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탈북자들] 북 주민, 이번 설 어떻게 보냈을까

2012년을 맞이하여 템즈강변에서 불꽃 축제 구경을 하는 영국인들.
2012년을 맞이하여 템즈강변에서 불꽃 축제 구경을 하는 영국인들. (RFA PHOTO/ 김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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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일어나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그곳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소식과, 생활 얘기를 전해드리는 유럽의 탈북자들 영국 런던에서 김동국 기자가 전합니다.

새해가 밝아오면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새로운 것에 대한 어떤 기대와 설렘, 소망을 담아 새해 첫날을 명절로 정해 뜻 깊게 기념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도 새해를 맞이하여 2012년 1월1일 밤 12시 정각, 런던의 젖줄 기라 불리는 템즈 강 변에 20만 군중이 불꽃놀이 축제를 벌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한국에서도 일출이 유명하기로 소문난 강릉 정동진, 동해 추암 해수욕장 등 이름난 명소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60년만에 한번씩 온다는 흑룡 해에 그 어느 때보다 모든 일이 잘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소망했습니다.

북한에서도 매해 설날이 오면 12시 정각에 평양성에 있는 에밀레종을 울리며 새해 시작을 알려 왔으며, 주민들에게는 설날만큼은 소주 한 병 과 200g 과자 한 봉지씩 공급해 왔습니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새해 소망을 기원하는 2012년 설 북한사회 분위기는 유난히 우울해 보인다고 북한 회령시 오산덕동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이 전해 왔습니다.

함흥 도시건설 사업소에서 소장으로 있다 2008년에 영국에 정착한 가명의 석명호씨는 북한이 고난이 행군을 겪으면서 명절공급을 중단한지 이미 오래 되었다면서, 그렇지만 습관적으로 명절이 오면 혹시 명절 공급을 주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석 씨는 국가에서 명절공급을 안 줘도 가까운 사람끼리 없는 음식이라도 나누고, 설날엔 애들이 세배를 하고, 얼큰하게 술 한 잔씩 거하게 마시는 분위기는 그 어려운 경제난 속에서도 여전했다며 하지만 이 번 설은 독재자 김정일의 사망으로 인해 북한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냈는지 걱정 된다고 말 합니다.

1월 8일은 새로 권력을 잡은 독재자 김정일의 아들, 김정은의 생일입니다.

김정일의 사망과, 새해 설 명절, 또 김정은의 생일.

참으로 북한의 새해 분위기는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묘하게 흘러가는데요, 설이면 한국은 떡국을 먹는 것과 달리 북한은 송편을 빚어 먹습니다.

뭐 지방 마다 조금씩 다른 문화들이 존재는 합니다만 통상적으로 설 아침이 되면 북한 아이들이 기대하는 건 세뱃돈과 송편입니다.

김정일의 사망으로 인해 다음달 2월 16일까지 지속되는 애도 분위기에 이런 설 문화조차도 함부로 즐길 수 없다는 당 조직의 지시에 북한주민들의 한 숨 소리만 높아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을 탈출해 자유를 찾은 탈북자유민들은 독재자 김정일의 사망으로 이번 설을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게 보냈습니다.

고난의 행군시기에 눈앞에서 굶어 죽어가는 엄마를 아무 힘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가명의 한경수씨는 설날에 지내는 어머니 제사상 앞에서 '어머니를 굶겨 죽인 김정일이 죽었으니 이젠 마음 놓고 세상을 떠나라'며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그는 이어 새해를 맞이하여 마음 속으로 기원하는 소망은 북한의 독재정권이 하루빨리 무너져 북한 주민들이 노동당과 군부의 독재에서 벗어나길 바란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사 다망했던 2011년을 보내고, 2012년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 속에는 새해에 대한 간절한 소망들이 있습니다.

특히 독재에 항거하여 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했던 탈북자유민들은 300만명의 북한 주민들을 굶겨 죽이고, 30만 탈북자라는 또 다른 이산가족을 만들어낸 김정일-김정은 정권이 올 해에는 꼭 종식이 돼 북한사회에도 자유와 민주의 꽃이 활짝 피어나길 소망 한다고 한결같이 이야기 합니다.

런던에서 RFA자유 아시아 방송 김동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