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80] 뉴질랜드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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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환경 재난을 들여다봅니다.


닉 스미스 뉴질랜드 환경장관

: 이달 초 뉴질랜드 북섬 타우랑가 인근 해상에서 암초에 걸려 좌초된 라이베리아 선적 화물선에서 유출된 기름은 뉴질랜드 사상 최악의 해양 환경 재난이 되고 있습니다.

닉 스미스 뉴질랜드 환경장관이 최근 오클랜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 방금 들으셨는데요. 지금까지 약 5만 톤급 컨테이너 화물선 레나호에서 바다로 유출된 기름은 350t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뉴질랜드 언론들은 해난 구조요원들이 암초에 걸려 기울어진 배를 안정시키는 작업을 벌인데 이어 배에 남아 있는 기름을 퍼내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전했습니다. 뉴질랜드 해양교통안전국의 닉퀸 지휘관의 말입니다.

닉퀸

: 막대한 오염피해를 낳은 이번 사고에 대해 신속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바다에 유출된 기름은 시커먼 덩어리를 이루면서 인근 해변 휴양지 등에 밀려들고 있고, 펭귄과 알바트로스 등 수백 마리의 해양 생물들도 죽어서 해변으로 떼밀려 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선박에 실려 있던 약 1천400개의 컨테이너 가운데 위험물질이 들어 있는 것을 포함해 88개가 바다로 떨어져 떠다니고 있습니다. 일부는 부서진 채 파도에 밀려 해변에 올라와 목재와 플라스틱 병 등을 여기저기 뿌려놓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레나호의 소유주인 그리스의 코스타마레 선박회사의 디아만티스 마노스 사장은 바다에 떨어진 한 방울의 기름도 너무 많은 것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해 뉴질랜드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피해 지역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시커먼 기름과 각종 쓰레기로 뒤덮인 바다와 해변을 보면서 충격을 가누지 못하고 있습니다. 2천명에 가까운 자원 봉사자들이 기름제거 작업에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워낙 피해가 심해 기름과 오물들을 제거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 주민들은 사고 선박은 물론이고 뉴질랜드 정부가 늑장 대응을 한 게 아니냐며 정부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지 주민의 말입니다.

현지 주민

: 사고 현장을 보세요. 뭐하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빨리 선박에 남은 원유를 하역해야 하는데도...

일부 언론은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의 초기 대응 태세가 문제되면서 다음 달에 실시되는 총선에도 영향을 주는 정치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서둘러 피해주민들에게 긴급 재정 지원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약속한 상태입니다.

뉴질랜드에 있는 필리핀 교민사회는 사고 선박의 선장을 비롯해 25명의 선원 대부분이 필리핀인으로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필리핀인들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뉴질랜드인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건 럭비 월드컵을 보기 위해 많은 외국 관광객이 뉴질랜드를 찾은 시점에 일어난 대형 사건으로 뉴질랜드의 자존심과도 같은 청정 이미지가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는 점입니다.

언론들은 수많은 외국 관광객과 취재진이 피해 지역 해변을 찾고 있다며 암초에 걸려 기울어진 레나호와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인 인근 해변 사진들은 이미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널리 유포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언론들은 영국, 미국, 호주, 아시아 지역의 수백 개 신문들이 이번 사건을 보도했고, 온라인에도 관련 기사가 수천 개 떠오르며 전 세계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오클랜드 대학에서 관광학을 가르치는 사이먼 밀른 교수는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뉴질랜드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질랜드 관광공사의 케빈 보울러 사장도 “이번 사건은 비극적인 것으로 뉴질랜드가 보여주고 싶은 방식으로 자연경관을 널리 홍보하는 게 힘들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중국 정부가 환경보호세 신설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습니다. 국무원은 최근 발표한 '환경보호 중점 공작 강화에 관한 의견'을 통해 환경보호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의견에서 국무원은 중국의 산업 구조나 환경오염 규제 조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환경 보호가 여전히 열악한 수준이라며 환경 보호세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앞서 셰쉬런 중국 재정부장도 지난해 10월 열린 '전국 재정 공작 회의'에서 환경보호세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국무원은 또 오염물질 배출 허가제를 도입해, 배출권을 유상 사용케 하고 교역시장을 통해 거래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습니다. 현재 중국에서는 상하이와 충칭, 장쑤, 허베이 등에서 시범적으로 화학적 산소 요구량과 이산화황 등 2개 오염물질의 배출권 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오염물질 배출권 거래와 관련해, 기업의 오염물질 배출 규제를 개별 사업장이 아닌 일정 구역 내 사업장 전체를 기준으로 하는 지역 총량제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국무원은 환경 보호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도 지속적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특히 재정이 열악한 중서부 지역과 소수민족 자치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환경오염 유발 상품의 수출입 관세를 인상하고 에너지 소비가 많거나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은 기업에는 전기료를 높게 책정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 이른바 '기후게이트' 사건으로 불거진 지구 온난화의 사실 여부 논란을 규명하는 최신 연구에서 지구 표면온도가 틀림없이 올라가고 있음이 재확인됐습니다. '기후게이트'는 영국의 한 대학 기후연구소에서 온난화 관련 자료가 일부 부풀려진 사실이 이메일 해킹으로 드러난 사건을 말합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의 연구진은 첨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영국 기상청과 미국 항공우주국 과학자들이 제시한 연구 결과와 똑같은 추세가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전 세계 기상관측소 약 4만 곳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해 둔 기상 관련 자료가 있음을 발견해, 자료 분석을 통해 지난 1800년 이후 육지에서 일어난 기온 변화를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이 만든 그래프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과 NASA, 영국 기상청-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합동 기후연구소의 기후변화 보고서와 놀라울 정도로 같은 양상을 나타냈습니다. 기후 변화에 관한 가장 중요한 3대 연구기관인 이들의 보고서는 온난화 회의론자들 사이에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새 연구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육지의 평균 온도는 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