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87] 북한강의 녹조 악취 문제

9일 경기 남양주시 조암면 삼봉리 인근에서 국립환경과학원 한강물환경연구소 관계자가 조류에 오염된 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9일 경기 남양주시 조암면 삼봉리 인근에서 국립환경과학원 한강물환경연구소 관계자가 조류에 오염된 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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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강의 최근 녹조 악취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노래 '북한강에서') 저 어두운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 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한국의 유명한 가수 정태춘 씨가 부른 '북한강에서'라는 가요의 한 소절을 방금 들으셨는데요, 강물에 얼굴을 씻고 손을 담그는 장면이 일절과 이절 가사에 나옵니다. 지난 1985년에 발표된 노래인데요, 먼 북쪽 땅에서부터 남쪽 땅으로 흘러가는 북한강은 최근까지 물이 비교적 깨끗한 편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 수도권 상수원인 북한강 물이 완연한 녹색으로 변해 얼굴을 씻고 손을 담그기조차 어렵게 되고 말았습니다. 한국 환경부가 최근 조사한 결과 식물성 플랑크톤이 리터당 최고 만 5천여 개로 예년의 4배 가까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물의 흐름을 따라 떠다니는 아주 작은 식물군으로, 제 몸에 엽록소가 있어서 초록빛이 나는 말류인 '녹조류'라고도 합니다. 한강유역관리청의 손병용 과장이 한국 언론에 밝힌 말, 잠시 들어보시죠.

손병용

: 녹조류가 많이 발생했지만, 저희가 매일 채수를 해서 분석한 결과, 인체에 독성을 유발하는 물질은 아직 겸출돼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전혀 예상치 못한 현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양강·화천·춘천·청평·의암댐 등 북한강에 줄줄이 늘어선 댐이 깨끗한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는 데다, 주변에 오염지대가 적어 거의 대부분 1급수 수질을 유지하는 북한강에서 이처럼 심각한 녹조 현상이 겨울철에 발생한 것은 이변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한강물환경연구소 변형섭 박사는 “그동안 북한강에서 수온이 높은 여름에는 녹조가 발생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11월에 녹조가 대거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겨울녹조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꼽습니다. 우선 올해 11월 전국적으로 예년보다 기온이 섭씨 4도 이상 높은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강 수계를 흐르는 강물의 온도 역시 작년보다 3~4도 높은 섭씨 10도 안팎까지 치솟으면서 조류가 과다하게 번식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설명입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앞으로 온난화 현상이 과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돼 이상고온 등 기후변화가 이어질 경우 겨울녹조가 매년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강 일대에 9~10월 강수량이 급감한 것도 겨울 녹조의 주요 원인이 됐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9~10월 두 달 동안 경기도 청평 일대에 내린 비는 총 95㎜로 작년의 18%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공동수 경기대학교 교수는 "하천에 강물이 적으면 햇볕이 물속으로 잘 스며들어가기 때문에 수온이 높아지고 조류가 광합성 작용을 활발하게 하면서 과다 번식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녹조 발생으로 20일 넘게 수돗물에서 악취가 나 2000만 수도권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요, 이러자 최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습니다. 앞으로 북한강뿐만 아니라 다른 강에 대해서도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도록 대통령이 지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초비상이 걸린 곳은 고도처리 시설이 없는 수도권 30여 개 정수장입니다. 활성탄을 긴급 투입해 정수하고 있지만 악취 물질까지는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리수정수센터의 이재홍 과장입니다.


이재홍

: 평소엔 응집제를 써왔는데, 녹조류 때문에 활성탄 가루를 투여해서 악취 물질을 없애거나 저감시키고 있습니다.

소양강댐과 화천댐 등지에선 댐 방류량을 기존의 초당 30톤에서 70톤으로 두 배 이상 늘려 댐물을 흘려보내고 있지만 녹조 현상은 아직 완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양강댐 등지에서 물이 방류돼 조류가 하류로 떠내려 오면서 지난 6~7일 이후부터는 팔당댐에까지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팔당댐 하류에 있는 한강 본류 구간에서 조류가 더 늘어나 정수 처리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이번 사태와 관련해, 1500여건의 집단 민원이 발생했는데요, 환경부는 물을 100도 씨에서 3분간 끊이면 악취를 유발하는 물질이 쉽게 제거된다면서, 당분간 수돗물을 끊여 마실 것을 권고했습니다.

남북을 가로막은 철조망을 뚫고 하나로 흐르는 북한강의 북쪽에는 녹조류 현상으로 북한 주민들이 고통받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기대해봅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일은 위협이자 동시에 기회입니다." 대중에게 인기가 높은 ‘기후창조자'의 저자인 팀 플래너리 호주 맥쿼리대 석좌교수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습니다. 플래너리 교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등 시장에 기반을 두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노력이 특히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플래너리 교수는 "앞으로 녹색 에너지가 주요 성장 분야가 될 것"이라며 "기후변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풍부한 시장을 찾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플래너리 교수는 "2050년까지는 큰 규모의 나라들이 동일한 행동을 취하면서 녹색 에너지 기술이 굉장히 많이 전파될 것"이라며 '세계적 녹색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호주출신 생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플래너리 교수는 하버드대 석좌교수를 지낸 세계적 석학으로 기후변화 대응단체인 '코펜하겐 기후협의회'를 설립해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 전 세계 육지에서 가장 고도가 낮은 지점인 사해가 12만 년 전 완전히 증발한 적이 있으며 이로 미뤄 앞으로 다시 말라붙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염도 약 34%의 소금호수인 사해가 과거 바닥을 드러낸 것은 순전히 기후 변화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이스라엘과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가 사해로 흘러드는 하천과 지하수를 놓고 치열한 취수 경쟁을 벌이고 있어 고갈 요인이 과거보다 훨씬 많은 실정입니다. 이스라엘과 미국, 일본 등 국제 연구진은 사해 밑바닥에서 지난 20만년 동안의 지질학적 역사를 보여주는 퇴적층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마지막 간빙기인 약 12만 년 전 호수가 완전히 말라붙었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미국 지구물리학연맹 연례회의에서 최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이 사해의 가장 낮은 지점에서 채취한 퇴적층에서는 약 12만 년 전 사해의 물이 완전히 말라붙었음을 보여주는 45m 두께의 소금 층과 그 위를 덮은 해변 자갈층이 발견됐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