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128] 유엔환경계획 '북한의 환경과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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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유엔환경계획이 최근 공개한 '북한의 환경과 기후변화 전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북한의 환경문제를 다룬 보고서가 나온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지 않습니까?

장명화: 네. 정확히 9년만입니다. 삼림, 토양, 수질, 대기, 생물다양성 등 북한 자연환경의 실태를 평가한 보고서가 처음으로 나온 것은 지난 2003년이었으니까요. 당시 UNDP, 유엔개발계획과 UNEP, 유엔환경계획이 북한 당국과 공동으로 작성했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유엔환경계획이 북한 국토환경보호성의 협조를 받아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조사를 벌인 결과물입니다.

양윤정: 북한의 환경문제, 하면, 산림의 훼손이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지 않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이번 보고서도 북한의 산림 황폐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2005년 현재, 북한의 숲은 약 8만9천㎢로 나타났는데요, 보고서는 특히 산림피복율의 질과 크기가 1990년대 중반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산림피복율이란 산림이 지표면을 덮는 비율을 말합니다. 산림피복율의 급감의 원인으로는 난방과 건축자재를 위한 벌목이 지목됐습니다. 여기에 많은 수의 입목, 즉 땅위에 서있는 산 나무들이 홍수, 가뭄, 산불, 해충 등 자연재해로 급감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은 스스로 '공해 없는 나라'라고 선전하고 있는데요, 대기오염은 어떻든가요?

장명화: 북한 내 대기오염 물질은 산업과정, 에너지 생산, 가정난방과 자동차 배기가스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서는 말합니다. 특히 연소효율과 오염물질 포착 기술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생산이 늘어나고 인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대기 오염물질과 먼지의 양은 늘면 늘었지, 줄지 않으리라는 전망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장이나 가정이나 석탄을 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북한의 석탄사용량은 2000년에 2,200만 톤에서 2007년에 2,700만 톤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금 있으면 본격적으로 겨울 추위가 시작되는데요, 겨울철에 북한의 여러 도시에서 대기의 질이 악화한다고 하네요.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08년 평양의 연평균 아황산가스 농도는 0.009ppm입니다. 아황산가스는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물질입니다. 또 평양의 연간 먼지 발생량도 200g에 달했습니다. 두 수치 모두, 한국의 웬만한 대도시보다 높습니다.

양윤정: 북한의 수질오염은 어떻습니까? 얼마 전 공개된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세계식량계획의 지원을 받는 보육 기관 중 42%가 수도 시설이 없어 식수와 용수를 우물물에 의존한다고 하던데, 수질이 괜찮은 건지 염려가 됩니다.

장명화: 보고서는 북한의 일반적인 수질은 지역과 계절에 따라 다르다고 하면서도, 식수, 산업용수,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대동강, 압록강, 두만강 등의 수질은 나빠졌다고 잘라 말하고 있습니다. 평양 도심을 흐르며 평양 시민의 식수원이 되는 대동강의 경우, 2008년 현재 화학적 산소요구량이 2.15ppm입니다. 화학적 산소요구량은 물의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기준인데요, 숫자가 클수록 물의 오염이 심합니다. 한국의 수질 환경 기준에서는 상수원수 1급수는 1ppm 이하, 상수원수 2급수에는 3ppm 이하를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동강의 대장균 숫자도 100㎖당 3만6000마리로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양윤정: 수질오염의 이유가 뭡니까?

장명화: 보고서는 인구 증가, 산업개발, 그리고 산림벌채 등 세 가지를 주요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농촌지역에서 인구 증가세가 이어짐에 따라, 물의 소비와 하수 용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존 시설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길이 없어, 처리되지 않은 하수가 북한의 주요 강에 무방비로 방류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뿐만 아니라, 강 주변에 있는 여러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산업폐수도 같은 상황입니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무분별한 산림벌채는 표토 유실과 토사 퇴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표토는 산의 표면을 덮은 낙엽 밑에 얇은 두께의 검은 색 흙을 말합니다.

양윤정: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뭐라고 합니까? 아시다시피 각종 대중매체에서는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홍수, 태풍, 폭설, 한파 등의 발생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를 거론하고 있는데, 북한의 기후변화 실태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장명화: 보고서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1918년부터 2000년 사이에 북한의 평균기온이 섭씨 1.9도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수치는 아시아에서 지구 온난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가운데 하나라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그 결과, 평양에서는 인천시 강화도와 함경남도 원산 남쪽지역까지가 한계선인 감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습니다. 같은 기간에, 북한에서는 극단적인 추위 일수가 감소한 대신, 극단적인 더위 일수가 자주 찾아오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임진강 평화습지원'이 최근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비무장지대에 문을 열었습니다. 평화습지원은 약 5만㎡로 접경지 가운데 최대 규모입니다. 생태연못 14곳, 두루미관찰대 1곳, 관찰로 2㎞ 등이 설치됐습니다. 곳곳에 붓꽃, 꽃잔디, 꽃창포, 고랭이 등 각종 꽃 단지도 조성됐습니다. 이곳은 두루미의 겨울 서식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2천900여 마리만 생존하는 희귀조류로, 한국에서는 천연기념물 제202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군남댐이 건설되면서 기존 두루미 서식지가 물에 잠기고 이곳이 두루미의 대체 서식지로 자리를 잡으며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지난 2010~2011년 겨울 400여 마리의 두루미가 이곳을 찾았습니다. 연천은 한국 내 5대 서식지 가운데 철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큽니다. 인근 율무재배단지는 두루미의 먹이로 활용되는 이점이 있습니다. 경기도는 환경단체와 연계해 이곳에서 두루미 먹이주기와 사진 공모전 등 다양한 행사를 열 계획입니다.

-- 한국의 대청호 회남수역에 발령됐던 조류주의보가 80여일 만에 해제됐습니다. 조류란 물속에 살면서 동화색소를 가지고 독립 영양 생활을 하는 하등식물로, 남조류, 녹조류, 홍조류 등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수질검사 결과 조류가 기준치를 넘을 경우 조류주의보를 발령하게 됩니다. 대청호는 대전광역시와 충청북도 청원군, 옥천군, 보은군에 걸쳐 있는 한국 내 3번째 규모의 호수로, 대전, 청주지역의 식수는 물론,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대청호를 관리하는 금강유역환경청은 최근 대청호 회남수역과 문의수역의 조류주의보를 해제한다고 밝혔는데요, 회남수역에는 지난 8월 초에 조류주의보가 발령된 뒤 같은 달 23일에는 조류경보로 악화됐었습니다. 문의수역은 8월 말에 조류주의보가 발령됐다가 지난달 20일 해제됐으나 이번 달 5일 남조류 세포수가 다시 늘어나 주의보가 재 발령됐습니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이번 달 중순 이후 일사량이 줄고 수온이 떨어지면서 대청호의 조류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