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창 농사철인 북한에서는 강냉이 영양단지를 심고, 모내기 하느라 모두들 고생들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유럽에 거주하는 탈북자유민들도 농촌지원에 동원되어 농사를 짓던 북한생활을 떠올릴 때가 많은데요, 특히 새벽에 나가는 모뜨기 전투와 비 오는 날 비닐 방막을 뒤 짚어 쓰고 허리가 아프도록 벼 모를 심는 모내기 전투는 지금도 생각하면 진절머리 난다고 저마다 한마디씩 합니다.
그렇게 고생하며 농사를 지어 먹을 고생이라도 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늘 쪼들리는 가난과 배고픔 때문에 고생도 헛고생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북한생각만 하면 두 번 다시 하기 싫어질 농사일이지만 탈북자유민들은 영국에 살면서 또 농사일을 합니다. 왜냐고요?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선진 민주주의 사회는 농사를 단순히 먹고 사는 직업으로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혹시 주말 농장이라고 들어보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선진국에서는 건강을 위해서 주말에만 농사일을 하는 농장 있는데요, 그런 농장을 보고 주말 농장이라고 부릅니다.
농사도 취미생활로 하는 꿈의 시대로 들어선 거죠.
2007년에 북한을 탈출해 현재 런던에 살고 있는 가명의 김도민 씨는 도시인들이 평일에는 일 하고 휴일에는 취미생활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삶의 기쁨을 만끽한다며 북한에서는 이런 이상적인 도시생활을 상상도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김도민: 저희 북한을 떠나서 여기 영국에 와서 정착함에 있어서 도시생활 이라는 게 평일에는 일만 하고 주말에는 또 이제처럼 할 일이 크게 없거든요, 없는데 좀 갑갑한 시간도 보내고 하다가 주말농장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북한에서 상상을 할 수 없는 생활을,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죠.
농사철인 춘궁기에는 전당, 전군, 전민이 떨쳐나 농사에 동원되는 것이 북한의 사 오월의 풍경입니다. 배움의 창가에 앉아 공부를 해야 할 학생들까지도 숙소를 잡고 농촌지원에 동원 되는 특유의 나라입니다.
지구상에서 제일 가난하다고 알려진 아프리카에서도 없는 일이 북한에서는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오죽했으면 강냉이 영양단지를 주로 학생들이 심는다고 해서 학생단지라고 했겠나요.
학생도 농사짓고, 군대도 농사짓는 나라, 그러면서도 세계에서 제일 빈곤한 국가 북한. 굶어 죽으면서도 '수령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이상한 인민이 사는 국가가 바로 북한입니다. 그런 조국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워지고 눈물이 난다며 그래서 주말농장 에나가면 어렵고 힘들었던 북한시절이 떠올려 진다는 탈북자유민들의 이야기는 듣는 이의 눈시울을 적십니다.
그렇지만 그 땅의 냄새를 맡으며 주말마다 나가 일을 하노라면 갑갑했던 하루도 훌쩍 지나가고 쌓였던 피곤도 싹 가신다는 사십 대의 주부 탈북자유민 김국화 씨는 북한 주민들도 생계를 위해 농사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취미생활로 농사일을 하는 그런 시대가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합니다.
김국화: 고향이 그립고 두고 온 가족들이 보고 싶을 때 밭에 나가 땅 냄새를 맡으면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예요. 무공해 식물을 직접 내 손으로 내 손으로 키우는 재미도 있고요, 또 우리 딸 에게 자라나는 식물을 직접 눈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계기를 줘서 좋다고 생각해요.
탈북자유민들이 운영하는 주말 농장에는 상추•쑥갓•시금치, 마늘, 배추 등의 채소류부터 미나리, 곰취 등 산나물의 양식 류, 옥수수, 콩과 같은 열매 주식 류, 사과나무, 포도나무 등의 유실수까지 없는 것이 없습니다.
심지어 두만강을 통해 넘겨온 북한산 옥수수와 수수도 재배해 주말농장 안에서는 영국 시민들이 노스 코리안 들은 일등 부자라며 부러워합니다. 다양한 종류의 씨앗을 직접 심고 가꾸며 살아가는 런던의 탈북자유민들은 도시 속 농부의 희망찬 삶을 내일도 계속 이어갑니다.
런던에서 RFA 자유아시아 방송 김동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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