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통신] 탈북여성들의 남한정착을 위한 언어 교육 ‘다가서自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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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통신 이예진입니다. 탈북해서 정착하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을 꼽으라면 언어문제를 말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젊은이들이야 친구들과 어울려 남한 말을 곧잘 하는 편이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많은 세월 써온 언어를 바꾸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오늘 희망통신에서는 탈북여성들의 남한정착을 위해 하나여성회에서 야심차게 시작한 다가서自 프로젝트, 남북 사이의 문화적 간극을 좁혀 보자는 모임을 찾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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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여성의 남한정착을 위한 언어교육 중인 최창섭 교수. (RFA PHOTO/이예진)

김춘애: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이시면서 방송 스피치를 교육하시는 최창섭씨를 모시겠습니다.

최창섭 교수: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대부분이 이북에서 오신 분들이고, 열 분 정도가 남한 분이라고 들었는데, 혹시 구성에서 오신 분들 계세요? 제가 구성에서 내려왔거든요.

[MBC 아나운서로 30여 년간 활동하다 최근 바른 말하기에 대한 교육을 하고 다니는 최창섭 교수가 탈북여성과 남한여성들 40여명에게 바른 한국어에 대한 열띤 강연을 펼쳤습니다.]

최창섭: 오늘 제가 드릴 말씀은 늘 해오던 말이지만 어떻게 하면 남한 사회에 보다 더 빨리 정착하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몇 살까지 간다고 하죠?

탈북여성들: 여든.

최창섭: 유아기 때 언어 교육을 잘못 받으면 말이 좋아 여든이지, 무덤까지 가는 겁니다. 많은 범죄자들 말씨를 조사해보면 거친 말, 상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것으로 봐도 언어의 기능이 큰 것은 바로 인격함양이다. 나는 인생을 살만큼 살았는데 어떻게 인격함양을 할 수 있겠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분명 훈련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고칠 수는 있습니다. 본인의 의지가 있어서 노력하느냐, 포기하느냐.

[언어는 의사소통보다 인격함양의 수단으로서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합니다. 시종일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필기까지 하면서 수업을 듣고 있는 여성들. 특히 최창섭 교수는 탈북여성들이 고민하는 억양에 대해 의외의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최창섭: 억양 때문에 고민이다. 여기는 연세가 더 드셨으니까 억양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들이 더 계실 거에요. 그런데 억양은 그냥 되는대로 사세요. 사실 억양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는 청년들은 억양을 바꾸는 게 좋겠죠. 하지만 억양은 정말 고치기 어렵고, 저희 할아버지 할머니도 다 평안도 분인데 돌아가실 때까지 그냥 평안도 사투리 쓰다 돌아가셨어요. 말의 알맹이, 내용을 어떻게 충실하게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고 더 빨리 남한 사람들과 동화될 수 있습니다.

[이 날 모임에는 50대 이상 어르신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여러 가지로 동감하는 눈치였습니다. 뜨거운 박수 속에 2시간여의 언어교육을 마친 최창섭 교수를 만나봤습니다.]

최창섭: 제가 이북 출신이고 가족보다 혼자 온 사람이 대부분이니까 문화가 다른데서 적응하기가 힘들잖아요. 제가 먼저 산 사람으로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탈북 청년들에게 따로 언어교육도 하고 있다는 최 교수는 말투 때문에 고민인 탈북자 여러분에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답니다.]

최창섭: 제가 한 두 차례 지도도 했어요. 취직한 사람들 중에 도움이 됐다고 하기도 하는데, 언어는 제가 이론적인 얘기를 하면, 본인의 의지로 꾸준히 반복해서 훈련하고 점검을 해야죠. 그것 밖에 다른 게 없어요.

[하나여성회에서 탈북여성들의 남한정착을 위한 모임의 일환이었던 언어교육이 끝난 뒤, 어르신들은 조별로 모여 다음 활동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 남한여성 서경희씨를 만나 이 모임에 참가하게 된 계기를 들어봤는데요.]

서경희: 전에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아는 분이 한 번 와보라고 해서 왔어요. 막연히 TV에서 탈북여성에 대한 말만 들었는데, 직접 보니까 이 사람들이 굉장히 성실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라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강의가 끝나고 최 교수의 명함까지 받으며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가한 최금실씨는 오늘 강의 어땠을까요?]

최금실: 북한에서는 한국과 비교해서 문화적 차이가 많은데 한국에도 인격적인 언어를 쓰는 사람도 있고 비인격적인 언어를 쓰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저도 비인격적인 언어를 썼지만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까 생각하고 조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사투리를 많이 쓰는데, 언어를 바꾸기 위해 한국 분들과 대화도 많이 나누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사투리가 고쳐지지 않아서 고생하시는 주변분들 계시지 않나요?

최금실: 직장 동료들이나 상사들과 언어적인 오해를 사서 긍정적인 시선으로 안 보니까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거예요. 같은 말이라도. 새터민들 사이에서 언어 때문에 직장에서 고충을 겪는 친구들을 몇 번 봤어요.

[이번 모임은 멘토와 멘티, 그러니까 남한정착에 필요한 생활 전반의 도움을 주는 사람과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나누어 교육을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요. 최금실씨는 특별히 멘토링 교육에 열심히셨습니다.]

최금실: 남한사회에 정착하면서 다른 사회에서 자란 저희들한텐 진짜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신명수 교수님한테 멘토링 교육도 받았습니다. 저보다 먼저 온 선배님들한테는 제가 멘티가 되고, 나보다 늦게 온 사람들한테는 내가 멘토가 되고, 멘티가 되어 배워서 멘토가 되어 할 수 있다는 게 긍지가 있고 중요하게 느끼고 있어요.

[이번 모임은 김춘애 선생님이 계시는 하나여성회 주최로 남한의 오경자 교수와 함께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이 날 가장 분주하게 모임을 진행하던 오경자 교수님을 만나봤습니다.]

오경자: 우리가 북한에서 오신 분들을 남한 분들만 멘토가 될 수 있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같은 경험을 가진 분들이 더 좋은 멘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찍 오셔서 10년 넘은 분들도 있기 때문에, 같은 경험을 가진 탈북여성들 중에서 먼저 오신 분들이 나중에 오신 분들의 멘토가 되고, 오래 되셨어도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에 그 분의 멘토는 남한 여성들이 되어준다는 게 기본 생각이에요.

[그러니까 조금 더 남한에 일찍 온 탈북여성이 후배 탈북여성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오래 있었던 탈북여성에게는 남한여성들이 아직 더 필요한 부분에 대한 도움을 주는 모임인 것이죠. 그동안 멘토링 교육은 대부분 남한 사람들이 탈북한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형식이 많았던 데 비해 이번 ‘다가서자’ 모임은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부딪치고 적응한 경험을 고스란히 후배들에게 전할 수 있어 새로운 시도로 꼽히고 있습니다.]

오경자: 이 분들이 행동반경이 정해진 데에서만 움직이기 쉽다보니까 관공서, 미술관, 박물관, 고궁, 한옥마을 같은 곳하고 서울에 문화유산이 많지 않습니까.

[다가서自 프로젝트는 앞으로 11월까지 문화교육과 직업교육 등 다양한 현장교육이 이어집니다. 새로운 사회에 두려움 없이 제대로 정착하는 탈북자들이 더 많아지겠죠? 지금까지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