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타운에서 보내는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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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이 오면 선진국의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납니다. 일부는 비행기를 타고 외국을 나가는가 하면, 일부는 국내의 피서지를 찾습니다.

영국은 유럽에 유명한 캠핑타운들이 많은데요, 캠핑타운은 야영지를 일컫는 말입니다. 캠핑의 본래 의미는 '동지끼리 협동생활을 한다'는 것으로, 자연 속에서 서로의 인격에 접촉하는 소박한 협동생활을 함으로써 우호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또 등산 •수영 •낚시 기타 야외 활동을 통해 자연에서 배울 뿐만 아니라 신체를 단련하는 것에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영국에 거주하는 탈북민들도 휴가철을 맞아 휴가를 떠났는데요, 이번 휴가는 특별히 해변가 캠핑타운에서 보냅니다.

북한 함경북도에서 살다 2008년에 영국에 정착해 현재 신문사 편집장으로 있는 탈북민 김송주씨는 보통 여름엔 덥지 않은 영국의 날씨 중에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 더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더운 날씨에 잘 적응이 되어 있지 않은 영국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북한에서 사계절을 다 느끼며 살았던 북한사람들은 오랜 만에 맛보는 더위를 그냥 보낼 수가 없어 20~30명씩 그룹을 지어 바닷가에 나가 더위를 즐겼다고 자랑했습니다.

김송주: 겨울엔 덜 추워서 잔디나, 나무나 새파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여름엔 덜 더워서 반팔입고 다니는 사람은 반팔을 입고 다니고, 긴 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긴 팔을 입고 다녀도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은 날씨가 영국날씨인데, 하지만 올해는 너무 더워 긴 팔을 입고는 도저히 살수가 없었고 집에 가만히 있어도 너무 더워 에어콘이 없다 보니 런닝에 물을 젖혀 입고 잤습니다. 또 우리가 북한에서는 더우면 우린 그렇게 했거든요.

북한에서 '코끼리 바위'하면 함경북도 길주-명천지역에 위치한 '칠보산' 코끼리 바위를 언뜻 떠올리지만 영국에서는 '더들 도'(Durdle door)를 떠 올립니다. 칠보산이 위치한 길주-명천 지구에 살다가 2007년에 영국에 정착한 가명의 리명희씨는 이번 여름 휴가에서 자못 느낀 점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리씨는 북한에서는 '칠보산'에 김일성의 특각이 있다는 빌미로 당국이 일반주민들의 접근을 금하고 있어 그 지역에 살아도 구경을 하기가 힘든데, 영국은 이런 이름난 명소를 아무나 마음먹으면 누구나 갈 수 있어 북한사회와 대비가 된다며, 자유의 소중함이 어떤 것인지 이런 일상을 통해 더 잘 알게 된다고 여름 휴가 소감을 밝혔습니다.

리명희: 북한하고 대비가 되거든요, 칠보산에도 코끼리 바위가 있는데 김일성의 특각이 있다는 이유로 일반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영국은 이런데 아무나 온다는 게 참 이해가 안됐거든요, 자유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걸 느꼈어요.

영국의 탈북민들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의 탈북민들과 벨기에 탈북민들이 서로 연합하여 바닷가 피서에 다녀왔다고 유럽의 탈북민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했습니다.

네덜란드의 신석철 회장은 '화란체류 조선망명자 협회' 탈북민 회원들과 '재벨기에 조선인 협회' 탈북민 회원들이 서로 인접국가에 정착해 살고 있다 보니 이번 여름 휴가는 서로 연합해서 네덜란드 경치 좋은 해변가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보냈다고 전해 왔습니다.

신석철: 벨기에 장만석 회장님이 카카오톡이 왔던데요, 벨기에서는 8명 정도가 온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임원들만 여덟 명인데요, 아마 더 올 수도 있습니다. (위치는) 가깝죠, 벨기에 국경 바로 옆이니까, (장소)좋지요, 좋구요 여기에 오면 좋은 것들이 많아요. 제가 이제 사진을 보내드릴게요, 저희가 즐기는 모습을…

올해 여름휴가는 바닷가 피서지 캠핑을 통해 재미있게 보냈다는 유럽 탈북민들의 낭만적인 여름휴가, 목숨을 걸고 그들이 얻은 소중한 자유의 이야기는 내일도 계속 됩니다.

런던에서 RFA자유아시아 방송 김동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