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희망통신의 이예진입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에서 준비한 열아홉 번 째 한겨레계절학교는 이전처럼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부딪쳐 배워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먼저 부여에서 백제의 역사를 배운 뒤 통영, 거제에 와서는 외도와 포로수용소를 방문해 남해의 아름다움과 아픈 역사를 담은 유적지를 방문했는데요. 이번에는 이순신 장군의 업적이 남아있는 거제의 충렬사와 한산도에 있는 제승당을 찾았습니다.

김미리 간사: 출발하세요.
아이들: 와.
선생님들: 수고해라.
[외도와 거제포로수용소에 이어 이번에는 통영의 역사현장을 조별로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조별로 주어진 미션, 그러니까 임무를 잘 수행해야만 점수도 올리고, 많은 점심값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 모두 바짝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김예현 선생님: 여기가 뭐하는 사당이죠? 아이들: 이순신을 추모하는 곳이요. 지현: 충무공 이순신을 모신 사당입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합시다. 지현: 삼도수군통제영이라고 그랬지? 어디 어디? 아이들: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요.
[아이들도, 아이들과 함께 다니고 있는 예현 선생님도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기리며 제사를 지내는 충렬사에서 한 가지라도 더 배우려고 열심이었습니다. 잘 둘러봐야 이곳에 대해 지역 주민이 내는 문제를 맞힐 수 있거든요.]
지역주민: 충렬사라고 하면 절인 줄 아는 분들도 있는데, 이순신 장군의 제사를 지내는 곳이에요. 일 년에 제사를 5번 지내고 있어요. 착량묘라고 있어요. 해저터널 언덕위에, 그 곳이 이순신 장군이 돌아가신 지 1년 뒤에 수군들과 주민들이 뜻을 모아 지은 사당인데, 그 곳이 효시에요.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이죠?
아이들: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는 곳이요.
지역주민: 그럼, 이 곳 사당은 어떻게 지은 사당이죠?
아이들: 선조? 정조? 누구지? 힌트요.
이영석 팀장: 못 맞추면 못가 너희들.
지역주민: 이것만 맞추면 맞춘 걸로 할게요. 이순신 장군이 몇 대 통제사였죠?
아이들: 6대.
지역주민: 땡
아이들: 7대.
지역주민: 통과!
아이들: 와.
[경남 통영시 명정동에 있는 조선시대의 건물로 충무공 이순신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위패를 모시고 있는 곳이 바로 충렬사입니다. 충무공은 조선시대의 임진왜란 때 일본군을 물리치는 데 큰 공을 세운 명장으로 거북선을 만들어 적을 무찌르다 목숨을 잃으면서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라는 말을 한 것으로 유명하죠. 그런 충무공의 업적을 기려 그를 기억하고 제사를 지내는 곳입니다.]
진성: 정양동 가려면 어떻게 가야돼요?
가게 주인: 차 가져왔어요?
진성: 아니요. 버스 타려고요.
가게 주인: 저 아래 신호등 있는데 가면 5거리 시계탑이 나옵니다. 거기에서 또 물어보세요.
진성: 거기에서 버스 탈 수 있어요?
가게 주인: 네. 정양동 버스가 있습니다.
진성: 고맙습니다.
[충렬사를 나와 뜨거운 햇볕아래 한참을 걸어 동피랑 마을에 갔습니다. 제일 높은 번지수를 찾아 사진 찍어오기와 많은 사람들과 사진찍기, 동물과 함께 사진찍기 등이 다음 과제였죠. 그리고, 제승당에 가기 위해 여객터미널까지 부랴부랴 왔습니다.]
김미리: 그러면 어르신한테 어떻게 부탁했어요?
철민: 죄송한데, 여쭤볼 게 있는데 제일 높은 번지가 어디냐고 했더니 잘 모른다고, 길 따라서 가보라고 하셨어요. 제가 거기 유명한 게 연이 유명하대요. 지금까지 연에 그림을 그려서 연을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어르신 만나서 안마해드리고, 말씀 나누고, 공통 미션은 했고요, 벽화 아까 보셨죠? 동피랑에서 제일 높은 번지 124번지까지, 이상 끝.
김미리: 이 조는 1인당 6천원 되겠습니다.
아이들: 와.
[조별로 아이들이 제각각 완수한 과제들을 선생님께 점검받았습니다. 조별로 1인당 1달러 정도부터 5달러 정도까지 받은 아이들은 액수에 맞는 밥을 먹고 한산도를 가기 위해 배를 탔죠.]
광: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茄)는 남의 애를 끊나니. 아 진짜.
김예현: 깊은 시름하는 적에, 왜 할까?
