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림농복합경영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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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발간된 '북한 경사지관리 현장 전문가를 위한 림농복합경영 안내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우선 안내서 제목에 나오는 ‘림농복합경영’이란게 무엇인지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장명화: 네. 먼저 북한 국립환경보호성의 김광주 실장의 설명을 잠시 들어보시죠. 출처는 북한의 인터넷 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세계적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린 것입니다.

(김광주) ‘림농복합경영’이란 한 개의 같은 토지에서 나무도 심고 거기에다 농작물과 또는 약초 등을 섞어서 심는 새로운 산림경영 형태입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혼농임업’이라는 말을 쓰는데요, 농업과 임업을 겸하면서 축산까지 도입해, 식량, 과실, 풀 사료, 땔감, 목재 등을 생산하고 토양 보전을 실천해 지속농업을 가능케 하는 복합영농의 한 형태입니다. 현재 유럽연합 각국에서 폭넓게 실용화되고 있는 종합적이고 집약적인 토지이용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윤정: 네. 그렇군요. 이번 안내서는 어디서 발간했습니까?

장명화: ‘세계혼농임업센터’입니다. 지난 2006년부터 유엔환경계획과 함께 전 세계적인 식목운동을 펼쳐오고 있는 국제적 연구기관입니다. ‘지구를 위한 식목’이라는 표어 아래, 대중, 민간단체, 기업, 사업가, 시민단체, 정부가 매년 전 세계에 최소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자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스위스 외무부 산하 개발협력청과 함께 북한의 헐벗은 언덕에 나무와 농작물을 심는 경사지 관리법을 전파해 오고 있습니다.

양윤정: 안내서에는 어떤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까?

장명화: 모두 63쪽 분량의 안내서에는 림농복합경영의 개념과 필요성, 구체적 사례, 설계법, 관리법, 림농복합경영을 농가살림에 연계시키는 방법 등이 사진과 그림이 곁들여져 자세히 설명돼있습니다. 예컨대, 그저 아무 나무나 되는대로 심는 것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나무를 심고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조언이 나옵니다. 이번 안내서는 김광주, 조송룡, 방철준, 우운종, 김용수 등 북한 전문가도 대거 참여했습니다. 결국, 이번 안내서는 지난 10년간의 북한 내 시범사업을 총정리한 책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윤정: 시범사업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장명화: 사리원 시를 비롯한 황해북도 일부 군에서 1천 헥타르에 이르는 땅에 800여 가구가 참여했습니다. 2014년까지는 황해남도까지 시범사업을 확대해 1500가구가 참여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나아가 이를 점차 전국적으로 확산해, 각 도마다 수백 가구가 각각 1ha 씩 배당받아 나무와 작물을 심게 할 방침입니다.

양윤정: 10년간의 시범사업의 결과는 긍정적입니까?

장명화: 네. 전반적으로 림농복합경영 사업을 통해 토지황폐가 줄어들고, 식량사정이 나아졌다는 게 세계혼농임업센터의 판단입니다. 후안 마이어 박사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후안 마이어) 농작물 생산을 높여 주민의 소득을 높이면서도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때문에 산림을 복원하는데 유리합니다.

마이어 박사는 또 시범사업에 참여한 주민에게 토지 이용 권리와 수확물 소유권, 그리고 독립적인 농사 계획 권을 주었다면서, 이는 그동안 북한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개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양윤정: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유튜브 동영상에 나오는 황해북도 수안군에 사는 리순옥 씨와 김순화 씨의 말, 각각 들어보시죠. ‘쓸모없던 땅’ ‘산사태’ ‘식량문제’ 등이 언급되는데요, 북한 주민들의 과거 어려움이 살짝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리순옥) 우리는 처음에 산 경사지에 나무를 심고 알곡작물을 뿌릴 때, 오늘처럼 이렇게 푸르른 나무도 자라고, 콩과 밭벼를 비롯한 알곡들을 거둘 줄은 몰랐습니다.

(김순화) 그렇습니다. 이처럼 비탈진 산 경사지에서 나무와 함께 알곡작물이 자랄 수 있겠는가 하고, 심으면서도 우리는 의아한 생각을 가졌었습니다. 그러나 한해 한해, 나무와 함께 알곡을 뿌리고 가꾸어온 결과, 쓸모없던 이 땅이 인민생활의 향상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리순옥) 림농복합경영의 도움으로 산사태를 완전히 막고 심각한 식량문제를 풀게 됐으며 우리가 사는 이 고장이 아름답게 변모돼 우리 모두가 다 기뻐하고 있습니다.

양윤정: 북한의 경사지에서는 그동안 집중 호우 때마다 토사 유실이 발생했는데, 여러 종류의 나무와 작물을 심어 식량 생산도 증대하고 환경도 보호하는 소위 ‘림농복합경영’이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네요. 장명화 기자, 수고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소식입니다.

-- 중국 정부가 최근 토양오염 현황에 대한 정보 공개를 거부한 것에 대해 최근 개막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위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고 중국의 일간지 남방도시보가 전했습니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지난달 말 베이징의 법률가 둥정웨이가 요구한 '전국 토양오염 현황 조사 방법과 자료' 정보 공개 신청에 대해 "해당 정보는 국가기밀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당국의 이런 태도는 최근 집단 납중독과 피부병 발생 등 환경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중국시민들로부터 "정부가 환경오염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어서 관련 정보를 감춘다"는 비난을 샀습니다. 정협위원 쭤중선은 "토양의 질은 원래 국가기밀이 아닌데 관계 기관이 당연히 공개해야 할 내용을 비밀로 만들었다"면서 "이는 자신들의 업무상 실수를 감추려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정협위원인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 자캉 소장은 "대중의 이익과 밀접한 정보의 경우 공개할 수 있는 것은 다 공개해야 한다"면서 "관계 당국은 비밀유지법에 관련 규정이 있다고 해도 이를 완화해 대중의 알권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지난 2000~2010년 사이 지구 온도는 예상만큼 더워지지 않았는데 그 원인은 사람들이 배출한 대기 오염물질이 아니라 수십 개의 화산에서 분출된 물질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 대와 해양대기국 과학자들은 이 기간 대기 중 연무질의 양이 증가한 원인을 분석한 결과 중간 규모나 작은 화산 분출이라도 연무질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지구 표면에서 배출된 이산화황 입자는 20~30㎞ 상공의 성층권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황산과 물 분자 등 연무질을 형성하고 그것이 햇빛을 반사해 열을 식혀 주는데 지난 10년간 연무질이 늘어나면서 온난화 영향을 최고 25%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그 원인을 놓고 연구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오고 있는데 하나는 급격한 석탄 사용 증가로 2000~2010년 사이 이산화황 배출량이 60% 늘어난 중국과 인도가 주범이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작은 화산 분출이라도 성층권의 연무질을 증가시킨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학자들이 지구 기후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거나 중간급 화산의 분출에도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