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남북 온실가스 감축 협력사업을 살펴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지금 프랑스에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뜨거운 관심 속에 열리고 있는데요, 이 총회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 온실가스와 관련한 보고서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는데요.
장명화: 네. 한국의 민간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남북 재생에너지 CDM 협력사업의 잠재력'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의 핵심은 남북한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CDM 협력사업을 벌일 경우 기대할 수 있는 경제효과가 112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입니다. 남한 돈 112조원은 미국 돈으로 대략 966억 달러입니다.
양윤정: CDM사업이 정확히 뭡니까?
장명화: CDM은 청정개발체제 사업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요, 선진국인 A국이 개발도상국 B국에 투자해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분을 자국의 감축 실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이로써 선진국은 비용 효과적으로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기술적·경제적 지원을 얻는 제도입니다. 온실가스 감축사업 시행 전·후를 비교해서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환경적 이익이 발생하면서 개발도상국의 지속가능 발전에 기여할 때 사업으로 승인하고 있습니다.
양윤정: 어디서 승인합니까?
장명화: CDM집행위원회에서 합니다. CDM집행위원회는 지구온난화를 줄이기 위한 국제협약인 '유엔기후변화협약' 산하에서 총괄업무와 규칙 제정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 줄어든 온실가스의 분량에 따라 기술을 투자한 선진국에 탄소배출권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탄소배출권은 CDM사업을 통해 온실가스 방출량을 줄인 것을 유엔의 담당기구에서 확인해 준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탄소배출권은 배출권거래제에 의해서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합니다.
양윤정: 그렇다면 선진국은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겠군요. 남한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어느 정도입니까?
장명화: 온실가스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은 주로 이산화탄소인데요, 2012년 기준으로 남한은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7위입니다. 1인당 배출량은 11.9톤입니다. 세계 1인당 평균 배출량 4.5톤에 비하면 2배를 넘습니다. 남한 정부는 2030년 배출이 예상되는 온실가스 총량의 25.7%를 감축하고, 나머지 11.3%는 국제탄소시장에서 배출권 거래를 통해 감축하겠다고 지난 6월 발표했습니다.
양윤정: 보고서에서는 남북이 CDM 협력사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된다고 봅니까?
장명화: 일단 남한이 북한에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기술을 이전하는 겁니다. 이 경우, 북한이 확보하는 전력생산 잠재량은 연간 약 9천TWh(테라와트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1테라는 1조입니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태양광 발전에서 가장 많은 8천900여TWh, 풍력발전에서 8TWh, 소수력발전에서 5TWh 등을 연간 확보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남한이 확보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은 연간 약 108억 톤 분량으로, 그 가치는 약 112조원에 달한다는 설명입니다.
양윤정: 북한이 재생에너지 보급에는 관심이 있긴 합니까?
장명화: 네. 물론입니다. 북한은 에너지 사용량이 적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지 않지만,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을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에 적극적입니다. 특히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2013년에 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와 환경 보호를 위해 '재생에너지법'을 제정했고요, 2014년 신년사에서는 "수력을 위주로 하면서 풍력과 지열, 태양열을 비롯한 자연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더 많이 생산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러시아 전력회사인 '라오동부에너지시스템'이 북한과 러시아 접경지역 양쪽에 4개의 풍력발전 단지를 건설해 모두 40MW의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런 북한 당국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은 남북한 CDM 사업에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양윤정: 북한이 CDM 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까?
장명화: 네. 북한은 지금까지 모두 8건의 CDM사업을 유엔에 공식 등록하고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2012년에 등록한 6건은 모두 소규모 수력발전 사업으로 북한이 투자하고 체코의 토픽 에네르고가 탄소배출권을 양도받아 판매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지난 2013년에 등록한 2건은 프로그램 CDM사업으로 광산과 산업폐수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활용하는 사업입니다. '프로그램 CDM사업'은 개별적인 일반 CDM사업과 달리 정책 실행을 위한 일련의 사업을 뜻합니다.
양윤정: 북한이 등록한 CDM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연간 이산화탄소 감축량이 어느 정도 될까요?
장명화: 보고서는 약 35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탄소배출권 가격을 톤당 10달러로 가정하면 연간 수익은 약 35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사업일정 지연으로 현재까지 탄소배출권을 발급받지는 못하는 실정입니다.
양윤정: 북한 당국이 이처럼 탄소배출권 확보에 나서는 이유가 뭡니까?
장명화: 전문가들은 부족한 외화를 충당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다양한 제재를 받자 부족해진 외화를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수력발전소를 포함한 사업을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등록한 뒤 탄소배출권을 확보·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겁니다.
양윤정: 외화벌이는 그렇다 치고, 북한은 고질적인 에너지난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때문에 남한과 CDM사업을 진행하면 서로 이익이 될 듯싶네요.
장명화: 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석탄과 수력 중심의 에너지 수급구조이고, 만성적인 에너지난을 겪고 있어 CDM사업을 벌이기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구원은 이어 "탄소배출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남한 기업을 위해서라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윤정: 남한 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군요.
장명화: 네. 남한은 지난 6월 유엔에 새로 제출한 계획에 따라, 총 감축목표의 30%인 약 1억 톤에 해당하는 탄소배출권을 수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남한은 불과 524개 기업만 배출권 거래를 할 수 있는데다, 안정적인 배출권 수입처가 태부족입니다. 이에 따라, 남한 정부는 북한의 탄소배출권도 한국의 배출권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지 법률을 검토 중입니다. 앞으로 북한 탄소배출권의 남한 내 거래가 인정되면, 오는 2020년까지 감축해야 할 남한의 탄소할당량을 채우고 북한엔 외화를 충당하도록 하는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전략인 셈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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