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 우리에겐 희망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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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촌 '뉴몰동'이라고 불리는 런던 코리아 타운 뉴몰든에는 100여명 가량의 탈북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낯선 이국 환경에 정착해 가고 있습니다.

자신의 선택이 아닌, 부모들의 선택에 의해 갓난아기 때 두만강, 압록강을 넘었거나, 또는 제3국에서 출생한 탈북 2세들입니다.

글로벌 시대의 세계화 속에서 선진국 문화, 서구화 된 문화를 추구하며 열심히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 우리의 아이들이 나 자신, 자기 자아를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고 의구심 마저 든다는 영국거주 탈북민들의 이야기는 다가 올 통일미래에 대해 다시 한번 재 점검 해 봐야 하는 사회적 질문을 던져 놓고 있습니다.

뉴몰든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15살 가명의 김현희 양은 영국의 이름 난 학교에 다닙니다. 현희 양의 부모님은 함경북도 무산 출신입니다. 북한의 엄혹한 식량난이 불어 닥쳤던 1998년 '고난의 행군'시기에 탈북한 현희양의 엄마는 제3국에서 현희 양을 낳았습니다.

부모의 손에 받들려 제3, 4국을 거쳐 유치원 나이에 영국에 정착한 현희 양은 총명하고 똑똑한 아이로 주위의 부러움을 사며 커 왔습니다. 현재 그는 영국의 유명 중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학급에서는 제법 1~2등을 놓치지 않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으로 통하지만 그에게는 말 못할 두려움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한국말은 하지만 혀끝이 꼬부라지는 자연스럽지 못한 말투, 영어를 간간히 섞어서 말하는 현희 양은 한국말이 제일 두렵다고 자신 없는 소리로 이야기 합니다.

현희양: 한국말이 더 어려워요. 영국 말이 더 편해요.

무엇이 또 두려우냐는 질문에 현희 양은 같은 반에서 공부 했던 한국 친구들이 몇 년씩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이야기하면서 같은 한국인인 자신은 왜 한국으로 갈수 없는 지,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왠지 두렵다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러면서 코리아가 북한과 남한으로 나눠진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였다며 하지만 자신는 북한이란 나라는 무섭고, 더욱이 북한사람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 싫다고 하면서 그런 것이 알려지는 것 또한 두렵다고 말 했습니다.

꿈이 있느냐는 질문에 꿈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니 꿈이 무언지도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을 좋아 하느냐는 질문에는 무용과 댄스를 좋아하고 지금은 태권도도 배우고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현희양: 태권도 하는데요. 친구가 한번 같이 하자고 했는데 진짜 하게 되었어요. 블루벨트인데 이제 세개만 나오면 블랙벨트예요.

학급에서 1~2등을 놓치지 않는 탈북 청소년, 지식은 있지만 지혜는 말라있는 소녀. 한국어는 잊혀가고 역사는 싫고, 정체성은 무언지도 모르고 커가는 탈북 청소년들의 현주소가 미래의 통일주소가 될까 두려움 마저 듭니다.

현희양의 경우만이 아니었습니다.

영국 뉴몰든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탈북 어린이들은 북한은 무섭고 싫은 곳이지만 그렇다고 한국을 '내 나라'로 느끼지도 않습니다.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모르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자기 고국을 외국처럼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 영국의 탈북 어린이들, 다가올 통일준비를 위해 한국정부의 관심과 사랑, 교육지원이 필요할 때 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런던에서 RFA 자유아시아 방송 김동국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