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해체 작업을 들여다봅니다.
(후쿠시마 제 1원전 현장음)
방금 들으신 것은 최악의 사고를 겪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 원자로의 핵연료 저장수조에서 핵연료봉을 꺼내는 작업을 준비하는 현장음입니다. 핵연료봉이란 핵연료인 우라늄을 피복관으로 싼 지름 3cm, 길이 50cm 정도의 원형 막대를 말합니다.
작업은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데요, 이에 따라 사고 수습이 전체 3단계 중의 2단계로 접어들게 됐습니다. 부서진 건물 잔해를 제거해 연료를 꺼낼 준비를 하는 것이 1단계, 사용 후 연료와 사용하지 않은 연료를 저장 수조에서 꺼내 옮기는 것이 2단계, 녹아내린 연료를 꺼내고 완전히 폐로하는 것이 3단계입니다.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당시 4호기는 정기 점검 중이라서 연료봉이 원자로가 아니라 저장 수조에 보관돼 있었습니다. 4호기 수조에는 현재 사용 후 핵연료봉 약 1천300개와 사용 전 핵연료봉 200여개 등 모두 1천500여개가 있습니다. 이 연료봉이 적당히 냉각됐으니 이를 모두 꺼내 100m가량 떨어진 공용 수조로 옮기겠다는 겁니다. 현지방송에 나온 도쿄전력 관계자의 말입니다.
(도쿄전력 관계자) 이 장치를 사용해서 연료를 한 개씩 한 개씩 끌어올립니다.
간단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별다른 사고가 없더라도 1년 남짓이 걸릴 전망입니다. 도쿄전력은 이번 주에 연료봉 인출을 시작하지만, 내년 말에나 끝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연료봉이 바닥에 떨어지거나 1mm 두께의 피복관이 손상될 경우 높은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될 수 있습니다. 오염수보다 더 큰 재앙이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우노 아키라 후쿠시마 원전 관리소장이 최근 외국인 특파원 공동취재단에 밝힌 말입니다.
(우노 아키라) 30미터 위치에서 운송함이 떨어지는 것이 최악의 사태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사용 후 연료봉에는 우라늄, 플루토늄뿐 아니라 핵분열로 생긴 여러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습니다.
수조에 남은 이물질도 장애 요인입니다. 4호기 건물은 사고 때 폭발로 지붕이 날아가 버렸고 시멘트벽이 심하게 파손됐습니다. 이때 수조에 떨어진 잔해, 파편 가운데 큰 것은 제거했지만 작은 것은 무수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우노 아키라 관리소장의 말입니다.
(우노 아키라) 일단 작업이 제대로 시작되는데 힘을 쏟고 싶습니다. 전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며 긴장감이 큽니다.
이를 위해 일본은 연료봉이 실수로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크레인에 사용하는 철선을 이중으로 설치했습니다. 수조 하부도 콘크리트로 보강해 동일본대지진과 비슷한 수준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다는 게 도쿄전력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일본 열도를 비롯한 주변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당장 1986년 원전 사고가 발생한 러시아 체르노빌의 경우를 봐도, 원자로의 방사성 물질 누출을 중단시킬 방법이 없자, 가로 100m, 세로 165m의 콘크리트 5천 톤과 납으로 묻어 버렸지만, 이후에도 방사성 물질이 계속 새어나오는 등 후유증이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탈북자들은 일본이나 러시아처럼 핵 관련 기술이 앞선 국가도 이처럼 고전하는 상황에, 북한의 방사능 대비는 수준 이하라고 크게 우려합니다. 탈북자 박건하 씨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박건하) 북한 사람들은 영변에 핵발전소가 있고 방사능이 나온다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영변 쪽에 사는 사람들의 수명이 짧다는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보통 50살 지나서 사망한다고 들었어요. 60살만 살아도 오래 살았다고 하거든요.
이 같은 우려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가 지난 9월 공개한 영변 원자로 주변 위성사진을 보면, 하얀 수증기가 가득한데, 이는 원자로의 이상신호일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냉각기로 연결되는 배관, 밸브에 균열이나 다른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합니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쓴 '불가능한 국가'에 따르면, 2009년 현재 북한에는 8,000개의 핵연료봉이 남아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서 핵연료봉을 더 이상 태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이를 구입하려 했지만, 북한이 너무 과도한 돈을 요구해, 협상은 결렬됐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빙하가 모두 녹을 경우 서울이 완전히 물에 잠긴다는 예측이 나왔습니다. 미국 지리학회는 최근 인문지리잡지인 '내셔널지오그래픽' 홈페이지를 통해 지구상의 모든 방하가 녹았을 때 바다에 잠기는 세계 주요 도시를 공개했습니다. 해당 지도에 따르면 빙하가 모두 녹았을 경우 서울을 비롯해 뉴욕, 런던, 상하이,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가 물에 잠기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도시들은 모두 해안에 근접한 도시이기 때문에 침수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경우 서울 뿐 아니라 서해안과 남해안 일부도 함께 물에 잠기는 것으로 표시됐습니다. 특히 네덜란드의 경우 국토 4분의 1이 해수면 보다 낮기 때문에 국가가 지도에서 아예 사라져 보입니다. 빙하는 바다를 제외한 지구상에서 가장 큰 '물 저장소'로 과학자들은 지구의 모든 빙하가 녹으면 지구 전체 해수면이 약 66m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라오스 북부 지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산림파괴가 라오스의 암울한 미래를 보여준다고 최근 소개했습니다. 라오스 기득권층이 이웃 나라에 헐값으로 토지를 빌려줘 '막무가내' 개발과 자원 수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라오스 북부 오돔사이에서는 베트남이나 중국 번호판을 단 트럭들이 빈번하게 출몰합니다. 고무ㆍ원예 등 환금작물 재배 붐이 일어 울창한 숲을 제거하는 작업에 동원된 차량들입니다. 그 결과, 숲의 황폐화로 부작용이 생기고 있습니다. 심각한 토양오염과 함께 현지 소수민족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된 것입니다. 반면 중국인 수천 명은 고무농장에서 일자리를 찾았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라오스에서 확보한 토지는 3만 헥타르입니다. 라오스 정부가 중국ㆍ베트남ㆍ태국 등 주변국과 체결한 토지 임대차 계약 기간은 무려 100년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