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로 느낀 자유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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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보기드문 무더위가 찾아 왔습니다.

겨울엔 덜 춥고, 여름엔 덜 더운 영국의 기존 날씨를 깨고 아열대성 기후 못지 않게 한 낮에 무려 32도, 33도를 육박하며 무더위에 적응되지 못한 영국시민들을 괴롭혔습니다.

선진국 대부분 나라는 여름철 무더위를 이겨 내려고 가정집 마다 에어컨, 즉 찬 바람이 나오는 기기를 장치하고 있지만 무더위를 모르는 영국에서는 그런 기기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올해 여름은 에어컨 타령이 나갈 정도로 무척 더웠는데요, 상황이 이러다 보니 모두들 바다에 나가 살다시피 한 것이 무더위를 이기는 한 방법이 되어버렸습니다.

영국에 거주하는 탈북자유민들도 바다로, 강으로 가 무더위와의 싸움을 즐겼습니다. 해마다 캠핑, 바다낚시, 조개잡이 등 여러가지 취미생활로 바다로 많이 나가는 편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더 많이 다녀왔다는 것이 현지 탈북자유민들의 이야기 입니다.

함경북도 화대군에서 살다 '고난의 행군'시기인 1998년에 북한을 나와 2008년에 영국에 정착해 현재 신문사 편집장으로 있는 탈북자유민 가명의 김대률씨는 보통 여름엔 덥지 않은 영국의 날씨 중에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더 더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더운 날씨에 잘 적응이 되어 있지 않은 영국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북한에서 사계절을 다 느끼며 살았던 북한사람들은 오랜 만에 맛보는 더위를 그냥 보낼 수가 없어 20~30명씩 그룹을 지어 바닷가에 나가 더위를 즐겼다고 자랑했습니다.

김대률: (영국)겨울엔 덜 추워서 잔디나, 나무나 새파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여름엔 덜 더워서 반팔입고 다니는 사람은 반팔을 입고 다니고, 긴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을 긴팔을 입고 다녀도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은 날씨가 영국날씨인데, 하지만 올해는 너무 더워 긴팔을 입고는 도저히 살수가 없었고 집에 가만히 있어도 너무 더워 에어콘이 없다 보니 런닝에 물을 젖혀 입고 잤습니다. 또 우리가 북한에서는 더우면 우린 그렇게 했거든요.

여름 피서지 하면 선진국에선 바다를 떠 올립니다. 거대한 섬나라인 영국도 사면이 바다이다 보니 여름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이름난 명소들이 많습니다. 특히 무더운 이번 여름에 바다휴가를 몇 명씩 그룹을 지어 단체로 다녀온 탈북자유민들 중에는 코끼리 모양의 바위가 있어 '코끼리 문'이라고 불리우는 영국남쪽의 유명한 명소에 다녀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코끼리 바위'하면 함경북도 길주-명천지역에 위치한 '칠보산' 코끼리 바위를 언뜻 떠올리지만 영국에서는 '더들 도'(Durdle door)를 떠 올립니다.

칠보산이 위치한 길주-명천 지구에 살다가 2007년에 영국에 정착한 가명의 리선희씨는 이번 여름 휴가에서 자못 느낀 점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리씨는 북한에서는 '칠보산'에 김일성의 특각이 있다는 빌미로 당국이 일반주민들의 접근을 금하고 있어 그 지역에 살아도 구경을 하기가 힘든데, 영국은 이런 이름난 명소를 아무나 마음먹으면 누구나 갈 수 있어 북한사회와 대비가 된다며, 자유의 소중함이 어떤 것인지 이런 일상을 통해 더 잘 알게 된다고 여름 휴가 소감을 밝혔습니다.

김선희: 북한하고 대비가 되거든요, 칠보산에도 코끼리 바위가 있는데 김일성의 특각이 있다는 이유로 일반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영국은 이런데 아무나 온다는 게 참 이해가 안됐거든요, 자유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걸 느꼈어요.

올해는'미친 영국 날씨'로 불릴 정도의 뜨거운 무더위로 인해 달콤한 여름 휴가를 재미있게 다녀왔다는 영국 탈북자유민들의 낭만의 여름휴가, 목숨을 걸고 그들이 얻은 소중한 자유의 이야기는 내일도 계속 됩니다.

런던에서 RFA자유아시아 방송 김동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