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 ⑭초고층 아파트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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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초고층 아파트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한반도 남쪽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초고층 아파트들이 병풍처럼 휘감아 둘러쳐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2002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아파트를 시작으로 불붙기 시작한 초고층 바람은 이제 서울을 벗어나 부산, 인천, 경기도, 충청남도, 경상북도 등 전국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초고층 아파트의 개념도 바뀌고 있습니다. 1983년만 해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지어진 18층 미성아파트는 초고층이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20~30층의 아파트들이 대량으로 지어지면서 초고층의 기준은 20층 이상, 30층 이상으로 계속 높아졌습니다. 최근엔 보통 35층 이상을 초고층 아파트라고 부릅니다.

좁은 땅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한 최선의 대안으로 여겨지는 초고층 아파트. 과연 미래를 위한 진정한 대안일까? 초고층 아파트의 에너지 소비적인 측면을 우려하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윤순진 교수는 아니라고 잘라 말합니다.

윤순진

: 지금 지어지는 고층아파트는 일반 아파트보다는 훨씬 조밀한 성격의 시멘트를 사용합니다. 그 결과 자연통풍이 잘 안됩니다. 일반 아파트는 굳이 창문을 열어놓지 않아도 시멘트 사이로 공기가 드나들기 때문에 환풍이 됩니다. 반면 고층아파트는 성질이 다른 시멘트를 쓰다보니까 일부러 환기를 해주어야합니다. 그런데 자연환기가 아니라 인공 환기를 계속 해줘야하기 때문에 전기가 계속해서 투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자연통풍이 어려운 구조로 설계돼 환기를 시키기 위해 공기청전기를 가동해야한다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최근 지어지고 있는 초고층 아파트는 외관과 조망을 확보하기 위해 탑 모양의 통유리로 지어지고 있는데, 조망권을 위해 만든 초고층의 통유리 구조는 추락사고의 위험과 바람 때문에 창문을 열 수 없게 지어지고 있다고 윤 교수는 지적합니다. 특히 통유리 구조는 온실효과로 냉방 시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에너지의 소모로 일반 아파트에 비해 5배 이상의 전기를 사용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겁니다.

윤순진

: 유리로 모든 것을 감싸는 그런 어떤 스타일의 건축들이 많습니다. 이게 온실효과를 굉장히 높여줍니다. 그냥 둘 경우에는 실내온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이 때문에 인위적으로 에너지를 투입해야합니다. 특히 여름에 대부분의 고층아파트가 엄청나게 덥습니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냉방을 계속 해주어야 합니다. 그 결과 상당히 많은 전기를 소비하게 됩니다.

한국에 있는 건국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의 강순주 교수는 나아가 초고층 아파트의 환기 문제를 인간의 건강문제와 연결 짓고 있습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초고층 건물은 안전 때문에 자연 환기를 하기 어려운데, 이로 인해 각종 오염물질과 냄새가 잘 빠지지 않아 머리가 아프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아토피 등 질병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자연 환기를 하면 보통 1년 안에 해결된다며 문제를 축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얼마 전 일본에서는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 임산부의 경우 유산, 사산 등의 이상 분만 비율이 고층일수록 높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보고됐습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1~2층에 사는 임산부의 유산율이 8.9%인데 반해 10층 이상에서는 19.4%로 무려 2배 이상 높았습니다.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의 연구 결과 자료에 따르면 고층 주거지가 저층에 비해 '포름알데히드‘나 '톨루엔’, '에틸벤젠‘ 등 발암 물질 농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순진

: 너무나 많은 인구가 서울을 비롯해서 수도권에 몰려 사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이것은 단지 주택만을 바꾸는 문제로는 해결되기 힘듭니다. 예컨대 서울에 굉장히 높은 고층아파트가 지어지지만, 평수는 과거보다 큽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소재도 고급을 많이 쓰기 때문에, 예전처럼 가난한 사람이 살 수 있는 도시가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 유럽은 참고할 한 가지 모범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사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1960년대와 70년대 급격한 도시화의 진행에 따라 인구가 도시로 집중되다 보니 주택부족이 사회 문제화됐고, 주택문제를 보다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해결하려다보니 고층아파트를 건설하기 시작한 겁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럽에서 고층아파트는 찬밥신세입니다. 과도한 에너지 소비에 따른 환경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고층, 고밀의 아파트 공급정책에서 저층, 고밀 주거의 공급으로 주택정책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아직도 경쟁하듯이 높아만 가는 아파트. 이제 한국도 초고층 아파트 문제에 대해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시기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뉴스입니다.

---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러시아의 환경 훼손 심화를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의 러시아 프로그램 대표인 이반 블로코프 씨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10년 전 우리가 예측했던 것처럼 러시아의 환경 상황이 악화해 있다"며 "재난 수준은 아니더라도 매우 슬픈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블로코프 대표는 "푸틴 정권에서 산림청과 환경보호위원회가 사라졌고 러시아 국민 90% 이상이 반대한 사용 후 핵연료 수입이 허용됐다"며 러시아 정부의 환경 정책 후퇴를 비판했습니다. 환경 운동가들은 환경 악화의 원인으로 산림 화재 증가, 잦은 기름 유출 사고, 환경 예산 감소 등을 꼽았습니다. 러시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화재로 인한 산림 피해 면적은 150만ha로 1990년대 말과 비교해 거의 2배에 달했습니다.

--- 기후 변화에 따른 홍수, 태풍, 가뭄 등 날씨관련 재해가 증가하고 있어 "초대형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유엔의 인도주의 담당 존 홈스 사무차장이 경고했습니다. 홈스 사무차장은 원조국이 직면한 최대 난제 중 하나는 기후변화에 따르는 문제점들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홈스 사무차장은 아이티의 포르토프랭스를 초토화시킨 대형 지진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날씨와 관련한 자연재해는 그 수적으로나 규모 면에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거대 인구, 지진대, 해수면 상승 등 취약 인자들을 복합적으로 갖춘 장소들이라고 홈스 사무차장은 지적했습니다. 홈스 사무차장은 수단의 다르푸르 사태 등과 같은 장기적 갈등으로 인해 인도주의 원조에 대한 수요가 가용한 자원보다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변화마저 가뭄이나 해수면 상승, 물과 경작지 부족을 일으켜 연쇄 이주를 낳음으로써 원조기금에 대한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