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엄마는 여성보다 강하다는 말을 우리 탈북여성들을 보며 더 크게 느낍니다. 북한을 홀로 떠나는 일도, 악착같이 돈을 모아 아이를 데려오는 일도, 아이와 함께 홀로 낯선 세상을 버텨 나가는 일도 모두 엄마이기에 가능한지도 모릅니다. 겉으로 강인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한없이 여린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두 손, 두 발 다 걷어 부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예진: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노희정 팀장: 네. 안녕하세요?
[사회복지법인 우양의 노희정 팀장. 지난 번 우양에서 개최하고 탈북 청년들이 적극 참여해 화제가 되었던 축구경기대회에서 잠깐 뵌 적이 있습니다. 우양에서는 다양한 사회복지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노희정: 저희는 북한에서 오신 분들을 비롯해서 이 사회에서 소외된 분들을 위해서 일하는 사회복지기관이고요. 1995년부터 지금까지 여러 소외된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특별히 탈북청소년들 단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계시다고요?
노희정: 네. 북에서 오신 10대 후반부터 30대까지 청소년과 청년들과 같이 프로그램도 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그동안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었나요?
노희정: 본격적으로 북에서 오신 분들을 지원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아요. 2003년부터 중국에 머무는 탈북자들에게 학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했는데 좀 위험한 프로그램이어서 2004년부터 국내로 들어온 탈북자 청소년, 청년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습니다.
이예진: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캠페인, 행사가 있다고 하던데요.
노희정: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 2010년도에 2만 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잖아요. 그중에서 여성분들이 70%에 달하고요. 미혼모나 혼자 아이 키우는 분들이 많은데 북한이탈 여성에 관심이 많지만 미혼모에 대해 드러나지 않았던 게 사실이에요.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혼자 아이들을 키우면서 포기하지 않고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지고 엄마역할을 하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러다 보니 아빠, 엄마의 역할, 북한에서 왔다는 사회의 편견, 미혼모라는 사회의 편견, 이런 짐을 짊어지면서 우울증에 빠질 위험요소도 많이 있고요. 그러면서 버티는 분들에게 힘이 돼주자 라는 취지로 '북한이탈주민 미혼모에게 희망을 선물해 주세요.' 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1989년까지 7%에 지나지 않았지만 1998년 23%, 2002년 55%, 2008년 78%로 급증했습니다. 이렇게 국내 탈북여성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 중 85%가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될 만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죠. 한국 정부에서는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들에게 1900만원, 19000 달러가량의 정착지원금과 임대아파트를 지원하고, 취업 교육 등 다양한 정착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적응이 어려운 사람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이예진: 미혼모들을 돕기 위해 나선 계기가 있었을까요?
노희정: 저희가 재단이다 보니 개별로 가정을 방문하기보다 서류나 제3의 장소에서 만나는 일이 많았는데 2009년 하반기부터 조금 더 그분들과 긴밀하게 알고 도움을 주고자 해서 직접 방문해서 정말 필요한 도움을 어떻게 줄까 하고 가정방문을 했어요. 의외로 혼자 아이 키우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는 분들도 계시고 알더라도 책임을 질 수 없는 분들도 계시고 아이는 같이 가졌지만 혼인신고 안한 상태에서 엄마 혼자 책임지는 가정이 많았습니다. 제3의 장소에서 만났을 땐 알기 어려웠는데 그런 분들이 외부에 나가서 이런 사정을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얘기하고 지원을 받기에는 한국의 사회적 인식이 미혼모하면 자기 몸 관리를 잘못했고,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것이 많았고 북한에서 왔다는 두 가지 짐까지 졌어요. 북한에서 왔다는 얘기도 스스로 못하는 분들이 미혼모라는 얘기까지 하기에는 짐이 컸고요. 저희는 얘기 도중에 알게 됐기 때문에 저희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요청하셨어요. 저희가 알고 있는 이상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노력하는 분들이잖아요. 더 책임감 있게 아이들을 양육하고 엄마가 밝아야 아이들도 밝아지니까요. 독려하기 위해 살아갈 희망, 아이들이 잘 커갈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게 하기 위해 더 잘 지원해야겠다고 해서 알음알음 지인들을 통해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혼자 아이를 키우고 계시더라고요. 그 분들을 지원하는 부분을 올해부터 시작하게 됐습니다.
[여성이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사는 일이라는 것이 어느 사회에서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것도 탈북여성이라는 입장이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겠죠. 특히 아빠 없는 아이의 경우, 심리적인 위축이 커지는데요.]
노희정: 사업 초기에 가정방문을 했을 때 아이가 같이 있어서 이름을 물었더니 얘기를 안 해 주는 거예요. 엄마가 이름 얘기하는 걸 싫어한다고 하더라고요. 엄마 성이어서 성을 얘기하기 싫어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가정은 아이의 눈치가 빠르거든요. 아이가 얼른 성 앞자리가 그냥 싫은 거야라고 말했는데 마음이라는 게 엄마를 생각하는 아이의 마음도 안쓰럽고 그 부분을 알지만 어떻게 해주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도 안쓰럽더라고요. 엄마가 아침 열시부터 밤 열한시까지 주말도 없이 식당에서 일을 하세요. 그래서 옆집의 할머니가 아이들 봐주시고 돈 드리고 하는데 거의 피곤하니까 아이들을 볼 시간도 없고 아이들은 엄마가 보고 싶으니까 매달리고, 그런 걸 뿌리치면서 나가는 게 마음이 많이 안 좋다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사실 탈북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분야가 한정돼 있잖아요.
