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115] 중국 하수시설 처리 반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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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중국의 하수시설 처리 반대 대규모 시위를 들여다봅니다.

(시위대 현장음)

최근 중국 장쑤성의 해안도시 치둥에서 만여 명의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하는 장면입니다. 이들은 중국 공안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몸싸움을 벌이며 시위를 계속했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시 청사에도 난입해 컴퓨터와 책상 등을 부수고 공안 차량까지 뒤집었습니다. 치둥 시의 주민 다이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입니다.

(다이) 시위 현장은 정말이지 난장판이었습니다. 청사 앞에 있던 차량 여러 대가 전복됐고, 일부 시위대가 시 청사에 진입했습니다. 시위대는 시 청사의 3개 층을 점거해 사무실의 사무기기를 창문 밖으로 내던졌습니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시위대와 공안이 충돌해 적어도 20명 이상이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해산 과정에서 1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전했습니다. 또 홍콩의 유력 일간지인 명보는 치둥시의 당 서기인 쑨젠화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시위대에 의해 상의가 찢겨 상반신이 노출되고 안경까지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격렬한 시위의 원인은 일본 기업인 왕자제지 공장의 하수관 건설 때문입니다. 시위에 참여한 남자 대학생의 말입니다. 이번 시위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등이 인터넷을 통해 상황을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직접 대거 참여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젊은 시위자) 모두 불만이 있기 때문에 여기 모였습니다. 정부가 하수관 건설을 취소했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겁니다.

문제의 하수관은 장쑤성에 위치한 일본 기업인 왕자제지의 공장 폐수 60만 톤을 매일 치둥 해안에 버릴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오래 전부터 지역 주민의 반발을 사왔습니다. 공장에서 해안까지 하수관이 건설되면 매일 엄청난 양의 오염 물질이 배출돼 바다 오염은 물론 고기잡이에도 치명적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시 당국은 환경오염 우려에도 지역 경제 개발을 이유로 왕자제지와 함께 하수관 건설을 강행해 왔습니다. 전문가들은 환경오염 우려에 지역 주민의 반일 감정까지 겹치면서 시위가 더 격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시위가 격화되자 치둥 시 정부는 TV를 통해 하수관 건설을 취소한다고 밝혀 흥분한 시위대를 가까스로 해산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위의 피해는 적지 않습니다. 남녀 대학생을 포함한 3명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인터넷에서 나돌고 있지만, 현지 공안 당국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습니다. 점거사태가 발생했던 정부 청사 주변 도로에는 경찰력이 대거 배치돼 여전히 삼엄한 경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지 주민들은 휴대전화와 인터넷 사용 등이 아직 부분적으로 차단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한편, 중국 당국이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하수관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불똥이 상하이로 튀고 있습니다. 당국이 해당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 처리 대책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데다, 공장 폐수가 바다 대신 상하이의 상수원인 창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대만의 유력일간지 중국시보에 따르면, 상하이 시민들은 인터넷 등에 이 문제를 다룬 토론 공간을 마련해 놓고 의견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공장 폐수가 바다 대신 강에 유입되면 더 큰 환경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상하이 시민들은 해당 업체가 일본 내에서처럼 엄밀한 폐수처리 기준을 지킬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장쑤성과 비슷한 사건은 지난달 초에도 일어났었습니다. 중국 쓰촨성 스팡시에 건설될 예정이었던 16억 달러 규모의 화학공장 건설이 주민들의 반대 시위로 무산됐던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환경오염을 이유로 한 달 사이 두 번이나 중국이 대규모의 개발사업을 취소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환경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치적 시위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던 중국 정부가 환경 보호를 이유로 봉기한 주민 요구 사항은 모두 수용하고 있는 점도 이러한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입니다.

미국의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해 "중국 부유층이 환경오염을 이유로 중국을 떠나 대거 해외로 이주하는 등 환경 보호 문제는 최근 중국 정부의 주요 근심거리로 부상했다"며 "중국 정부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화석 연료 사용 비중을 줄이고 환경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등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TV 드라마에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장면이 너무 자주 등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월 26일부터 한 달간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의 드라마에 일회용품이 소품으로 사용된 장면을 감시한 결과 모두 9개의 드라마에 일회용품이 방영된 장면은 167건이라고 밝혔습니다. 일회용 컵과 비닐 쇼핑백이 가장 많이 등장했으며 종이 쇼핑백, 나무젓가락, 일회용 도시락 등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보자기와 장바구니, 다회용 컵 등 재사용이 가능한 용품이 등장한 경우는 12건에 불과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시민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드라마에 일회용품이 줄면 한국 사회의 일회용품 사용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일회용품 없는 사회, 자원순환 사회를 만드는데 드라마 관계자들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지구 지표면의 온도가 지난 250년 동안 섭씨 1.5도가량 상승했으며, 지구 온난화의 주된 원인은 인간이 제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이 같은 결과가 과거에는 지구 온난화 현상에 동의하지 않고 회의적 입장을 보였던 한 저명한 과학자로부터 도출됐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끕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물리학 교수이자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고위 과학고문을 지낸 리처드 뮬러 박사의 '버클리 지표면 온도' 연구팀이 이 같은 결과를 내놨습니다. 뮬러 박사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50년 동안 지표면의 온도가 평균적으로 섭씨 1.5도 상승했다"고 말했습니다. 뮬러 박사는 "이 같은 지표면 온도 상승의 주된 원인은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극빙에 저장된 공기와 대기 표본 등을 분석한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과 지표면 온도 상승 간의 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뮬러 박사는 향후 50년 동안에도 지표면의 온도가 1.5도가량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만약 중국의 가파른 경제 성장으로 석탄 사용량이 늘어난다면 이 같은 온도 상승은 20년 안에도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