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빗물 활용 기술로 베트남의 학생들이 식수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들여다봅니다.
(비 내리는 소리)
방금 비가 줄기차게 내리는 소리, 들으셨는데요, 이렇게 내린 빗물로 최근 베트남의 초등학교와 중학생 1,000여명의 식수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한국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가 얼마 전 베트남 하남 지역의 다이끄엉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빗물 활용시설을 준공했는데요, 하남 지역은 비소 농도가 높은 홍강 유역에 위치해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는 곳입니다. 비소는 독성으로 유명한 준금속 원소로 농약, 제초제, 살충제 등의 재료입니다.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 소장인 한무영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이 지역이 과거에는 강물을 식수로 썼지만, 하노이가 개발되면서 강물이 심각하게 오염돼 더는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무영) 강물 대신 지하수를 써봤습니다. 그런데 이 지역은 비소에 오염됐습니다. 자연적으로 지층 속에 비소가 있는데 지하수를 팠더니 비소가 있는 물을 먹게 됐습니다. 이는 만성적인 질병을 일으키게 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먹는데, 큰일 났다 생각하면서도 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학생들에게 먹는 물로 병물을 사서 주는데 병물은 매우 비쌉니다.
한무영 교수는 시설을 설치하기 전까지 두 학교는 외부에서 물을 구입해와 학부모가 매월 내는 학비 중 물 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초등학교 41%, 중학교 13%였다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빗물연구센터는 지하수마저 식수로 활용할 수 없는 이곳에서 빗물을 활용해 학생에게 안전한 식수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빗물연구센터는 오염도가 높은 초기 빗물을 초기우수처리장치를 통해 제거하고 탱크에 저장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후 자연 침전을 통해 1차 분리하고 모래 여과기와 세균을 걸러주는 필터, 즉 여과기로 두 차례 걸러 안전한 식수를 만들어냈습니다. 한무영 교수의 말입니다.
(한무영) 학교에 지붕이 있습니다. 지붕에 떨어진 빗물을 모으도록 지붕 홈통을 연결합니다. 한쪽 구석에 빗물 저장탱크를 만들었어요. 16톤짜리 빗물 저장탱크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 있는 물은 약간 지저분하기 때문에 초기 빗물제거장치를 두고 탱크 8톤짜리 두 개를 두어, 첫 번째 통은 침전조 겸용으로 사용하고 최종적으로 두 번째 통을 지난 뒤에는 약간의 여과기를 써서 살균하게 되면 최고의 음용수가 됩니다.
'최고의 음용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하자, 한무영 소장은 지난 2010년 10월 서울대학교에서 실시한 물에 관한 맹검시험(blind test)을 구체적인 사례로 들어 설명했습니다. 맹검시험은 시료의 전체 또는 기대된 결과를 알지 못한 채 개개의 관찰자가 실험을 한 결과를 기록하는 물질시험을 말합니다.
빗물연구센터는 시험 참가자들에게 수돗물, 빗물, 시중에 파는 병물 등 세 가지 물을 시음한 후 가장 물맛이 좋다고 느낀 유형에 꼬리표를 붙여 달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 수돗물 6표, 병물 7표, 빗물 23표로 빗물이 압도적인 승리를 차지했습니다. 빗물이 가장 맛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한무영 교수는 그만큼 빗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깨끗한 물이라는 뜻이기도 했다고 말합니다.
한무영 교수는 나아가 여과기로 거른 비싼 정수기물보다 빗물이 더 깨끗하고 안전하다면서, 호주의 '구름주스(Cloud Juice)'는 빗물로 만들어진 고급생수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구름주스는 맑고 깨끗하기로 유명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수 중의 하나입니다.
한무영 교수는 다만 빗물 속에는 공기 속에 있는 황이나 질소 산화물과 같은 오염물질이 섞여 있을 수 있는데, 그 양은 하천수나 수돗물에 녹아 있는 양보다 훨씬 작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든 빗물은 산성을 띠지만 빗물의 산성도 자체는 콜라나 샴푸보다 안전한 수치라는 것입니다.
빗물연구센터는 하노이토목대학에 기술을 이전하고 현지 자재와 인력을 사용해 공사를 진행해,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학부모가 부담하던 물 값은 50%로 낮아지게 됐습니다. 대신 물 값은 유지관리비용으로 사용되고 유지보수 비용으로 사용되고 남는 돈은 교육환경 개선에 쓰입니다.
(한무영) 강물도 안 되고, 지하수도 안 되고, 병물도 안되고, 그래서 빗물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베트남에서는 빗물을 전통적으로 이용해왔는데, 기술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기술만 잘 제공해준다면 빗물을 마시는데 전혀 거부감이 없기에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받아서 깨끗하게 처리해서 마시면 됩니다.
이번 베트남 사업에 쓰인 기술이 북한의 열악한 식수 문제에 응용될 수 있겠냐는 질문에, 한무영 교수는 이 기술이 북한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습니다.
(한무영) 북한은 물 문제가 심각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댐을 만들어서 갖고 오는 집중형 시설은 비용도 많이 들고 기간도 많이 걸립니다. 그러나 분산형으로 하는 빗물저장시설은 급한 대로 지역 학교나 관공서의 지붕이 넓으니까 거기서 빗물을 받아서 이를 처리해서 먹는다고 하면 멀리서 댐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파이프를 통해서 끌고 오지 않아도 됩니다.
2008년 북한의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북한의 상수도 보급률은 85%입니다. 하지만 단수가 잦아 집집마다 화장실과 부엌에 물 보관 탱크를 갖춰놓고 물을 받아야 합니다. 식수와 생활용수로 쓸 물이 부족하다보니 집 주위에 우물을 파거나, 공동 수도를 이용합니다.
이마저도 안심하고 먹을 수 없습니다. 상수도 시설은 갖춰졌지만 실제 관리가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5세 미만 아동의 3대 사망원인 가운데 하나인 설사도 수인성 질환입니다. 특히 우물이나 펌프를 이용해 지하수를 먹는 주민들이 많은데 재래식 화장실과 가축을 기르는 축사 근처에 우물이 설치돼 있어 오염된 지하수를 마시다보니 수인성 질환에 취약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빗물을 버리지 말고, 모아서 먹을 수 있는 방법은 돈이 한 푼도 안 들어가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면서, 한무영 교수는 북한이 지금부터라도 빗물을 활용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무영) 북한의 경우 시작부터 분산형으로, 자립형의 체제로 가게 되면 후발주자로서 훨씬 더 많은 이득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비만 오고 지붕만 있다면 최소한 먹는 물은 전혀 걱정이 없습니다. 북한 아니라,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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