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희망통신 이예진입니다. 남한에는 어려서부터 각종 문예 백일장, 글짓기 대회, 독후감 대회 등을 통해 글 솜씨를 뽐내는 자리가 많습니다. 유명한 문인들 가운데는 어려서부터 이런 대회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얼마 전,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글 솜씨를 뽐낼 수 있는 자리가 있었는데요.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북한이탈주민 문예창작대회가 그것입니다. 오늘 희망통신에서는 2회째를 맞은 북한이탈주민 문예창작대회에서 당당히 최우수상을 받은 17살 소녀 최강주(가명) 학생과 함께 합니다.
이예진: 먼저 축하해요. 강주 학생이 쓴 시가 제2회 북한이탈주민 문예창작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죠?
최강주: 네. 좋았어요.
이예진: 원래 시 쓰는 걸 좋아했나요?
최강주: 네. 원래 초등학교 때부터 글, 시 쓰는 걸 좋아했거든요. 지금은 학교에서 쓰는 책이 있어요.
[북쪽에 있을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던 강주 학생은 평소에도 생각나는 대로 글을 써둡니다. 아쉽게도 북쪽에서 썼던 글은 가져올 수 없었지만, 지금도 학교에서 꾸준히 글쓰기 작업을 하고 있죠.]
이예진: 시 제목이 '내가 보낸 꽃'이잖아요. "내가 꺾은 나리꽃 네게 보내마 네 손에 닿기도 전에 그 이전에/ 시들고 말리라 나는 알건만/ 시들어도 이 꽃만은 버리지 마라/" 슬프기도 하고요. 꽃은 어떤 의미인가요?
최강주: 동생과 아빠, 친구들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요. 북한에 있을 때도 아빠가 간이 안 좋아서 아프셨거든요. 병원에 가야 하는데 지금은 날씨가 춥고 신종플루도 있어서 어떻게 계신지도 모르겠고, 심하게 앓고 있는 지 그걸 몰라서요.
[어린 동생과 엄마, 이렇게 셋이 살고 있는 강주 학생은 떨어져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글로 형상화하는 일이 많습니다. 특히 이번 시는 그런 마음을 잘 담고 있습니다.]
최강주: 동생과 아빠를 두고 온 게 미안해서요. 그래서 생각을 자주 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글이 머리에 떠오르거든요. 차를 타고 가다가도 글이 떠오르면 펜을 빌려서라도 글을 써요. 그러다 이 작품이 나오게 된 거예요.
[저도 어렸을 때, 백일장을 위해 억지로 글을 쓰던 기억이 있는데요. 강주 학생은 평소 떠오르던 내용을 글로 적었던 것을 고스란히 출품해 상을 받게 된 것입니다. 상을 받기 위해 쓰는 글과 고여 있던 진심을 담은 글은 아무래도 차이가 있겠죠?]
이예진: 이런 대회가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최강주: 몰랐어요. 제가 미니홈피에 들어가면 게시판에 글을 쓰거든요. 한 번 글을 썼었는데, 교실에서 그 때 썼던 글을 생각나는 대로 다시 썼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그걸 보고 종이를 하나 주더니 북한이탈주민 문예창작대회가 있다고 해서 한 번 내보라고 하셔서 우연찮게 냈는데, 합격이 됐죠.
[제 2회 북한이탈주민 문예창작대회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글과 그림 178편 가운데 수기와 시, 그림 3개 부문에서 30작품을 선정해 상과 총상금 1170만원을 수여했습니다. 이 중에는 탈출의 긴박한 순간, 강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던 친구를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국경을 넘던 날 밤의 비애를 목탄으로 표현한 "두만강 건너는 아이들", 가난 때문에 떠나온 아름다운 함경도 마을의 바다를 그린 "내가 살던 고향은", 그리고 북에 있는 아빠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소녀가 마음을 담아 꽃을 보낸다는 내용의 시, 강주 학생의 "내가 보낸 꽃" 등이 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상을 받은 서른 점은 지난 달, 경기도 제2청사와 경기도의회를 돌며 전시도 됐는데요. 강주 학생은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주변의 많은 격려를 받았습니다.]
최강주: (북한에선) 이런 시를 써도 어디에 출품해서 상을 받거나 그럴 일은 없거든요.
이예진: (전시회에) 친구들도 와서 봤나요?
최강주: 학교에서 다 왔어요. 네. 다 같이 왔어요.
이예진: 단체관람 했군요.
최강주: 선생님은 절 보고 평상시에도 문학소녀라고 해요. 수업시간에 졸다가도 머리에 뭔가 떠오르면 적고 그래요. 선생님들이 놀래요.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적는다고요.
[이번 대회에서 상금 100만원, 900 달러가량 거금을 받게 된 강주 학생은 상금을 받아 바로 어머니께 드렸다고 하는데요. 갑자기 생긴 공돈을 두고 주변에서 가만 두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이예진: 상금 100만원이면 많이 받았는데, 친구들이 한 턱 쏴 안 그래요?
