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최신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영국의 유수한 의학전문지 랜싯은 최근 세계보건기구와 세계은행 등 26개 대학과 연구단체와 협력해 매년 온난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통해 지구의 기온상승으로 전염병의 위험이 증가하고 노동생산성이 저하되면서 인류의 건강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이번 보고서를 보면 특히 폭염과 기온 급상승이 가장 우려되는 사항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폭염은 매우 심한 더위를 뜻하는 한자어로, 폭서, 불볕더위 등을 말합니다.
(백명수) 보고서는 2000년 들어서 지난해까지 16년간 세계에서 폭염에 시달린 사람이 1986년부터 2008년까지 평균치와 비교해 연간 1억5천2백만명이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2015년 한 해에만 1억7천5백만명이 증가했는데요, 2050년 폭염을 겪는 인구는 10억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는 2050년에 예상되는 세계 인구가 약 100억 명인데, 폭염에 시달리는 인구가 세계 인구 10명 중 1명 정도로 매우 빈번해질 것을 의미합니다. 보고서는 또 기온 급상승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2000년 이후 기온 급상승이 농촌 생산활동에 치명적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습니다. 야외 노동력이 필요한 노동생산력이 5.3% 감소했는데, 이 중 폭염이 심각해진 2015년 이후 2년 동안 2%가 급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랜싯 보고서는 2016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92만 명이 폭염으로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숫자는 농업 비중이 높은 인도에서만 약 42만 명에 달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양부족 현상도 우려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밀 생산량은 6%, 쌀 생산량은 10%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백 부소장은 이러한 폭염과 기온 급상승 등 기후변화의 악화에서 남북한도 결코 예외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백명수) 고온과 광선에 의해서 과일이 타 들어가는 소위 '햇빛데임'은 32도 이상일 때 발생하는데, 햇빛데임 피해가 약 339헥타르 발생했습니다. 또 지난해 8월 중순부터 발생했던 폭염에 의한 이상 고수온 현상으로 양식어종 약 6천여마리가 폐사했습니다. 식물의 개화시기도 변화됐는데요, 40년전보다 14일이 당겨졌고, 평균 기온은 평년에 비해 1도 상승했습니다. 겨울철 이상고온이나 여름철 폭염과 가뭄으로 침엽수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북한의 폭염 피해나 기온 급상승에 의한 체계적인 피해현황에 대한 자료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회 기반 시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북한에서 폭염이나 기온 급상승의 문제는 가뭄 문제와 연관이 됩니다. 북한 가뭄과 폭염은 2001년 가장 심각한 해로 평가되는데, 2001년 3월초부터 북한의 전 지역에 가뭄이 계속되고 5월 하순부터 30도가 넘는 이상 고온이 발생해서 약 18만 헥타르 이상이 피해를 보는 최악의 가뭄으로 기록됐습니다.
실제로, 유엔 세계기상기구는 지난 6일 발표한 '2017년 세계기후 현황에 관한 세계기상기구 성명'에서 올해 강우량 부족이 북한의 식량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성명은 "북한은 특히 4∼6월을 포함해 평균치 이하 강우량을 보이는 기간이 반복되면서 영향을 받았다"며 "이는 경작지와 논, 옥수수 등 핵심 주요작물의 수확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식량 안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유엔 식량농업기구 보고서를 인용해 가뭄 피해 지역에서 소, 돼지, 양, 염소, 가금류 등 가축의 20%가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폭염이나 기온 급상승이 대기오염으로 이어지는데요, 랜싯 보고서는 바로 이 대기오염으로 조기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백명수) 보고서는 온난화의 원흉인 화석연료가 대기오염을 야기시킨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세계 2,971개 도시 가운데 71%가 대기질 관리기준을 초과했습니다.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인구가 1990년 이후 11.2% 늘었는데요, 이에 따라 호흡기 질환 발생도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2015년 한국에서 1만9,355명이, 일본에서는 3,700여명이 이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시아 21개국에서는 모두 80만3천명 이상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했습니다. 뎅기열 바이러스의 확산도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1990년 이후 10년마다 발병률이 2배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뎅기열은 이제 매년 5천만명에서 1억명이 걸리는 가장 빨리 전파되는 질병이 됐습니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돼 생기는 병으로 고열을 동반하는 급성 열성 질환입니다. 뎅기열은 조기에 치료하면 사망률이 약 1% 수준이지만 시기를 놓치면 20%까지 사망률이 치솟습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린 모기 감염병은 뎅기열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요, 백 부소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백명수)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해외에서 체류하다 감염된 사례들입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해외에서 유입된 감염병 환자가 지난해 541명에 달합니다. 이 중 뎅기열 환자가 313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뎅기열을 전파하는 이집트 숲모기는 아직 한국에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국내 감염이 아니라 하더라도 예전부터 국내에서 모기에 의해 감염되는 대표적 질병인 '일본뇌염'보다 환자가 10배 이상 많습니다. 국내에서 모기를 통해 가장 많이 발생한 감염병은 사실 말라리아입니다. 감염자 총 156명 중에 144명이 국내에서 감염됐는데요, 아열대 지방에서 주로 걸리는 말라리아가 토착화 과정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주로 비무장지대 인접지역을 중심으로 발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말라리아는 북한으로부터 비무장지대를 통해 내려온 감염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북한은 서부 비무장지대에 인접한 황해남북도 지역에서 말라리아 발생률이 2000년대 중반까지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 현상이 같은 기간 남한의 말라리아 발생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백 부소장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러한 문제는 21세기에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중대한 요소라면서, 다른 문제들과 달리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는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남북한의 적절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백명수) 실제로 폭염은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자연재난이 됐습니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근거법이 미흡한 실정입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도 폭염을 아직 규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름철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폭염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서 폭염피해에 대한 보호지원을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폭염 피해와 대응 체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습니다만, 먼저 남북한이 공히 정보 교류나 공동 연구가 필요합니다. 특히 자연재난 자료통합 시스템 구축을 통해서 남북한 기후정보체계를 구축하고, 협력사업을 추진해야 합니다. 남북한 공히 폭염대응을 위한 협력 중장기 청사진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남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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