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공부하기에도 지치는 무더운 여름, 청소년들에겐 그래서 여름방학이라는 소중한 시간이 주어지죠. 어린 시절, 추억거리를 가장 많이 만드는 시기가 바로 지금입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에서는 1년에 두 번, 한겨레계절학교를 통해 그동안 탈북학생들이 남한에 와서 따라잡기 어려웠던 공부를 보충해줬는데요. 올 여름 한겨레계절학교는 특별하게 준비했다고 해서 희망통신이 취재에 나섰습니다. 특별한 현장,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섬, 경상남도 거제로 갑니다.

이영석 팀장: 지금 가는 곳은 배를 타고 외도라는 섬에 들어간다. 외도에 들어가는데 예전에 바다에 손이 닿을 것 같다고 내기하다가 폭 빠진 적이 있어. 광경이 정말 멋져. 절경이야. 1박2일 방송에도 나올 정도로 멋진 곳이니까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고.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영석 팀장을 비롯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과 탈북청소년 등 40여명은 오전부터 납작하고 까만 몽돌이 깔려있는 몽돌해수욕장에서 한바탕 물놀이를 하고 본격적인 외도 탐방에 나섰습니다.]
이영석: 1조 2줄. 출발.
유람선 직원: 바로 승선합니다.
학생1: 몇 살이야?
학생2: 스무살.
학생1:(그럼 나보다) 누나네.
(웃음)
선장: 빨리 앉으세요. 이리 오시고.
배 떠나는 소리.
VTR: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질서 있게 행동합시다.
[거제 와현 유람선 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40분. 외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 다음으로 큰 섬 거제도에서 4km 떨어진 곳에 있는 개인 소유의 섬입니다. 원래는 전기나 전화가 들어가지 않는 외딴 바위섬이었지만, 지난 2003년에 별세한 이창호씨가 1969년 바다낚시를 갔다가 풍랑을 피해 우연히 이 섬 외도에 머물게 되면서 농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고, 그 후로 30년간 이창호, 최호숙 부부의 정성으로 총 4만7000평, 15만5천 제곱미터의 땅이 1000여 종의 다양한 식물을 갖춘 식물관광농원으로 변신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1995년부터 많은 관광객의 즐거움이 되고 있는 해상식물공원이 개장하게 된 것이죠.]
학생3: 와 멋있다.
학생4: 여기 무섭다. 와.
학생3: 저거 봐. 저게 뭐야?
이예진: 조개에 이끼가 있네.
학생4: 우리나라에 이런 데가 있구나.
[거제도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풍경, 해금강이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해금강의 원래 이름은 갈도, 칡섬이었습니다. 칡뿌리가 뻗은 모양이어서 붙은 이름이었지만 지금은 금강산만큼이나 아름답다 해서 남해의 금강산을 뜻하는 해금강으로 불리고 있죠. 남해의 아름다운 해금강을 보고나니 금강산의 해금강은 어떨 지 몹시 궁금해졌습니다.]
이영석: 한 번 더.
자원봉사자1: 하나 둘 셋.
자원봉사자2: 2조!
이영석: 2조 나를 따르라. 사진 찍을 때 정말 많으니까, 느껴보지 못했던 여유를 느껴봐.
[외도로 오는 40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주변 경관이 빼어났지만, 외도 역시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감탄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섬 전체가 진귀한 식물과 조형물로 잘 꾸며진 바다 위의 정원이었는데요. 아름드리 동백나무와 하늘을 뒤덮은 후박나무, 그리고 섬을 온통 울긋불긋 수놓은 많은 남국의 식물들이 꼭 지중해의 한 섬에 와있는 듯 했습니다. 계속 사진을 찍으며 감탄하던 우리 탈북청소년들이 본 외도의 느낌은 어땠을까요?]
학생 5: 그냥 바위가 많을 것 같았고 그냥 섬일 줄 알았어요.
이영석: 와보니 뭐가 놀라워?
학생 6: 우리나라가 맞는지 깜짝 놀랐어요.
학생 7: 신혼여행 와보고 싶어요.
이영석: 우리나라 같지 않지? 나중에 여길 만드신 분의 작은 박물관이 있는데 이따 봐봐. 우리는 멋지다하고 한 1초정도만 느끼지만 이런 걸 몇 십년동안 만들었거든. 여러 사람이 도와서 만들었긴 하지만, 너희들이 잠깐 보는 모든 것들이 사람 손으로 만든 거야. 하지만 자연과 어울리게 만든 거거든. 아파트처럼 탁 단순하게 만든 게 아니라 자연과 어울리게 만든 거야. 그래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만든 건지 아닌지 구분이 잘 안 돼. 날씨가 맑으면 산하고 굉장히 가깝게 느껴져. 지금은 약간 구름이 꼈는데 그래도 아까 저 쪽에서 볼 때랑 다르지? 정원을 참 예쁘게 꾸며놨지?
