과 인공사육 기술로 텃새 수를 어미 129마리, 새끼 22마리 등 모두 151마리로 늘리는 데 성공해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박 교수는 "10년 안에 황새 텃새 수를 100마리까지 늘리고 중장기적으로 한국에 황새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또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북한 황해남도 연백평야를 중심으로 복원사업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문제가 통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원전 전용 항만에서 채취한 바닷물의 방사성 물질 농도가 일주일 사이에 8∼18배로 높아졌습니다. 일본의 일간지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약 500m 떨어진 항만 입구에서 최근 채취한 바닷물의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했더니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농도가 리터당 68베크렐로 나타났습니다. 베크렐은 방사능 활동의 양을 나타내는 국제 표준 단위로, 1초에 방사성 붕괴가 1번 일어날 때 1베크렐입니다. 항만 내 다른 4곳의 삼중수소 농도도 52∼67베크렐에 달했습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정한 허용 한도 치를 넘어선 것은 아니지만 이달 중순 측정된 수치의 8∼18배에 달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