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난민의 날 맞아 ‘크로싱’ 상영

0:00 / 0:00

6월 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난민의 날'입니다. 난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국제연합 즉 유엔이 2000년에 열린 유엔총회 특별 결의안을 통해 정했는데요, 유독 북한만 빼고 전 세계가 이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세계난민의 날'을 기념하여 24일 런던에 위치한 '국제사면위원회' 영국본부에서는 북한주민의 생활상과 탈북민들의 탈북과정을 생동하게 재연한 영화 '크로싱'이 상영되어 참가자들의 심금을 크게 울렸습니다.

해외 탈북자유민 최대 조직인 '재유럽 조선인 총연합회'가 발기하고 '국제 사면위원회 영국본부가 주관한 이날 영화 상영회에는 국제 NGO 관계자들과 영국시민들, 한국교민들, 탈 북 민들이 대거 참가했습니다. 영화 크로싱은 가난과 굶주림을 벗어나기 위한 북한주민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예술적으로 잘 표현한 영화입니다.

2007년 북한 함경도 탄광마을의 용수네 가족은 매 끼니를 걱정하는 어려운 형편이지만 아들 준이의 씩씩한 성장을 보며 행복하게 삽니다. 하지만 어느 날 엄마가 폐결핵으로 쓰러지자 아버지 는 약을 구하기 위해 중국 행을 결심합니다.

준이 아빠는 벌목장에서 일을 하며 돈을 모으지만 북한사람이라는 처지로 중국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입국하게 됩니다. 그사이 아내는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은 열한 살 준이는 무작정 아버지를 찾아 북한을 탈출해 몽골의 고비사막을 걷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아들의 탈 북을 위해 브로커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만나길 고대하지만, 아들 준이는 끝내 사막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영화는 결코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탈 북 민들이 처한 현실이 암울하고 막막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탈 북 민들의 선택은 그들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탈 북은 오로지 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존의 문제이지 정치이념의 문제가 아니라고 꼬집습니다. 북한을 탈출한 탈 북 민들의 선택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삶의 몸부림이고 탈북자는 중국이 말하는 생계 형 불법 월경자가 아닌 난민이라고 영화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영화 상영회에 참가한 130여명의 참가자들은 시종일관 눈시울을 적시며 북한주민들의 애절한 비관적인 현실을 손에 땀을 쥐고 걱정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재 유럽 조선인 총연합회' 즉 (유럽총연) 탈북자유민 회원들과의 질의 응답시간이 있었습니다. 질의 응답에서 참가자들은 북한주민들이 북한을 탈 북 하게 된 동기와 북한에서의 생활상, 강제 북 송 이후 북한정권으로부터 받는 피해 실태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하였습니다.

2005년에 북한의 한 국경도시에서 살다가 탈 북 후 3번이나 북 송 된 경험이 있는 유럽총연의 김송주 씨는 강제구금 시설의 인권유린 상황에 대해 증언하면서 추운 겨울날 영하 20도를 오르 내리는 살 얼음장 위에 배를 대고 배밀이를 하며 삼엄한 국경경비를 뚫어야 하는 탈 북 민들의 죽음의 선택에 대해 국제사회는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송주: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제가 넘어 올 때는 국경경비대에 돈을 주고 이런 것이 없이 밤이나, 겨울에 얼음위로 넘어왔어요. 그것도 안돼서 국경 연선에 단속이 많으니까 군인들이 돈을 받고도 신고하고…

북한군 군관 출신인 유럽총연 사무총장 김주일씨는 정치범 수용소가 현존해 있고, 친척의 8촌 까지 전멸시키는 악법 높은 연좌제가 존재하는 한 중국에서 강제북송 당하는 탈 북 민들의 생사는 솔직히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며 정의를 사랑하는 선량한 국제사회 시민들은 북한정권의 죄악을 정의 이름으로 심판해 수령독재의 쇠사슬에 울부짖고 있는 북한 주민의 고통을 하루빨리 끝장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영화 상영회 참가자들은 유럽총연 회원들의 손을 잡고 한결같이 고통 속에 신음하는 북한주민 들을 구출하기 위해 자신들도 힘을 보태겠다며 북한 주민들이 인권해방의 빛을 보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국제사면위원회'는 런던에 본부를 두고 활동하고 있는 국제적인 단체입니다.이 단체는 국가 권력에 의해 처벌 당하고 억압받는 각국 정치범들을 구제하기 위해 설치된 국제기구로써 사상, 정치, 종교상의 신념이나 견해 때문에 체포 투옥된 정치범의 석방, 공정한 재판과 옥중처우 개선, 고문과 사형제도 폐지 등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런던에서 RFA자유아시아 방송 김국화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