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 일어나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그곳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소식과, 생활 얘기를 전해드리는 유럽의 탈북자들 영국 런던에서 김동국 기자가 전합니다.
런던, 하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세요? 혹시 우리가 북한의 교과서나 소설책에서 아주 잠깐씩 엿 볼 수 있었던 안개속의 도시일가요, 아니면 습기와 잦은 보슬비로 늘 젖어 있는 음침한 도시로 기억되나요? 과거에 우리가 알고 있던 런던의 날씨는 이제는 옛 그리움으로 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이 변했답니다. 보름 이상 계속되는 햇볕 따뜻한 화창한 날씨와 길가에 아름답게 피어 있는 갖가지 꽃들, 그리고 하늘을 배경으로 눈 뿌리 아득히 펼쳐진 드넓은 초록색 공원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만듭니다. 지난 22일 금요일, 런던에 거주하는 20여명의 탈북자유민 어르신들은 봄을 맞아 오랜만에 봄나들이에 나섰습니다. 한평생을 북한에서 고생, 고생하시며 살아오신 분들이 이날만은 모든 근심을 털어놓고 어린이의 동심세계에 빠져 런던 리치몬드 공원의 아름다운 피크닉, 봄 소풍을 즐겼답니다. 2008년에 탈북 해 영국에 정착한 60세의 리분희 할머니는 내 평생 맘 편히 봄나들이를 즐겨보기는 처음이라고 피크닉의 즐거움을 말합니다.
리분희: 오늘 리치몬드 파크, 공원에 오니까 경치도 좋고 날씨도 좋고 친구들과 같이 놀면서 음식도 즐기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북한에 있을 때는 일에 치이다 보니 놀러 가지를 못 했어요. 그저 나물이나 버섯 뜯으러 다녔는데 이 사회에 와서야 정말 이런데도 다 있구나...
피크닉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야외에 나가 산책도 하고 식사를 하면서 즐기는 일인데요,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봄철의 꽃놀이, 화전놀이, 여름철의 물놀이, 천렵, 낚시, 가을의 단풍놀이 등 다양한 피크닉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 영국에서는 공원에 나가 햇볕을 쪼이며 피부를 검게 하는 썬팅, 바닷가에 나가 즐기는 피서, 천막이나 여행용 이동차량, 이 차량은 취사도구와 침실이 준비되어 있는 작은 방인데요, 영국인들은 이런 차량들을 차 뒤에 달고 여행 하면서 피크닉을 즐깁니다. 하지만 북한의 피크닉이라 해봐야 기껏 학생시절에 봄, 가을에 조직하는 등산놀이 정도가 전부입니다. 그것도 철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오랜만에 찾아오는 야외놀이지만 음식을 장만해야 하는 부모님들에게는 남모르게 찾아오는 걱정거립니다.
가족과 같이 2003년에 탈북 해 2007년에 영국 정착한 70세의 가명의 강덕구 어르신은 북한에서의 등산을 회고 하며 그때 싸가지고 가는 도시락이 아이들 사이에서는 은근히 자존심의 경쟁이였다며 한 끼의 밴또, 즉 밥곽 때문에 부모님을 원망했던 자신의 지난날을 회고했습니다.
강덕구: 애들이 등산을 간다고 하면 부모들의 근심이 제일 많아요. 우선 심리적으로 타격을 받습니다. 아이들은 북한 사회의 경제가 그런 줄 잘 모르고 단지 부모의 경제적인 사정만으로 생각하기에 항상 우리엄마는 왜 저 집보다 못하게 싸주나 하는 것을 듣고 아이들은 모르는 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선 돈도 돈이지만 물건이 제대로 없으니까요. 쌀이 없어서 옆집에서 꾸어오고 대체로 누구나 없이 사는 계란, 닭을 기르는 집은 있는데 닭을 기르지 못하고 시장이 멀리 떨어진 집은 계란을 구할 길이 없고....
런던 리치몬드 파크에서 갖가지 꽃구경을 즐기며 잠시나마 옛날의 춘향과 이도령으로 돌아갔던 탈북자유민 어르신들은 집에서 정성껏 준비해온 맛있는 음식들을 나누며 이날 피크닉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런던에서 RFA 자유아시아 방송 김동국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