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행군과 함께 사라진 북한의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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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은 본격적인 휴가철입니다. 어제가 봄인가 싶더니 취한 봄향기에 깨기도 전에 성큼 다가온 휴가철을 맞아 영국거주 탈북민들은 달콤하게 보낼 휴가지 선택으로 분주합니다. 매해마다 그룹을 만들어 바다로, 캠핑타운으로 열심히 휴가를 다녀오는 편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휴가철이 더 기다려 졌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북한에서 30년간 운전사로 있다 현재 영국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는 가명의 배철환씨는 북한사람들은 휴가에 대한 개념이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국가적으로 공식적인 휴가제도는 존재하나 미공급이라는 경제난을 겪으면서 휴가제도는 그림의 떡으로만 남아있고 사람들은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강요당한다고 증언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제도상 매해 근로자들의 정기 휴가를 14일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착 북한 근로자들은 직장으로부터 휴가를 받자면 쉽지 않습니다. 휴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 데 휴가 받는 이유를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단순히 여행을 가고 싶다거나 집에서 쉬겠다는 사유를 기재하면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 충성심이 부족한 사람으로 낙인 찍혀 승인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승인받기 제일 쉬운 사유는 약혼식, 결혼식, 부모 환갑이나 장례 등 관혼상제일 뿐입니다. 그 외에 환자간호, 집수리, 식량구입 등 생계형 사유가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어렵게 휴가를 받아도 북한사람들은 실제 관혼상제를 제외하고는 휴가철에 놀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장사를 하거나 개인 뙈기밭 농사를 하거나 땔나무를 하러 다닙니다. 그러나 휴가 14일간으로 할 일을 다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휴가 외에 '사결'을 받습니다.

사결은 한 번에 3일 한도로 연간 7일간 받을 수 있습니다. 휴가와는 달리 사결을 받는 기간의 임금은 지불되지 않습니다.

이런 형식상 제도의 휴가도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기 식량배급이 중단되면서부터는 휴가에 대한 개념이 아예 사라졌습니다.

어차피 먹을 것이 없는데 무단결근이면 어떻고 휴가면 어떤가라는 생각 때문에 휴가라는 의미가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배씨는 하지만 무단결근 자는 휴가 전체가 박탈되며, 그래도 무단결근이 계속 이어질 경우에는 안전부에서 나와 체포해 강제노동을 시킨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계속해 그래도 사람들이 죽기살기로 무단결근을 하는 이유는 아무리 직장에 나와 일을 해도 배급이나 임금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서 북한주민들은 내일 잡혀가더라도 오늘은 뙈기 밭을 뚜지거나 장사를 해야 가족들이 살수 있기 때문에 당국이 아무리 통제해도 북한 내 무단 결근 현상은 끊이지 않는다고 당시 살던 상황을 회고 했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사회주의는 인민이 살기 좋은 낙원이라고 선전하는 북한, 하지만 변변한 휴가 조차 즐기수 없는 그런 사람 못살 생지옥에서 살아가는 북한주민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고 탈북민들은 저저마다 이야기 합니다.

런던에서 RFA자유아시아 방송 김동국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