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86] 겨울철 건강을 위협하는 라돈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2007년 제작한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 대한 '라돈 지도'.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2007년 제작한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 대한 '라돈 지도'.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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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라돈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많이 일으키는 오염물질로 알려진 라돈이 단독주택에 사는 한국인의 겨울철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실시한 '전국 주택 실내공기 중 라돈 오염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겨울철 단독주택의 라돈 오염도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라돈은 실내공기 중 권고기준이 공기 ㎥당 148 ㏃(베크렐) 이하입니다. 베크렐은 방사능 물질이 방사능을 방출하는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방사능의 국제단위입니다.

지난해 여름부터 올봄까지 1년간 1,3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단독주택의 경우 겨울철에 기준치를 초과하는 비율이 약 33%까지 치솟았습니다. 10집당 3집꼴로 라돈이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셈입니다. 강원도 평창군 지역에선 기준치의 10배인 1508 ㏃까지 측정되기도 했습니다. 가을에도 초과비율이 약 26%나 돼 적지 않은 위험성을 드러냈습니다. 반면 여름엔 1.4%로 낮았습니다.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주택은 계절별 초과율이 0~5.4%에 불과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는 라돈이 어떻게 안방까지 스며들고 인체에 암을 유발할까?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의 빌 필드 보건학 교수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빌 필드

: 토양 중의 라돈은 건물의 갈라진 틈이나 배수관 등을 통해 실내로 들어옵니다. 호흡을 통해 폐에 흡착된 라돈이 자연 붕괴하면서 자그맣고 단단한 입자를 방출합니다. 일부는 쉽게 들이마실 수 있는 크기인데요, 폐에 축적됩니다. 일단 축적되면 암이 진행됩니다.

물론 들이마신 공기 중 라돈이 모두 폐에 달라붙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은 숨을 내쉴 때 다시 밖으로 나오지만, 들이마신 라돈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폐에 달라붙는 양도 많아집니다.

라돈은 사람이 흡입만 하지 않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근래 지하나 반지하 등에서 거주하거나 생활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고, 특히 단독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땅의 표면에 가깝고 겨울철에는 환기를 자주하지 않아 오염이 심한 편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에서는 한해에 3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라돈으로 인한 폐암에 걸려 사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선 라돈 피해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세계 보건기구의 권고기준이 100베크렐인데 비해 한국의 권고기준은 148베크렐로 선진국평균보다 낮은 수준이고, ‘규제’가 아닌 ‘권고’사항이어서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일간지 중앙일보가 최근 강원도 평창군의 한 마을을 찾았는데요. 해발 500m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청정지역이지만 환경부 조사에선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라돈이 땅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방사능이기 때문입니다.

신문이 연세대학교 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이 마을 20가구의 라돈 오염도를 측정했는데, 절반인 10가구가 기준치를 넘어섰습니다. 기준치가 넘는 집에 살고 있는 여든 살의 이 모 씨는 실제로 폐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폐암으로 사망한 주민도 있다”며 “다른 폐 질환을 앓는 사람은 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환기를 자주하고, 벽과 바닥의 갈라진 틈을 밀봉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또 ‘숯’과 같은 공기정화 물질을 실내에 비치하는 것입니다. 라돈은 흡연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므로 담배를 끊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조나단 사메 의학박사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조나단 사메

: 모든 단독주택은 라돈 검사를 받아야합니다. 이것만이 당신이나 나의 집이 라돈 수치가 높은지 아닌지 판가름할 유일한 방법입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은 이번 조사가 단독주택의 경우 전국의 842가구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그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합니다. 이미 미국, 영국 등에서는 라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까지 진행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대규모 주택 라돈 조사 등이 없었고, 그 피해도 정확하게 집계된 적도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실태조사를 통해 라돈농도가 높게 나오는 지역은 특별관리하고 정기적인 점검방안과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또 그동안 라돈으로 인한 폐암발생 등에 대한 피해사례를 파악하고, 역학조사도 실시해, 그 피해를 파악하고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거듭 강조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베이징의 대기 오염도가 또 '측정 불가'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주중 미국대사관은 지난 주 베이징시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522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대기 오염 측정 기준으로는 농도가 500을 넘으면 등급조차 부여할 수 없습니다. 이는 베이징시의 대기 오염도가 미국이 정한 6개 등급 중 최악인 '위험' 수준마저 넘어선 것을 뜻합니다. 미국 대사관은 베이징에 체류하는 자국민들을 위해 대기 오염도를 자체 측정해 매시간 공지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의 공기 질이 이처럼 나빠진 것은 베이징의 대기가 정체되면서 오염 물질이 외부로 퍼지지 않고 안개에 섞여 도시에 가라앉으면서 스모그 현상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중국 환경 당국은 "대기가 약간 오염됐다"고 발표해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 국제환경단체인 세계자연보호기금이 브라질의 삼림법 개정 추진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세계자연보호기금은 최근 성명을 통해 "삼림법 개정안이 브라질 의회를 통과하면 삼림보호 노력은 크게 후퇴할 것이며, 아마존 지역에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세계자연보호기금은 "삼림법이 개정되면 아마존 지역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삼림의 면적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면서 "삼림이 불법벌목으로 파괴되면 복구는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라질 의회는 지난해부터 1965년에 제정된 삼림법을 개정해 아마존 삼림 보호 정책의 권한을 연방정부에서 주 정부로 넘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환경운동가들은 주 정부가 정책 권한을 행사하면 아마존 삼림 개발을 규제하는 조치들이 대거 완화될 것이며, 그동안의 삼림 보호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현재의 삼림법은 아마존 지역 농민들이 전체 토지 중 80%를 숲으로 보유하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개정안은 이를 20%로 대폭 낮추고 있습니다. 세계자연보호기금은 새로운 삼림법이 도입되면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를 합친 것과 맞먹는 7천900만㏊ 넓이의 아마존 삼림이 파괴되고 29기가 톤의 탄산가스가 배출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