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탈북민들의 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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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습니다. 영국은 여느 때보다 올해는 일찍 봄이 찾아 왔는데요, 만물이 기지개를 펴는 이 계절에 영국거주 탈북민들은 여러 가지 활동으로 올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주위에는 갖가지 꽃들이 피어나는 아름다움에 일부 탈북민들은 서로 친목을 도모하며 함께 꽃구경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한 곰취, 달래, 민들레를 비롯한 나물 캐기에 열심인 탈북민들도 있습니다.

북한을 탈출해 2007년에 영국에 정착한 가명의 김가이씨는 먹을 것이 부족한 북한에서는 봄이 오면 나물 구경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새 싹이 돋아나는 초 봄부터 풀이라고 생긴 것은 모조리 뜯어 양식에 보태기 때문에 나물구경을 할 수가 없고 설령 간혹 도라지, 더덕, 곰취, 고사리 같은 산나물을 채취했다고 해도 당국의 외화벌이 상납요구 때문에 먹어보기 커녕 모조리 조직에 갖다 바친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보기 드문 나물들을 낭만과 취미로 채취를 하니 별 세계에 온 것 같다고 영국 봄의 풍경을 자랑했습니다.

김가이: 북한에서도 풀 뜯으러 가는데요, 모두 식량대용으로 쓰구요, 고사리나 버섯 같은 고급 나물들은 뜯어다가 다 나라에 바쳐야 되구요, 영국처럼 취미로 나물을 캐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영국은 요즘 중간방학철입니다. 정규적으로 진행되는 여름과 겨울 방학철 조차도 각종 사회노동에 동원되는 북한학생들은 봄에 무슨 방학이 있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제일 방학이 많고 휴일이 많은 나라가 바로 영국입니다. 영국은 겨울과 여름 방학 외에도 기독교 명절인 부활절을 맞아 보내는 봄방학, 뱅크 홀리데이 등 다양한 방학과 공휴일이 있습니다.

영국의 뱅크 홀리데이는 말 그대로 해석을 하면 은행 휴일인데요, 세계 금융 중심지인 영국 중앙 은행에서 한 해에 며칠을 휴일로 정해 쉬기로 했던 것에서 유래가 되었습니다. 현재의 뱅크 홀리데이는 1971년에 제정된 법에 따르고 있습니다.

부활절은 기독교에서 십자가에 달려 죽은 예수가 다시 살아남을 찬양하는 날입니다. 대부분의 서방교회에서는 춘분(春分) 당일 혹은 춘분 직후의 만월 다음 첫번째 일요일로 정해 놓아 3월 22일부터 4월 25일 사이의 기간 중 어느 한 날에 부활절 행사를 치릅니다.

이 부활절 행사기간을 계기로 영국에서는 봄 방학을 진행합니다. 아이들은 두 주간 봄방학을 보냅니다. 일부 탈북민들은 봄 방학을 맞아 프랑스, 이딸리아, 벨기에, 아일랜드, 네덜란드, 독일을 비롯한 유럽여행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비행기 여행도 좋겠지만 자기차량을 몰고 전 유럽을 여행하는 재미는 특별합니다.

영국이 섬나라인데 어떻게 차를 가지고 다른 나라로 갈수 있느냐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바다 밑으로 해저터널 즉 굴간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어 기차들이 오고 갑니다. 그 기차에 차를 싣고 프랑스에 도착하면 그때로부터 자가용 차를 끌고 전 유럽여행이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탈북민들은 애들의 방학철이 오면 온 가족이 함께 자가용 차를 몰고 다른 나라로 가곤 합니다. 이웃지역을 갈 때 조차도 여행증명서를 발급 받아야만 가는 제한된 여행 조건을 갖추고 있는 북한과 비교해 볼 때 상상도 하기 어려운 꿈의 이야기가 영국에서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편 탈북민 청장년들은 파크 즉 공원에 모여 매주 토요일 마다 축구시합을 펼치며 봄을 만끽 하고 있습니다. 영국 탈북민들은 단체가 출범한 2008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10년간 매주 토요일 공원에 모여 축구시합을 펼칩니다.

올해는 특별히 일찍이 찾아온 봄 기운에 다른해 보다 이르게 파크 모여 다양한 체육활동 들을 즐겼는데요, 청장년들이 잔디밭 위에서 축구로 친목을 다져갈 때 가족들과 아이들은 파크 옆 놀이터에서 다양한 놀이기구를 즐깁니다.

때로는 송구, 농구, 족구, 배구를 즐기기도 하구요, 특별한 날 에는 장기와 주패, 윶놀이도 즐기곤 합니다.

RFA자유아시아 방송 김동국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