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강냉이로 만든 속도전 떡. 북한이탈주민들은 강냉이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만, 강냉이를 속도전 가루로 교환하는 일이 훨씬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지금도 속도전 떡을 생각하면 가슴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그 추억의 속도전 가루가 남한에서는 마법의 떡가루로 새롭게 변신했는데요. 오늘 희망통신에서는 속도전 가루, 아니 마법의 가루를 만드는 김민영 대표를 만나봅니다.
이예진: 맨 처음에 어디에 넣나요?
김민영 대표: 저 쪽으로 넣으면 가루가 나오는 거죠.
이예진: 가루가 이쪽으로 나오고, 원료는 저 쪽으로 넣는 거군요. 어떤 것이든 넣으면 다 속도전 가루가 나오는 건가요?
김민영: 네. 수십 가지가 나올 수 있죠. 현미는 당뇨병 환자들을 위해서 개발했고요. 북한에는 옥수수밖에 없었어요. 오곡은 아이들이 잡곡을 잘 안 먹으려고 하니까 잡곡을 여러 가지 섞어 만들었죠.
이예진: 시간은 얼마나 걸려요?
김민영: 한 번 돌리면 400kg 정도요.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월동 한 골목, "마법의 떡가루", "온성드림"이라고 씌어 있는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는데요. 김민영 대표는 직접 기계 한 쪽에 옥수수나 현미, 잡곡을 넣고 빻아 세 가지 종류의 속도전 가루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김민영: 즉석 떡가루라고 해서 현재 물만 부으면 떡이 되는 부분이 남한에는 없어서 제가 특허를 내 하고 있죠.
이예진: 북한에선 속도전이라고 해서 물 부으면 되는 떡이 있잖아요.
김민영: 저희한테는 익숙한 단어이지만, 여기에서는 마술 떡가루라고 하거든요.
이예진: 금방 떡이 되니까요?
김민영: 네. 떡이라고 하면 가마솥에 찌고, 떡메로 치고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 떡은 물을 부어서 1분 안에, 수제비를 뜰 때처럼 만들 수 있어서 제가 마술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예진: 남한 분들도 이용하시나요?
김민영: 초창기에는 인지도가 없었는데 지금은 남한 분들도 많이 구입하고 계세요.
[지난 해 7월 문을 연 온성드림의 즉석 떡가루 공장은 아직 몇 톤 씩 팔릴 정도로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입소문이 나고 있는데다 함께 사업하자는 사람이 늘어 곧 공장을 넓힐 계획이라고 합니다.]
김민영: 초창기에는 제가 먹고 싶어서 찾았고, 찾다보니 없더라고요. 마침 뭔가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여기에 이미 있는 것을 사업하려고 하다보면 저희가 쫓아가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여기에 없는 걸 시작하면 내가 1인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인지도가 없어서 어려웠죠. 이제는 조금씩 찾아들 오시고, 사업을 같이 하자는 사람도 많이 있어요.
[김민영 대표는 속도전 가루 공장을 하기 전에는 평양예술단에서 6년간 노래를 불렀습니다. 나이 마흔,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는 나이가 되면서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해야 했죠. 속도전 떡을 좋아했던 김민영 대표는 속도전 가루를 내던 공장의 기계설비공이었던 오빠가 있어 이 사업에 도전할 용기를 냈습니다. 사업을 시작한 지 벌써 반 년 째. 지금은 공장을 돌리고, 영업과 판매 등을 위해 6명의 남한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판매는 주로 컴퓨터 인터넷으로 이뤄지고 있는데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창구도 따로 열려 있다고 합니다.]
김민영: 세 가지를 하고 있어요. 옥수수, 현미, 오곡. 옥수수는 9600원, 현미는 12000원, 오곡은 13600원씩 나가고 있어요. 800g씩 들어가요. 800g이면 떡으로 빚었을 때 2배가 나와요. 약 1.6kg 정도. 인절미를 사서 드실 때 한 팩에 1500원씩 사잖아요. 150g정도 나와요. 그 정도를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한국 돈으로 800g 한 봉지에 9600원, 미화 8달러 정도면 비싼 편은 아닙니다. 그 때, 그 때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다 천연 재료로 되어 있어 건강을 생각하는 주부들에게 인기라고 합니다.]