[이영석 팀장과 섬에 처음 온 탈북 청소년들, 그리고 저까지 반해버린 이국적인 작은 섬 외도는 자연미와 인공미가 최대한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정원에 서서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면 해금강과 주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죠. 연인들이 좋아할 법한 대나무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인근에 있는 동섬 주변 정경이 시원하게 들어옵니다.]
이영석: 외도의 뜻이 뭘까요?
학생 6: 외진 섬.
학생 7: 외로울, 외톨이 섬.
학생 5: 외로운 섬.
학생 8: 외진데 혼자 있는 섬.
학생 9: 우리나라 지도의 가장 밖에 있는 섬?
이영석: 바깥 외자. 제일 밖에 있대, 거제도에서 가장 밖에 있대. 외도, 내도가 있대.
배 처음 탄 거야? 어땠어?
연금: 좋았어요.
이영석: 배가 처음엔 어떨 것 같았는데?
연금: 파도가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없었어요.
이영석: 연금아. 이번 계절학교는 놀러간다고 했는데도 왔네, 왜 왔어?
연금: (웃음) 역사탐방이라고 해서 부여랑 거제랑 간다고 해서 학교 보충수업 안 하고 왔어요.
이영석: 보충수업 안 한 것만큼 가치가 있어?
연금: 네.
이영석: 어떤 점이?
연금: 내가 몰랐던 걸 많이 알게 됐고 앉아서 보충수업 하루 받는 것보다 몇 배로 많은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이영석: 구체적으로 어떤 걸 알게 됐는데?
연금: 역사에 대해 부여에 대해 사실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됐고 우리끼리의 여행이라 좋았어요.
이영석: 거제 돌아보니 좋은 건 뭔데?
연금: 외도랑 바다?
이영석: 한국에 와서 바다 몇 번 갔어?
연금: 오늘 처음이에요.
이영석: 처음이야? 바다 자체를 제대로 본 건 오늘이 처음이겠네. 오늘 바다에서 수영할 때 힘들지 않았어? 바닷물이 굉장히 짠데.
연금: 엄청 많이 먹었어요.
이영석: 그래도 안 나오고 끝까지 있던데.
연금: 재미있었어요.
[힘든 과정을 거쳐 북쪽 고향을 떠나와 낯선 곳에서 마음까지 건조해졌던 아이들. 그런 아이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며 다독여온 북한인권시민연합의 이영석 팀장에게 아이들 역시 그동안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보입니다.]
이영석: 여기 지나가는 길은 꽃 하나하나가 예쁘긴 한데, 위에서 바라보면 되게 예뻐. 인생도 마찬가지야. 멀러서 보면 크게 보이는 거다. 앞에 있는 것만 보지 말고. 한번 물어보자. 바다를 보면 무슨 생각해?
학생 10: 넓은 생각.
이영석: 어떤 게 넓은 생각인데? 바다 이렇게 넓은 건 처음 볼 거 아냐.
학생 7: 내 마음이 넓은 것 같아요. 진짜 넓어요.
학생 8: 우리나라가 작은 나라인데 바다 보니까 커 보여요.
이영석: 선생님은 바다를 보면 끝까지 가보고 싶어.
학생 11: 저도요. 어디가 끝인지 가보고 싶어요. 끝이 안 보일 것 같아요.
[살면서 처음 본 수평선과 한반도 땅덩이보다 넓어 보이는 푸른 바다. 저 끝에 뭐가 있는 지 궁금하다면 이제는 정말 가 볼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도 오랜만에 바다만큼 넓어졌습니다.]
별: 열대지방 느낌이고, 한국에도 이런 나무가 있구나 생각했어요.
이예진: 배는 언제 타봤어요?
별: 북한에서 한 번 타보고 오늘 처음이에요.
이예진: 북한에선 언제 타봤어요?
별: 고깃배요. 어죽도 쒀먹고, 고기 잡아서, 낚시도 했어요. 배 타니까 내 몸의 병들이 싹 날아가는 느낌이에요.
이영석: 갈 땐 저 길을 봐봐.
아이들: 와 멋있다.
이영석: 더 올라가면 더 멋있게 보일거야.
(음악)
학생 12: 덥고 멋있다.
(웃음)
완전히 섬에도 이런 게 있을 줄 몰랐어요.
[34, 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아이들의 표정은 시원한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은은한 음악과 잔잔한 파도가 화음을 이루는 남해의 섬 외도. 아이들에게는 책상에 앉아 책 한 줄을 더 외는 것 보다 더 소중한 인생의 한 줄을 만든 하루였습니다. 탈북청소년을 위한 한겨레계절학교, 외도 관람에 이어 다음 이 시간에는 본격적인 거제포로수용소 역사탐방에 나섭니다. 지금까지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