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통신] 1등 청소요원 장순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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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청소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탈북자 장순정씨. RFA PHOTO/ 이예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지난 해 탈북자 300여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직업에 대한 설문조사가 있었는데요. 1위가 자영업, 2위는 사무직이었습니다. 어렵고 힘들고, 돈 안 되는 일은 누구나 하기 싫겠죠. 하지만, 여기 누구보다 행복하게 청소차를 모는 탈북여성이 있습니다. 오늘 희망통신에서는 주차장 청소요원 장순정씨를 만나러 인천 송도로 갑니다.

송도 SE 장병일 이사: 빵을 만들기 위해 고용하는 게 아니고 고용하기 위해 빵을 만드는 기업, 포스코에서 직접 설립한 사회적 기업인데, 자립형 모델입니다.

[송도 SE는 남한의 대표적인 제선, 제강, 압연재 생산 및 판매업체인 포스코에서 지난 해 4월 직접 설립한 자립형 기업입니다. 장병일 이사의 말대로 송도 SE는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기업이라기보다 사람을 쓰기 위해 일자리를 만든 회사인데요. 포스코 신축 건물과 계열사 건물의 청소와 주차를 담당하는 송도 SE는 사회취약계층과 북한이탈주민을 고용해 그들의 자립을 돕는데 앞장서고 있었습니다.]

송도 SE 장병일 이사: 사회취약계층이 판교까지 합치면 150명입니다. 그 중에 북한이탈주민이 50명이예요. 이탈주민 여성이 제일 좋아하는 게 대기실이 있어서 직접 아침, 점심을 해먹어요.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은 대부분 3, 40대인데, 남한의 여성들은 50대라 자연스럽게 언니, 동생이 되었어요. 그러면서 밥도 반찬도 나눠먹으면서 정이 드는 거죠. 동료애, 인간적인 정을 느끼다 보니까 적응도 빨라졌죠.

[현재 100여명의 직원들 가운데 북한이탈주민은 36명. 2012년까지 7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장병일 이사: 사실은 조금 직장생활이나 작업숙련도가 남한 분들보다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열심히 하려는 분들은 정말 열심히 하거든요. 저런 분들은 남한사회에, 직장에 적응하도록 도와주겠다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따뜻하게 대해줬고, 남한 분들에게도 미리 당부했어요. 이탈주민들은 여러분과 출발선상에서 같이 출발해서 경쟁하는 분들이 아니다, 여러분이 많이 끌어줘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많이 향상됐죠.

[사회취약계층과 북한이탈주민들을 직원으로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은 국가에서도 적극 장려하고 있는데요.]

장병일 이사: 정부에서 혜택이 있죠. 북한이탈주민들은 취업을 하면 개인에겐 취업 장려금이 지급되고, 고용주에게는 고용 장려금이 지급되고 있어요. 3년간 지급되는데, 첫 해에는 50만원, 2년, 3년차에는 월급의 50%, 7, 80만 원 정도 돼요. 이탈주민은 여성이 주로 많고, 여성은 주로 청소에 90%, 남성은 주차를 하고 있습니다. 연령은 3, 40대가 대부분이고, 한 두 명은 60세 넘는 분이 있어요. 남한의 문화를 잘 모르고, 경력도 없어서 기술적인 면을 볼 순 없지만, 인성, 품성을 보고 뽑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생활과 직장 생활의 적응을 돕다 보니, 월급도 남한의 직원보다 20% 정도 더 지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병일 이사는 북한이탈주민 중에서도 특별히 소개해주고 싶은 분이 있다고 하는데요.]

장병일 이사: 그 분이 너무 열의가 대단해서 청소에도 맡는 직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선발했죠. 지금은 남한 분들보다 더 잘해요. 스스로 정비도 하고 청소도 아주 깨끗하게, 모범이 될 정도로 하고 있죠.

이예진: 뭐 타신 거예요? 장순정(가명): 습식 청소차예요. 주차장의 바닥을 닦아요. 물이 나오면서 먼지를 흡입하고 닦아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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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정: 차도 보다시피 부딪쳐서 긁힌 자리도 있고 그래요. 내가 맡아서 일한다는 보람도 있죠.