아이들: 왜적 때문에요.
김예현: 그렇지, 어떻게 하면 왜놈들을 쳐부술까.
[제승당은 통영시 한산면 한산도에 있는 건물로,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삼도 수군을 지휘하던 곳입니다. 이곳에는 이충무공의 전적을 그린 다섯 폭의 벽화와 충무공을 기리는 비, 적의 동정을 살피던 망루인 수루 등이 주변의 수려한 경관과 더불어 보존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겐 그 무엇보다 또 다른 미션, 임무수행에 매진 중이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진중시를 외워야 했거든요.]
김미리: 1조는 은정이, 2조는 대성이, 자 나오세요. 1조 은정이가 먼저 하겠대요. 은정: 한산섬, 밝은, 달 밝은...
[아, 우리 은정이, 그렇게 열심히 시를 외웠건만, 많이 떨렸나 봅니다. 어렵게 통과.]
김미리: 제승당에서 이 시구를 봤어요? 이순신 장군이 했던 느낌이 와요?
아이들: 네.
[마지막 밤,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게 아직은 좀 어색한 아이들이지만, 모두 수줍게 이번 한겨레계절학교에 대해 한 마디씩 했습니다.]
진성:충렬사는 제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 보다 역사에 대해 제가 약하다는 걸 느꼈어요. 책에서 보기만 하니까 어려워요. 그런데 이번에 한 번 배운 지식은 잊지 않을 것 같아요. 역사공부를 앞으로 더 열심히 할 거에요.
금희: 한산도에 가서 이순신 장군에 대해 많이 몰랐는데 많은 걸 깨닫고, 배우고, 역사지식이 없는데 배우니까 실제로 느껴서 많이 기억에 남을 것 같고요.
연금: 충렬사에서 몰랐던 걸 배웠고 문제를 풀면서 더 많이 알게 됐어요. 동피랑 마을은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도 있구나 싶었고요.제승당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애국심을 알 수 있는 곳이어서 감동이었어요. 저희가 대부분 역사를 모르고 딱딱하게 배웠는데 역사탐방으로 이번에 와서 선생님들께 감사드리고요. 선생님이 지도해서 움직인 게 아니라 우리가 조별로 단합돼서 더 역사를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영민: 전 역사공부를 되게 좋아해요.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었는데 충렬사와 제승당에 가니까 여러 가지 많은 체험을 하니까 역사에 대해 많이 알게 됐고, 공부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 사실에 대해 증명할 수 있고 반박할 수도 있고, 그래서 토론에 대해 더 강해지고 모든 것이 다 상승한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영석 팀장의 이야기에 분위기가 훈훈해졌습니다.]
이영석: 왜군이 쳐들어와서 많은 희생이 있던 곳이에요. 그러나 지금은 관광지로 발전됐잖아요. 여러분도 마찬가지에요.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단 말이에요. 거기에 머물면 그냥 전쟁을 치룬 통영으로 남아 있는 것이고, 그러나 역사의 아픔을 딛고 세계에 뒤지지 않는 관광지가 됐잖아요. 여러분도 그렇게 될 수 있어요. 포로수용소보다 더한 아픔이 있을 거예요. 분명히. 그러나 거기에 머물지 말고 이겨내고 발전하면 국제적인 지도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여기에 왔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친하지 않은 친구들과도 많이 배려해줬어요. 그래서 여러분에게 부탁드리면 제가 감히 사랑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들: 와~
[탈북청소년들은 역사를 배우면서 정체성을 더 쉽게 깨달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번 한겨레계절학교가 아이들의 정체성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됐겠죠?]
이영석: 여기 오기 전에 검정고시를 쳤는데, 짜증이 쌓여있는 상태였어요, 아이들이. 자신감이 죽어서 풀이 죽어있는 친구들을 좀 눈여겨봤는데, 다 더운 상황에서도 자기 혼자가 아니라 조원들을 챙기는 모습에서 위안을 삼았던지 조원끼리 친해졌어요. 선생님하고 밥 안 먹어도 될 것 같아요. 그러더라고요. 목표를 같이 이루면서 혼자가 아니구나, 성취감, 이런 걸 느끼면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은데, 밖에서도 그런 걸 잘 설정해서 많이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경주, 백제도 다 가봤고 조만간 고구려 탐방을 가보자, 중국 쪽으로 가지 말고, 한 번 가봤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애들도 소원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직은 좌충우돌, 혼란스런 시간이 많은 우리 탈북청소년들에게 뭔가 확신이 생기게 한 여행이었습니다. 주체적으로, 그리고 모두가 하나가 되어 해낼 수 있는 힘도 더 강해졌습니다. 이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입니다.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