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게 평화상 웬 말이냐?

영국 데일리메일이 전한 김정은 평화상 수상에 관한 기사.
영국 데일리메일이 전한 김정은 평화상 수상에 관한 기사. (사진-메일 온라인 기사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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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현 통치자 김정은이 인도네시아의 한 단체로부터 평화, 정의, 인류의 수호자로 선정돼 다음달 상을 받게 되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3일 올해 '수카르노상'의 수상자로 북한의 김정은을 꼽았다고 전하며, 이 상의 주최자인 수카르노센터가 "독재자를 신식민지주의 반대 투쟁의 수호자로 판단했다"고 비꼬았습니다.

수상소식이 전해지자 인도네시아 사회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인도네시아 매체 자카르타 글로브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등의 반응과 함께 라흐마와티에 대한 비난의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한 인도네시아의 한 시민은 "북한에서 자행된 집단학살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으며, 또 다른 시민은 "미리 보는 만우절 농담 같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탈북민들도 모두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에서 도시설계사를 하다 2007년에 영국에 정착한 가명의 장성우씨는 세상이 아무리 꺼꾸로 돌아 간다 해도 이것은 너무한 것이다, 300만 북한주민들을 굶겨 죽이고 수십만의 북한주민들을 탈북난민으로 만든 최악의 독재정권의 통치자가 어떻게 평화의 수호자가 될 수 있냐며 항의어조로 격분을 나타냈습니다.

장성우: 아니 뭘 잘했다고 평화상을 줘야 하나요? 인도네시아는 정신 없는 나라 구만, 거긴 또 사회주의 자요, 거기도? … 뭐 아무것도 한 것도 없는데 그걸 받는다는 것도 웃기는 거고… 북한의 실상이 저희 국민도 다 굶겨 죽이고 다 독재로 얽혀 매고 있는데 그렇게 된 상황에서 저도 사양해야 할 판에 평화상 주는 사람도 웃기고 받는 놈도 웃기는 놈이고...

이번 김정은의 평화상 수상을 결정한 수카르노센터는 인도네시아 건국 대통령인 수카르노를 기념하는 단체로, 그의 딸인 라흐마와티 수카르노푸트리가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수카르노상은 과거 미얀마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와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가 수상한 권위 있는 상입니다.

영국의 탈북민 단체인 '재영 조선인 협회' 최중화 회장은 과거 수카르노 센터가 초기에는 평화, 인권,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설립취지는 그럴듯하게 세웠는지 모르겠지만 2001년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에게 평화상을 수여한 이후부터 친북성향으로 많이 변질되었다며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자기 고모부 조차 무참히 처형한 독재자 김정은에게 평화상을 수여할 수 있냐며 분격을 감추지 못해 했습니다.

최중화: 인도네시아 단체가 처음에는 좋은 취지로 출발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김일성에게 2001년에 평화상을 줄 때부터 좀 이상한 단체로 변했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렇지만 전 세계 언론들도 다 떠들었잖아요, 자기 고모부를 고사총으로 쏴 죽인거… 그런데 그런 사람한테 평화상 준다는게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예요?

독재자 김정은의 평화상 수상에 대해 자국민들과 탈북민들, 세계언론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라흐마와티 센터장은 "서양의 정치적 선전 때문에 생긴 오해"라고 일축 했습니다. 그러면서 라흐마와티는 김일성을 독립과 평화의 영웅으로 묘사하며, 이번 수상은 김정은이 김일성의 반 제국주의적 이상을 잘 이어왔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변명했습니다.

하지만 국제관계업무를 담당하다 탈북한 고위간부 출신 탈북민들은 북한정권은 70년대부터 수령의 우상화를 위해 제3세계 나라들에 돈과 군사원조를 주며 로비활동을 펼쳐 왔다며 독재자들인 김일성이나 김정일, 김정은에게 그 무슨 상을 준다고 하는 나라나 단체들 뒤에는 북한의 검은 돈들이 항상 뻗쳐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실제로 영국에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찬양하는 '주체 사상 연구소'나 '선군정치연구소'가 존재해 있으며 이들은 자발적으로 조직된 단체가 아니라 북한정권이 자국민들은 굶겨 죽이면서까지 우상화를 위해 돈을 뿌리며 운영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런던에서 RFA자유아시아 방송 김동국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