[오늘의 주인공, 장순정씨. 고운 얼굴에 몸집은 작고 말랐지만 몸보다 몇 배나 큰 청소차를 모는 모습은 그야말로 청소 전문가 같았습니다. 하지만 씩씩해 보이는 순정씨는 이곳에 오기 전, 가구공장에서 일하다 오른 쪽 손이 기계에 말려 들어가 손가락 세 개가 잘린 아픔이 있었습니다.]

장순정: 병원에 입원했을 땐 절망스러운 줄 몰랐어요. 절망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하나보죠? 그런 생각을 전혀 못했어요. 빨리 아물었으면 했죠. 다 나아서 퇴원한 다음에 절망에 빠졌죠. 뭘 어떻게 살아야 하나. 손 다치고 나니까 못하는 거예요.

가족이 있으니까 집에 있을 수만은 없고, 그래서 학원에 갔어요. 이탈주민에게는 학원을 졸업하면 5백만 원대의 수당이 있다고 해서 들어갔죠. 처음 6개월은 그 돈만 바라보고 공부한 게 졸업하고 나니까 아무 것도 남는 게 없더라고요. 돈만 생각하고 공부에 취미를 못 붙였어요. 모르는 용어가 너무 많아서 선생님이 설명하는 게 무슨 말인 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학원을 졸업했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가르쳐달라고 하는데 하나도 몰라서 속상하더라고요.

[송내국제직업전문학교에서 컴퓨터를 배웠지만, 처음 접한 영어로 된 전문용어들이 머리에 들어올 리 없었습니다. 사무직을 원했던 순정씨는 안되겠다 싶어 다시 제 돈을 내고 학원에 도전했죠.]

장순정: 간단한 문서작성도 못해요. 그래서 다시 또 들어갔어요. 그 때는 배우려고 돈을 내고 들어갔죠. 그런데 일자리를 찾으려니까 학력도, 경력도 없고 나이도 많고 구할 수가 없더라고요. 돈을 조금 받더라도 사무직으로 일하고 싶었는데 조건이 어디에도 안 되는 거예요. 큰일 났다 싶었는데, 여기 자리가 났더라고요. 부장님이 저희 학원에 직접 오셔서 채용하더라고요.

[손가락은 불편하지만 잘 할 수 있다는 열정 하나만으로 도전한 이 일이 이제는 즐겁습니다.]

장순정: 제가 박박 우겼어요. 할 수 있다고. 받아만 주세요. 할 수 있습니다. 그냥 내밀었어요. 회사에선 저를 생각해서 같이 일하게끔 했어요. 그런데 같이 일하면 제가 못 따라가면 저도 미안하고, 그 사람도 부담스럽고, 그래서 혼자 하는 일을 맡겨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에게 장비를 맡긴 거예요. 열성껏, 특별히 잘하기보다 쉬지 않고 열심히 하다보니까 즐겁죠.

[동료들도 칭찬이 자자합니다.]

직장 동료: 사람 좋아요. 일을 너무 열심히 해요. 누구보다 몸도 좋지도 않은데 정말 열심히 해요. 밥도 제일 늦게 먹으러 와요. 오늘은 인터뷰 때문에 일찍 왔나본데 매일 꼴찌로 와요. 진짜 잘해요.

[순정씨의 월급은 장해 6급으로 달마다 나오는 60만원에, 송도 SE에서 받는 월급 120만원을 합쳐 모두 180만원. 1600달러 남짓. 중국인 남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살기에는 빠듯하지만, 노후를 대비해 연금보험도 들었습니다.]

장순정: 여기에 와서 잃은 것 보다 생각해보면 얻어가는 게 더 많아요. TV에 나오는 장애인 보면 두 손 없으면 발로, 두 손목이 없으면 팔로, 발로 하는 걸 보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여기 오니까 북한은 1년, 열두 달 일해도 월급이 없어요. 여기는 제가 조금만 노력해도 다 들어오잖아요. 북한이탈주민은 받는 데에 습관이 됐는지 정부에서 뭘 또 지원 안 해주나 하는데, 저도 바랬어요. 그런데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동정이 가고 이웃돕기에 나서고 싶고 그래요.

[손가락 세 개 없는 게 무슨 대수냐며,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보며 더 열심히 살자고, 그래서 그들을 돕자고 다짐하는 순정씨. 새로운 사회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마음은 이런 게 아닐까요?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