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녹색소비 수준을 들여다봅니다.
지금 세계 각처에서는 '녹색'을 염두에 둔 향후 전략을 짜기에 바쁩니다. 한국 정부도 녹색정책으로 국가 차원의 녹색성장을 계획하고, 기업은 앞 다투어 녹색산업을 선점하려고 난리입니다. 여기서 '녹색성장'이란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해 기후변화와 환경훼손을 줄이고 청정에너지와 녹색기술의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성장을 말합니다.
이에 따라, 요즘에는 특히 환경에 부담을 적게 주는 소위 '환경친화적인' 소비를 뜻하는 '녹색소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아무리 애를 써도 소비자들이 맞장구를 쳐 주지 않으면 녹색성장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정부와 많은 환경단체가 녹색소비를 적극적으로 권장한 것도 다 이런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색 소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 본부를 둔 민간단체인 '한국소비자연맹'이 최근 서울의 만 20세 이상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강정화 사무총장이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강정화
: 녹색소비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다는 소비자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소비자가 58% 정도 되고,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소비자는 20%, 번면 전혀 모른다는 소비자도 25%나 됩니다. 결국 4명 중에 한명은 잘 모른다는 응답인 셈입니다. 그러니까 한국 소비자 가운데 녹색소비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결론이 나는 거죠.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소비자들의 녹색 소비습관이 확산되어 왔습니다. 물론 한국도 얼마 전부터 웰빙, 즉 ‘건강한 인생을 살자’는 바람이 불면서 가격이 조금 비싸도 건강을 생각해 소위 웰빙 제품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소비자연맹 측은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여전히 친환경 제품의 구매, 가까운 지역의 농산물 구입 등의 행동을 녹색소비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말합니다.
강정화
: 보통 녹색소비하면, 에너지 절약이나 물자절약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녹색소비는 상품이나 소비든지 생산, 유통, 판매, 폐기 전 과저에 걸쳐 일어납니다. 예를 들면, 농사를 진다고 해도, 생산된 농산물이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우리가 소비하면, 유통비용, 운송비용이 훨씬 적게 들고, 이에 따른 에너지 절약 등이 환경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농산물을 섭취한다던가, 남는 물품을 나눠쓴다 등에 대해서는 이런 부분이 녹색소비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대체로 에너지 정략 켐패인을 강조하다보니, 전기를 아껴쓰거나,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틀거나,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는 것만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면에서는 인지가 낮았습니다.
게다가 응답자의 약 35%는 녹색상품 구매촉진 제도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녹색상품 구매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결코 적지 않은데도 말입니다. 가령, 연비가 좋은 자동차나 고효율 가전제품을 비롯해 녹색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 지급 등 직접적인 혜택을 줍니다.
물론 공공기관들이 녹색제품을 구매하는 데 앞장서기도 합니다. 이런 정책적 노력에 힘입어 한국의 친환경제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전체 상품시장에서 약 8.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지만, 공공 부문이 친환경제품 시장 전체의 약 60% 정도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민간 부문은 아직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참여가 미흡한 실정입니다.
또 서울시가 실시하는 '에코마일리지제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약 7%에 불과했습니다. 에코마일리지란 ‘친환경’을 뜻하는 ‘에코’와 ‘쌓는다’는 뜻의 ‘마일리지’의 합성어로 친환경을 쌓는다는 의미인데요, 전기, 수도, 도시가스를 절약한 만큼 마일리지 형태로 쌓아 혜택을 주는 시민참여 사업입니다.
환경전문가들은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녹색소비를 아느냐 모르느냐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이보다 얼마나 잘 실천하느냐에 관심을 둬야한다는 겁니다. 아는 만큼만 실천해도 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정화
: 우리가 실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녹색소비를 하게 되는데 이행정도를 보니까 이행정도도 인지도처럼 높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인지도가 높은 분들은 대체로 학력도 높고 소득도 높습니다. 많이 알고는 있는데 이행정도에 있어서는 오히려 반대로 떨어지는 경향을 보여서, 알고는 있지만 실천을 하지 않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나와 가족의 건강한 삶’을 위해, 더 늦기 전에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환경 문제와 연결지어 생각하는 폭넓은 시각과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2000년대 한반도 평균 기온은 1970년대에 비해 겨울철은 1.3도, 여름철은 0.2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세기 말에 비해 21세기 말에 한반도 기온은 평균 4도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한국의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평균 기온은 1970년대에 비해 겨울철 1.3도, 여름철 0.2도 상승했습니다. 10년 평균 연강수량은 평년에 비해 10% 증가했고, 호우일수는 같은 기간 20일에서 28일로 증가했습니다. 한반도 배경 대기의 이산화탄소 증가율은 연평균 2.3ppm으로 전 지구 평균을 웃돌았습니다.
--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인 비야디의 선전 공장에서 발생한 매연 때문에 주민들이 기관지염 증세를 호소하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중국 일간지 홍콩 명보는 최근 보도에서 주민들이 이 공장에서 배출되는 매연 탓에 기관지염 증세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한밤중과 휴일에도 가스냄새가 나는 매연이 나오고 있으며 이 때문에 특히 노인들과 어린아이들이 기침하느라 밤새 잠을 자지 못하는 일이 잦다고 전했습니다. 비야디측은 내년 4월까지 배기가스 처리설비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주민들은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으며 주민 수백 명은 공장까지 항의 행진을 하기도 했습니다. 주민들은 충전지를 생산하는 이 공장이 새벽 1시부터 오후 3시까지 매연을 배출하고 있으며 휴일에는 온종일 매연이 나오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또 하얀 매연이 짙게 깔리면 때로 구름처럼 보일 때도 있을 정도고 고무 타는 냄새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