이예진: 탈북하신 분들은 예전을 생각하면서 찾을 것 같고요. 남한 분들은 신기해서 찾을 것 같아요. 탈북자 분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김민영: 일단 우리 북한 분들은 여기에서도 이걸 만들어낸다는 걸 신기해하고, 저부터도 그랬죠. 먹고 싶은데 구할 데가 없으니까. 저와 같은 심정으로 구입하시죠.
"정말 맛있다. 북한에서 먹던 맛 그대로다." 그렇게 말하면 정말 뿌듯하고, 이 일을 잘했다라고 생각하죠.
북한 분들은 엊그제 스무 봉지를 사갔는데, 며칠 안에 또 오시고 그래요.
주변의 가까운 분들도 있고, 남한 분들이 놀러오면 맛있단다, 하면서 구입하게 해달라고 한다며 주문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예진: 마법의 가루라고 쓰여 있는 걸 보고 뭐냐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김민영: 지나다 들러요. 여름에는 문을 열어놓으니까 자주 들어왔어요. 어제도 지나가다 남한의 아주머니 네 분이 들어오셔서 사갔어요. 너무 신기하다고 그러시죠. 겨울에는 춥고 해서 못 들어왔는데 들어왔다면서 평가를 다 좋게 하시죠. 맛있다고요. "진짜 떡 맛이네. 진짜 인절미네."
[남한사람에겐 별미로 여겨지는 속도전 떡. 하지만 김민영 대표에게는 귀하게 구한 낱알을 가져다 새벽부터 공장 앞에 줄을 서 하루 종일 기다려 속도전 가루로 바꿔 먹던 아픈 기억이 먼저 떠오릅니다.]
김민영: 방공훈련이라고 해서 산 속에 이틀씩, 사흘씩 있는데, 그럴 때 먹었죠. 가루만 가져가고, 개울에서 물이 흐르니까 거기에 섞어 먹고 그랬죠. 그냥 집에서는 솔직히 낱알이 귀하다 보니까 아무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고요. 시중에 있긴 하지만 낱알이 없으니까 쉽게 바꿔 먹을 수 있는 능력은 없죠. 대소사 때, 결혼이나 돌이 있을 때 이걸 금방 빚어서 잔치 떡으로 쓰고 그랬죠.
[김민영 대표는 그래서 도전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에게는 아픈 기억의 하나일지도 모르지만, 변함없는 추억의 맛을 이제는 행복하게 맛볼 수 있도록 말이죠.]
김민영: 제가 이걸 해보니까 북한이탈주민이 하기에는 한두 푼이 드는 게 아니고, 기계에 투자하는 부분이 너무 크니까 선뜻 하기에는 무리가 아닐까 생각해요. 저는 모험했다고 봐야죠. 그냥 해보자. 누구도 없으니까 해보자. 만약에 누구라도 한 사람이 하고 있으면 안 했을 거예요. 북한 분들에게는 추억의 먹을거리가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북한 분들이 많이 찾으세요. 이제 탈북자 2만 3천명 시대가 됐잖아요. 많이들 찾으세요. 몰라서 드시지 못하는 분들이 알아서 사는 분들보다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 분들에게만 알려줘도 이 사업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고향의 추억거리를 만들어줘서 참 좋다고 하죠. 대화를 하다 보면, 어디서 왔냐고 하고, 제가 온성에서 와서 온성드림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혹시 온성에서 오셨어요?" 하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으세요.
[북한에 있는 가족과 통화를 할 때도 속도전 가루가 남한에서 잘 팔린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한답니다.]
이예진: 가족들이 뭐라고 하세요?
김민영: "거기에서도 그걸 해도 되나?" 하고 물어보세요. 저는 또 반대로 "북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게."라고 하죠. 해마다 북한에서 오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저는 전망이 있다고 봐요.
[앞으로 속도전 가루, 아니 마법의 떡가루 공장이 남한에 더 많아질지도 모르겠네요. 쫀득쫀득한 마법의 떡 이야기는 다음 이 시간에 계속됩니다.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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