노희정: 주로 식당에서 일을 많이 하시고요. 자격증 공부하는 것들을 하시는 데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약하다 보니까 오래 서있거나 하는 게 힘들어서 오래 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주변에서 권하는 건 미용 같은 건데 워낙 어린 친구들이 10대 후반부터 일을 하니까 같이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해요. 또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도 저희가 볼 때는 목소리나 말투는 잘 안 느껴지는데 스스로 예민하게 생각하시더라고요. 자신 있게 얘기하는 걸 어려워하세요. 그래서 사람을 많이 접하는 일을 피하고 싶어 하시고요.
이예진: 여성들이 정신적인 압박도 클 텐데 우울증이 문제가 되잖아요. 보통 남쪽 분들을 만날 때는 '우울증이에요.' 하고 쉽게 얘기 못하지만 북에서 오신 분들과는 특히 혼자 아이 키우는 분들과는 "제가 약을 먹었어요. 병원을 다녔어요. 지금도 자주 우울해요." 그건 그만큼 정도가 심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이번에 나들이 때도 아이를 데리고 나갈 때 짐도 많고 불편하지만 너무 좋아 하신 게 여유롭게 바깥바람을 쐴 기회가 없었다는 거죠.
[얼마 전, 아이를 혼자 키우는 탈북여성들 십여명과 함께 한 나들이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잠깐의 나들이였어도 심리적인 압박감이 풀릴 정도였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번에는 양천구에 작은 모임 공간을 만들어 상추나 고추, 방울토마토들을 심어 서로 가꾸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예진: 후원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노희정: 가장 크게는 다음 아고라 모금 청원에 서명 캠페인을 벌였어요. 519명이 서명을 하셨고요. 500명이 돌파하면 다음 측에서 저희 프로그램을 심사해서 회원들과 함께 모금을 할 수 있는 지 심사중이예요. 심사통과하면 다음 사이트에서 일반 회원들이 댓글을 통해서 백 원, 이백 원씩 후원을 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네이버에서는 해피빈이라고 후원을 할 수 있어서 70만 원가량 모금된 상태고요. 이 모금은 하반기까지 해서 미혼모 가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시킬 예정이고요.
[다음 아고라는 컴퓨터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후원을 하기도 하는 하나의 장입니다. 네이버라는 검색창에서는 해피빈, 그러니까 우리말로 행복콩이라는 수단으로 기부를 하면 실제 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죠.]
노희정: 미혼모 가정은 의식주가 기본이니까 쌀과 아이가 있는 집은 기저귀 사용량이 엄청나요. 매달 3, 4만 원정도 지원을 하고요. 성장기 아이들은 학교에 가면 급식을 하지만 세 살부터 6살까지 우유를 원하셔서, 특히 성장하고 오신 분들이 키 작은 게 약점이에요. 자녀는 어떻게든 남한 아이들에 뒤지지 않게 키우고 싶다 해서 우유를 많이 먹이더라고요. 배달시켜 먹는 건 부담스러우니까 우유를 먹이고 싶다고 했고요. 공부를 하고 싶다는 분들한테는 교통비 부담이 커서 교통카드나 문화상품권으로 지원을 하고 있어요.
이예진: 목표 금액은요?
노희정: 목표금액은 저희가 한 가정 당 1년간 660만원을 모금하는 게 일차 목표고요. 가능하다면 개별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정서적으로도 불안하고 옆에서 독려해주는 분들의 자리가 필요해서 나들이나 텃밭 가꾸기처럼 정서적으로 안정적으로 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예진: 남한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시던가요?
노희정: 남한 분들은 생각보다 주변에서 보면 북한에서 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얼마나 관심을 가질까 불안했는데 생각보다 열린 마음으로 정말 고생하고 걱정이 많겠구나 하면서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내 일처럼 격려도 해주셨어요. 혼자 키우는 것도 힘든데 자본주의, 경쟁사회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 쉽지 않을 텐데 자랑스럽다는 희망메세지도 많았고요. 몰랐는데 주변에 그런 분들이 있다는 걸 몰랐다며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서명을 하는 것만으로 도움이 된다니 감사하다.
[노 팀장은 이번 캠페인, 그러니까 꼼파니아를 벌이면서도 혹시라도 상처가 많은 탈북여성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을까 굉장히 조심스러워 했습니다. 그리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을 위한 사업은 천천히 라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노 팀장이 직접 만나본 탈북여성들에게 해주고 싶던 말씀을 들어봤습니다.]
노희정: 더 이상 어떤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미 정말 많은 용기를 내시고 정말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을 했고요. 당장은 손에 잡히는 뭔가가 안보일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분이 노력하는 부분, 고민하는 마음들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격려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아이들이 있으니까 아이들이 그런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항상 의지할 수 있도록 지킬 거라고 생각해요. 기운내세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모든 여성 여러분, 힘내시기 바랍니다.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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