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유엔의 북한 작황조사 현황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가을이 깊어지면서 여러 곡물도 여물고 있는데요, 올해 곡물 수확기에는 유엔의 북한 내 연례 작황 조사가 진행됩니까?
장명화: 아닙니다. 유엔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곡물수확기에 진행하던 방북 작황조사가 올해 무산됐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과 유엔식량농업기구는 매년 각각 4명씩 모두 8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을 북한으로 보내 가을 수확기인 10월에 보름 동안 협동농장과 장마당, 주민들의 집을 방문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작황조사를 해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 산하 구호기구인 세계식량계획의 다미안 킨 아시아지역 대변인은 보통 방북 작황조사는 북한 당국이 유엔을 통해 요청을 해야 이뤄지는데, 올해 북한의 요청이 없어 조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윤정: 유엔의 방북 작황조사는 언제부터 시작됐습니까?
장명화: 유엔 내 세계식량계획과 식량농업기구는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했던 지난 1995년부터 매년 북한에 공동조사단을 보내 작황과 식량공급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유엔 조사단은 지난 2000년에도 그해 작황과 2000-2001 양곡연도 식량수급 전망이 담긴 특별보고서를 발표해 국제사회에 북한 식량난의 심각성을 경각시키기도 했습니다.
양윤정: 유엔의 방북 작황조사가 무산된 것은 올해가 처음입니까?
장명화: 아닙니다. 유엔의 작황조사는 2000년대 들어 네 차례 중단됐습니다. 그러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3년 연속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북한 당국의 요청이 없어 4년 만에 무산됐습니다.
양윤정: 그렇다면 북한 당국이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작황조사를 요청하지 않고 있는 셈인데요, 그 이유가 뭘까요?
장명화: 북한의 작황조사 거부는 최근 줄어든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에 대한 북한의 불만 표출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한국 민간연구소인 GSnJ 인스티튜트 권태진 북한동북아연구원이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권태진) 국제기구들이 북한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거나 부진한 것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보입니다.
양윤정: 국제사회, 특히 유엔의 대북 지원 현황은 어떤데요?
장명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올해 봄에 발표한 '아시아태평양지역 인도주의 보고서'에서 올해 유엔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 예산으로 1억11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자금은 북한에서 활동하는 세계식량계획, 유엔아동기금, 세계보건기구, 식량농업기구, 유엔 인구기금 등 유엔의 5개 기구를 통해 집행됩니다. 유엔의 대북 사업 예산은 5년째 줄고 있습니다. 예컨대, 세계식량계획의 경우, 모금 부진을 이유로 작년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2년간 대북지원사업 예산을 2억 달러에서 1억 3750만 달러로 30%가량 축소했습니다. 또 세계식량계획이 지난 8월 북한의 취약계층에 지원한 2075톤의 영양 강화식품은 전달보다 14% 늘어난 규모지만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0%가량 감소한 규모입니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계획대로 지원 활동을 펼치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기부가 중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렇지만 국제사회의 기부는 해마다 줄어 대북 사업도 위축되는 실정입니다.
양윤정: 이렇게 국제사회의 지원이 줄어드는 이유는 뭡니까?
장명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북한 정권의 핵무기 개발에 따른 거부감을 꼽고 있습니다. 주민을 먹여 살릴 돈을 핵무기 개발에 낭비하는 나라에 누가 지원을 하겠냐는 겁니다. 식량과 각종 물자가 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의구심도 이유입니다. 여기에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정세가 불안한 시리아나 기타 중동 지역에 집중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양윤정: 어쨌든 국제사회의 지원이 줄어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북한 주민들이 입게 되는데요, 이들은 제대로 식량배급을 받고 있습니까?
장명화: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합니다. 식량농업기구가 최근 미국 언론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7월 중순부터 주민들에게 유엔 권장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하루 250g의 식량을 배급하고 있습니다. 식량농업기구는 "이 같은 배급량은 북한 당국이 목표로 하는 573g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유엔의 1인당 하루 최소 권장량 600g의 41% 수준에 불과한 규모"라며 "지난 3년간 북한의 8, 9월 평균 배급량인 317g 보다도 21% 감소했다"고 전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은 올해 100년 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한 적이 있는데, 혹시 이런 이상기후가 이런 배급량 감축의 주요 원인입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식량농업기구는 가뭄으로 이모작 수확량이 크게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올해 밀과 보리 수확량은 전년에 비해 32% 감소한 약 3만6천 톤에 그쳤습니다. 감자 수확량도 약 23만 2900톤으로 지난해에 비해 20% 가량 줄었습니다. 물론 이모작 농사는 전체 곡물 수확량의 8% 정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5월부터 가을 수확 전까지 주민들의 중요한 식량 공급원입니다. 게다가 올해 가뭄에 이어 홍수로 식량 사정이 지난해에 비해 더욱 안 좋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태풍 고니의 영향으로 지난달 말 특별경제구역인 나선 시에 폭우가 내려 40여명이 사망하고 가옥 1천 여 채 이상이 파손됐으며 1만1천 명 이상의 수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양윤정: 북한 당국이 홍수 피해에 대한 지원 요청은 했습니까?
장명화: 네. 국제적십자사와 세계식량계획 등 국제기구와 민간단체들이 북한 홍수 피해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당장 국제적십자사는 홍수 피해를 입은 나선시 수재민을 위해 긴급 자금 26만 스위스 프랑, 미화로 약 27만 달러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국제적십자사는 앞서 황해남도와 함경남북도 지역 수재민을 위해 '재난구호 긴급기금'으로 미화 21만 달러를 긴급 투입한 바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경우, 1만여 명이 3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의 '보건의료세트'와 물탱크 4개를 지원했습니다. 유엔아동기금은 '긴급 어린이 지원 세트'를 제공했습니다. 독일의 민간구호단체 캅 아나무르는 독일 베를린 주재 북한대사관의 요청을 받고 홍수 피해 지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영국 비정부기구인 쉘터박스도 지난 5월에 이어 또다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양윤정: 북한 당국은 가뭄이나 홍수가 발생할 때마다 국제사회에 손을 빌려 지원을 받고 있는데요, 북한 주민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장명화: 탈북자들은 북한 주민들이 잘 모른다고들 말합니다. 한국에 있는 민간단체 북한민주화위원회의 서재평 사무국장은 최근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에 "지원을 해줘도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게 별로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전염병이 발생하면 발생한 장소에 국제사회가 의약품을 지원해줬는데도 어떻게 된 건지 의약품이 장마당을 통해 팔린다고 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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