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석면 관련 질환 다수 발생 추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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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남북한 내 석면피해 우려지역을 살펴봅니다.

(조창오) 기존 페인트가 벗겨지면 그라인더로 작업을 싹 해요, 분진 같은 게 많이 날리겠죠? (여기 주민들은) 한번 검진을 받으라고 안내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방금 들으신 것은 부산 영도구 수리조선소 지역의 주민 조창오 씨가 한국 KNN 방송에 나와 선박 수리 작업 중 석면 먼지가 발생했던 경험을 말하는 부분입니다.

석면은 섬유 모양의 규산 화합물인데요, 크기는 직경 0.02~0.03㎛로 머리카락 굵기의 1/5000 정도이지만, 작은 규모에도 단열, 보온, 흡음 등의 기능이 뛰어나 1960~1970년대 건축자재와 공업용 원료로 많이 사용됐습니다. 섬유 형태라서 솜처럼 부드러운 감촉을 가진 석면은 강철보다 강하고 불에 타거나 부식되지도 않으며 다른 물질이 침투하지도 않아 '기적의 물질', '마법의 물질'이라고도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나 장점이 많은 석면이 최근 남쪽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남한 제2의 도시인 부산이 남한 최대 석면 피해 밀집지역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우선 석면 피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백명수) 석면은 '조용한 시한폭탄'으로 불립니다. 여러 가지 경로로 석면 가루가 입이나 코를 통해 들어올 수 있는데요, 석면 광산, 석면 관련제품 노동자, 또는 석면이 사용된 공간에서 일하는 일반인에게 석면 가루가 흡입을 통해 인체에 들어오게 됩니다. 석면은 산이나 알칼리에도 부식되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우리 몸 속에 남아 계속 손상을 주게 됩니다. 몸 속의 석면이 배출되지 못하고 축적되면 수십 년간의 잠복기를 거쳐 석면폐증, 폐암, 악성중피종과 같은 질병을 유발하게 됩니다. 특히 악성중피종은 20년-30년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게 됩니다. 일단 발병하면, 1년 이내에 사망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석면에 많이 노출되는 것과는 큰 상관없이 아주 잠깐, 아주 적게 석면에 노출돼도 악성중피종이 발병할 수 있는 제1급 발암물질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 받은 전국 주요 석면노출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석면피해 우려 지역 847곳 가운데 약 49%인 411곳이 부산에 밀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부산에 석면피해 우려 지역이 많은 이유는 뭘까요? 백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수리조선소와 석면 공장이 많기 때문입니다. 부산에만 수리조선소와 석면공장이 각각 39개소로 조사됐습니다. 부산은 특히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석면산업의 도시로서 전국의 석면공장 중 대부분이 몰려있었습니다. 석면 한옥 슬레이트 지붕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환경부는 1970년대부터 2007년까지 한국 내에서 건축자재, 자동차부품, 섬유제품 등에 사용된 석면 사용량이 약 200만톤으로, 이에 따른 석면암, 즉 악성중피종 예상 발병 사례가 앞으로 30년 간 약 1만2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2011년부터 6년간 집계된 석면피해 인정자 수는 2천500여명에 이릅니다. 그러나 2011년 500여명이던 석면피해자 수는 계속 감소하다가 2015년을 기점으로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의 피해 조사와 함께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백 부소장은 지적합니다.

(백명수) 정부의 전면적인 석면피해 조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조선업이 발달해있고, 과거 석면 공장이 밀집해있던 부산은 석면 피해에 매우 취약한 지역입니다. 그러나 피해자나 유족 인정자 수는 전국의 12%에 그치고 있습니다. 석면 피해 우려 지역에 거주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석면 피해 조사와 확인을 벌여,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요, 잠복기에 있는 피해자를 찾아서 조속히 치료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입니다.

그렇다면 한반도 북쪽의 석면 실태는 어떨까 궁금해지는데요, 백 부소장은 구체적인 관련 통계 자료는 없지만, 북한에서 석면 생산과 사용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백명수) 북한에서 석면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는 공식 정보는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석면은 함경북도, 평안남북도, 황해남북도, 강원도 등 여러 지역의 산지에 약 60여개의 광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약 13,000톤의 석면이 매장돼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석면을 이용해서 슬레이트 지붕을 생산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 2003년 중국과 합작해 슬레이트 공장을 가동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이러한 석면 슬레이트 지붕 생산은 도시 정비나 주택 건설에 필요한 건재 공급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북한 주택에 전반적으로 석면 제품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05년 북한 조선영초건재품합영회사에서 생산하는 석면 슬레이트가 뛰어난 품질로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통신은 "선진 과학 기술이 도입된 기계설비들에 의해 생산되는 슬레이트는 석면의 미분도가 고르고 누름 세기가 290㎏/㎡에 달하며 장력도 다른 슬레이트 제품에 비해 강하다"고 소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백 부소장은 특히 '하모니카 집'이라는 슬레이트로 된 단층 주택이 많이 보급되어 있어 주민들의 석면 피해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모니카 집은 북한 특유의 다세대 주택 형태로, 한 칸짜리 방에 부엌이 딸린 집이 길게 열을 지어 들어서 있다고 해서 생긴 이름입니다.

(백명수) 2011년 '레스피롤로지'라는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 중 아시아의 석면 이용과 관련 질병에 관한 게 있습니다. 1971년에서 2000년까지 북한에서 연간 일인당 석면 사용량은 0.12kg이었습니다. 또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석면 사용량은 0.07kg이었습니다. 하지만, 악성중피종이나 석면증에 대한 연구보고는 없었습니다. 남한은 같은 기간 1.15kg과 0.28kg을 각각 사용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서 석면과 관련한 연령보정 사망률이 중피종인 경우 0.62, 석면증은 0.03으로 보고됐습니다. 남한 상황과 견주어보면, 북한에서도 석면 관련 질환이 다수 발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체계적인 조사와 보고는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남북한은 전체적인 현황조사와 피해발생 예상지역에 대한 확인조사를 위한 협력이 매우 필요합니다. 남한은 2009년부터 석면 사용을 금지했고, 관련 법안도 재정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석면 발생원 조사와 피해자 확인, 그리고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석면 사용 실태와 이에 따른 인체 피해 현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합니다. 특히 피해자 구제 절차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남북한이 긴밀히 협력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스피롤로지 (Respirology)는 아시아태평양의 저명 호흡기 학술지를 말합니다. 연령보정 사망률은 표준화 사망률이라고도 하는데요, 사망률을 비교하기 위해 분모가 되는 인구의 연령구성을 보정하여 표현한 것입니다. 1년 간의 사망 수를 그 해의 인구로 나눈 사망률은 노년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당연히 높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