최강주: 네, 그래서 엄마가 학교에 떡을 해가지고 오셨어요.
이예진: 어머니께선 뭐라고 하시던가요?
최강주: 잘했다고요. 여기니까 글을 써서 상을 탔지, 거기에선 그럴 수 있겠냐고 했어요.
[강주 학생은 글 쓰는 만큼 공부도 썩 잘합니다. 남한에 온지 1년이 조금 넘지만, 벌써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대학교 입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강주: 지난해 5월에 검정고시를 봐서 통과했거든요. 올 해 4월이나 5월에 고졸을 해야 해요. 그래서 계속 통과하니까 그냥 시험 봐서 대학에 가는 게 낫나 생각중이예요.
[현재 탈북학생들의 남한 정착과 교육을 돕는 대안학교인 한꿈학교에 다니고 있는 강주 학생은 일반 고등학교를 좀 더 다닐지, 대학교에 바로 갈지 고민 중입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강주학생, 대학교에 간다면 국문학과에 가지 않을까요?]
최강주: 아니, 취미가 글 쓰는 거지, 꿈은 따로 있거든요.
이예진: 뭔데요?
최강주: 검사요.
이예진: 왜 검사가 되고 싶어요?
최강주: 국정원에 있을 때 담당 형사가 그랬거든요. 자기처럼 형사나 검사를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요. 그리고 어려서부터 잘 사는 사람이 못 사는 사람들에게 못하는 걸 보고, 옳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라도 커서 올바르게 사람들의 편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남한에 와서 제일 먼저 들러 남한에 오게 된 경위를 조사받는 국정원에서 강주 학생이 제일 먼저 만난 남한의 형사는 강주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대뜸 형사나 검사가 되면 어울리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검사가 되겠다는 꿈을 잊지 않고 있는 강주 학생. 시 쓰는 검사, 멋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기 위해서 강주 학생은 겨울방학인 지금도 열심히 공부중입니다. 복지관에서 소개받은 선생님을 통해 영어와 수학을 따로 교육받으며 시험에 대비하고 있죠. 하지만 방학이 되면 공부 말고 다른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인지상정이죠.]
이예진: 방학동안 하고 싶었던 것 없었어요?
최강주: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은데, 인터넷에서 찾고 싶은데 아직 못 찾아봤어요. 찻집 같은데서 일하고 싶은데, 하나라도 경험을 해야 어떻게 힘든가 알 수 있으니까요.
[남한에선 고등학생들도 시간 당 4, 5달러 이상의 돈을 받으며 일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약간의 돈도 벌지만, 그 이상의 사회경험을 쌓을 수 있죠. 강주 학생도 노는 것 보다는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은 모양입니다.]
이예진: 본인이 생각하기에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최강주: 적응은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도 북한에 두고 온 사람들 때문에 아직은 힘들어요.
이예진: 가족? 아빠, 동생 생각이요?
최강주: 네. 10월 1일에 남한에 도착했는데 이틀 뒤가 추석이었거든요. 추석을 못 쇠고 왔다는 게 마음 아팠어요.
[어리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컸습니다. 특히 가족과 함께 하는 일이 많은 남한의 연말을 처음 보낸 강주 학생은 북쪽에 남은 가족이 더 생각났을 텐데요. 다가오는 음력설까지 있어 가족 걱정이 더 커져만 갑니다. 그 마음을 담은 시가 바로 "내가 보낸 꽃"인데요. 시 중 가장 마음이 많이 담겨져 있다는 부분을 강주 학생이 직접 낭독해 줬습니다.]
최강주: 내가 보낸 꽃
내가 꺾은 나리꽃 네게 보내마
네 손에 닿기도 전에 그 이전에
시들고 말리라 나는 알건만
시들어도 이 꽃만은 버리지 마라
이다지도 아빠 마음 사랑하는 꽃이길래
두고두고 이 꽃은 예서 피어나거라
내 마음의 정성 담아
아빠에게 드린 꽃
[시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는 데에도 관심이 많은 강주 학생은 앞으로 북한에서 있었던 일과 남한에 와서 겪은 일들을 담은 글을 써 책으로 내고 싶은 소망도 있습니다.]
최강주: 제가 여기에 오면서 오기 전의 힘들었던 생활과 온 후의 생활에 대해 비교하는 걸 써보고 싶어요.
[17살 소녀, 강주 학생이 바라본 남과 북의 이야기, 빨리 만나고 싶어지는 데요. 소녀의 꿈은 검사와 작가 말고도 하나 더 있었습니다.]
최강주: 아빠, 많이 힘들고, 춥고, 외롭겠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대학까지 입학해서 아빠랑 동생 데리러 갈게. 힘내세요.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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