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공개된 일본 사고 원전의 모습을 들여다봅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현장이 사고 발생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습니다.
현장 공개는 호소노 고시 원전사고 담당 장관을 수행 취재하는 형식으로 일본과 외국의 취재진이 참가한 가운데 12일 이뤄졌습니다.
언론이 찍은 화면을 보면, 폭발의 충격으로 원전 주변은 쑥대밭으로 변했고 차량들이 바닥을 드러낸 채 뒤집혀 있습니다. 원전 건물은 페인트칠이 벗겨진 채 을씨년스런 몰골로 방치돼있습니다. 수소폭발로 파손된 원자로 건물과 방사성 오염수 처리시설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취재진은 방호복과 전면마스크를 착용하고 원전 1호기에서 4호기까지 살펴봤습니다. 방사능 피폭을 우려해 버스에서 내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요시다 마사오 도쿄전력 소장의 말입니다.
요시다 마사오
: 원전이 안정된 상태라고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방사능 수치가 매우 높아서 매일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것은 아직도 매우 위험합니다.
사고 이후 처음으로 언론과 만나는 요시다 소장은 "사고가 발생한 직후 1주일간은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몇 번이고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요시다 소장은 원전이 차례로 폭발하고 2호기의 원자로에 냉각수가 유입되지 않으면서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위기 상황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최악의 경우 노심용해, 즉 원자로의 중심부인 노심이 녹아내리는 상태가 진행되면 통제 불능 상태가 돼 그것으로 끝이 될 것이라고 느꼈다고 덧붙였습니다. 위기상황은 방사성 오염수 정화시설이 설치된 6월 말까지 계속됐으며, 7∼8월 들어서야 원자로의 냉각이 안정됐다는 설명입니다.
이처럼 위험한 상황 속에서도 후쿠시마 제1원전에는 하루에 작업원 3천 명 이상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연일 쓰나미 잔해를 치우고 오염 물질 등을 제거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원전 작업원인 고쿠다 유키히데 씨의 말입니다.
고쿠다 유키히데
: 이번 사태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모두 남자로만 구성된 작업원들은 일본 최대의 축구 연습장이었던 J빌리지에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작업원들은 피폭을 막기 위해 J빌리지에서 방사성 물질 방호복으로 완전 무장한 다음 사고 원전을 출입합니다. 이들이 입는 방호복과 마스크의 필터 등은 사용 후 방사성 폐기물이 되는데요, J빌리지 한쪽에는 이 폐기물을 담은 약 4000개의 컨테이너가 쌓여 있습니다. J빌리지 내의 평균 방사선량은 시간당 약 0.5마이크로 시버트이지만 밖으로 나가면 4∼6배로 높아집니다.
마이크로 시버트는 방사선량 측정 단위인데요, 자연 상태에서 1년 동안 노출되는 방사선 양은 1천 마이크로 시버트입니다. 일본에서는 시간당 피폭량이 500마이크로 시버트를 초과할 경우 총리가 원자력 긴급 사태를 선포한 뒤 대피 명령을 내리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도쿄전력은 사고 직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선 양이 제한값인 500마이크로 시버트를 넘었다고 발표했었습니다.
한편, 오염제거 작업에 비지땀을 흘리는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올 연말이면 최소한의 정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일본정부가 이에 앞서 "후쿠시마가 완전히 안전을 되찾으려면 30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한 점입니다. 일본 내각부의 원자력위원회는 지난달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1~4호기에 대해 “폐로 종료 때까지 30년 이상을 요한다”는 장기 전망을 처음 담은 보고서를 정리했는데요, 노심이 녹은 1~3호기의 원자로에는 모두 약 1500개, 1~4호기 핵연료 수조에는 약 3100개의 연료집합체가 남아 있기 때문에 원자로를 폐기하려면 이것을 회수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고 직후인 지난 4월 영국의 과학 잡지인 '네이처'가 폐로를 비롯해 주변의 토지 오염대책 완료까지를 감안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100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바 있어 실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완전 수습될 때까지는 일본정부 전망보다 시간이 더 소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 1979년 발생한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 당시엔 모든 핵연료를 회수하는 데에만 약 20년이 걸린 바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밀반출된, 사상 최대 물량의 코뿔소 뿔이 홍콩 세관 당국에 의해 압수됐습니다. 홍콩 세관 당국은 최근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선적된 컨테이너 안에서 33개의 코뿔소 뿔 약 87㎏과 다량의 상아 젓가락, 팔찌를 압수했다고 15일 밝혔습니다. 압수된 물품에는 뿔과 함께 약 760개의 상아 젓가락, 127개의 상아 팔찌가 포함돼 있으며 모두 220만 달러어치에 달합니다. 당국은 문제의 뿔이 63개의 "플라스틱 조각"으로 신고됐으나 X-ray 검사를 통해 뿔과 상아 젓가락 등이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세관 관계자는 현지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홍콩에서 코뿔소 뿔이 적발된 적이 있지만 이처럼 많은 뿔이 압수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당국은 조사를 위해 외국 정부기관과 협력하고 있으며 아직 이번 사건과 관련돼 체포된 인사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간지 프리토리아 뉴스는 문제의 화물이 압수되지 않았다면 중국을 거쳐 베트남으로 갔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남아공은 최근 수년 동안 뿔을 노린 코뿔소 밀렵이 기승을 부려 이를 단속하느라 고심하고 있습니다.
-- 전 인류가 적절히 대비하지 않는다면 이번 세기에 홍수나 가뭄, 폭염 같은 기상 이변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IPCC, 즉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가 경고했습니다. IPCC는 최근 공개된 보고서 초안을 통해 기후 변화가 이 같은 기상 이변의 강도와 빈도를 높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피해 취약 지역에 대한 조기경보체계 설치와 같은 비교적 쉽고 비용도 적게 드는 방안들이 대응책으로 제시됐습니다. 태풍이 빈발하는 지역이라면 건축 관련 법령의 강화나 기상예보 기술의 향상 등도 인명 피해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에서 진행되는 맹그로브 숲의 신규 조성 사업이나 고온에 강한 농작물의 개발은 지역 단위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책의 사례들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기상 이변이 발생하면 대응책을 마련할 여지가 크지 않은 저소득 국가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2003년 유럽에서 7만 명가량의 목숨을 앗아간 폭염이나 2005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부유한 나라라도 기상 이변에 대응해야 한다는 게 IPCC의 판단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