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희망통신 이예진입니다. 곧 다가오는 추석, 북한이 고향인 실향민과 탈북자들은 반가움보다 공허함이 먼저 밀려옵니다. 그래서 추석이 되면 조상의 묘를 찾지도, 북한의 가족과 함께 명절을 쇠지도 못하는 실향민과 탈북자들은 북한 땅이 가장 잘 바라다 보이는 통일전망대나 임진각 등을 찾아 멀리서나마 절을 올리고 눈물을 흘리는 일들이 많죠. 그럴 때마다 찾아보던 고향의 위성사진, 이제는 좀 더 깨끗하고 편리하게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뉴스: 북한의 지명을 입력하면 마을이나 개울, 선산의 모습까지 볼 수 있는 지도 시스템이 개발됐습니다. 고향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없던 실향민이나 새터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성휘 기자: 나도 이런 지도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다 보이네. 여기가 청진제철소이고요. 여기 흐르는 게 수성천이에요. 여기가 수성 정치범 수용소. 정치범을 가둬놓고 있는데 공장처럼 울타리로 막혀 있고요. 이 쪽에 저희가 살았어요. 아주 선명하게 나오네.
[평소 미국의 구글이라는 인터넷 정보 공간을 통해 북한의 위성사진을 보던 동료 문성휘 기자에게 국내 지도개발업체의 북한 위성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직접 지명을 입력해 살던 곳을 둘러보던 문 기자, 저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줬습니다.]
문성휘: 별로 달라진 건 없어요. 이런 새파란 지붕이 중국산 기와들을 가져다 얹은 거거든요. 새로 지은 게 아니라 보면 지붕이 달라졌어요.
이예진: 여긴 어디에요?
문성휘: 청진 경기장에요. 설날이 되면 새해공동사설을 관철하기 위한 주민대회가 다 여기에서 열리는 거예요.
이예진: 이렇게 고향을 오랜만에 위성사진으로 보니까 어떤가요? 이미 구글 지도도 나와 있었지만, 이 지도가 좀 더 선명한 것 같네요. 우리 탈북자들이 고향을 보기 위해 위성지도를 가장 많이 볼 거예요. 탈북자들 사는 집에 가보면 컴퓨터에 위성지도나 사진을 보는 프로그램이 다 있거든요. 탈북자 어른들도 다 이용하고, 여기 보세요. 청진제철소 고사총이거든요. 고사총이 다 배치돼 있어서 선명하게 보이잖아요. 이러니까 자기 집 보기 위해서, 여기가 제가 살던 집이에요. 이렇게 어렴풋이나마 볼 수 있으니까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봐요. 아마 탈북자들 뿐 아니라 6.25 전쟁 때 온 실향민들도 많이 이용할 거예요. 그 분들이 이걸 보면 아마 감회가 새롭겠죠?
[지구의 둘레를 돌며 과학, 통신, 군사, 기상 등의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인공위성은 1959년 처음 지구의 실제 모습을 찍어 보냈습니다. 그 뒤로 위성사진은 농업, 지질학, 임업, 도시 계획, 교육, 첩보, 군사, 생물 보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죠. 현재는 실제 모습을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되었는데요. 특히 외부와 단절된 북한에 대해서는 이렇게 위성사진을 통해 내부를 관찰하고 추측하는 일이 가능해졌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개인적인 용도로 위성사진을 활용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북한의 지명을 입력하기만 하면 살던 고향의 굴뚝까지도 볼 수 있도록 개발된 이 위성지도는 국내 지도개발업체 지오피스에서 만들었는데요. 지오피스의 김칠곤 대표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김칠곤 대표: 사진을 그대로 누구나 보실 수 있도록 만든 실상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북 지역의 자기 고향이나 조상묘소나 어릴 때 뛰놀던 마을, 산하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든 내용입니다. 보시려면 언제든지 24시간, 컴퓨터만 켤 줄 알면 누구나 볼 수 있죠. 북한지리정보라고 있어요. 사진이 나오는데 사진을 확대하거나 좌우로 이동해서 자신의 고향을 볼 수 있고요. 좌측에 보면 자신이 살던 마을 이름을 치면 바로 마을이 나와요. 이용하기 쉽고 편리해요.
[실향민 어르신들도, 컴퓨터에 능숙하지 않은 탈북자들도 쉽게 고향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지오피스의 북한위성사진은 구글의 위성 지도와 북한의 각 지역 실제 좌표 값을 하나하나 일치시켜 개발한 것으로, 6개월 이상 밤샘 작업까지 한 끝에 나오게 됐답니다.]
김칠곤: 사진은 본래 미국의 구글사 위성사진을 활용했습니다. 위성사진을 보면 사진만 있지, 곳곳의 마을 이름, 강 이름 같은 명칭이 없어요. 사진일 뿐이지, 코구나, 입이구나 같은 명칭이 없어서 명칭을 부여했어요. 검색이라고 하는데 위치에 대면 명칭이 나오죠. 필요하면 나이 드신 분들이 모르실 땐, 인쇄, 출력이라고 하죠. 크게 확대해서 보여드려도 좋죠. 지난번에 이북5도 위원회에 실향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데, 다들 “저기가 내 고향이야.” 하면서 눈물이 글썽하기도 하고, “이 것 좀 뽑아줘.” 하면서 2시간동안 다 보여드린 적이 있어요. “많이 바뀌었네, 저기야,” 하면서도 “산은 그대로구만.” 하는 모습을 보고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데 대해 긍지를 느꼈고, 보람을 가졌습니다.
[김칠곤 대표는 실향민과 탈북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북한위성사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정보를 제공한 지 1년여 정도 됐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은 편입니다.]
김칠곤: 젊은 사람들도 많이 봐요. 어르신들한테 보여드리는 것 같아요. 하루에 2, 300명이 검색합니다. 북한 관련 건설문제나 부동산에 관계된 분들도 보시더라고요. 논밭의 거름무덤까지 다 보여요. 그 정도로 자세한데 그렇지 않은 곳도 있죠. 현재 지명, 고향 이름들이 좀 옛날 겁니다. 행정구역이 나뉜 게 좀 달라졌는데, 여기 계신 새터민이나 탈북 가족들은 다 옛날 명칭으로 알고 계세요. 그래서 오히려 옛날 명칭이 찾기 쉬운데, 그래도 2천분의 1로 축척, 그러니까 그런 크기로 나가고 있는데, 더 상세하게, 작은 삼거리, 작은 다리 이름까지 찾아서 만들려고요. 시간이 좀 오래 걸려요. 직접 쫓아가서 볼 수는 없으니까요.
[하늘에 구름이 드리워져 있으면 고향 마을이 좀 어둡게 보입니다. 위성이 천천히 돌면서 찍은 사진은 새로 고치는 데도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래서 김칠곤 대표는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김칠곤: 잘 안 보인다, 왜 우리 마을만 안 보이냐. 구름이 덮인 데가 있어요. 눈이 하얗게 와서 나무만 보이고 마치 달력의 그림 같은 모습만 보이는 데도 있어요. 그래서 아쉬워서 눈 좀 걷어낸 모습을 보게 해 달라는 분도 있고, 인쇄해서 뽑아서 보고 싶다, 집에 보여드리고 싶다는 분도 있고, 이웃에 실향민 어르신이 계시니까 알려드리고 싶다며 어떻게 들어가고 어떻게 출력하는 지 자세히 모르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이 간혹 전화를 하죠.
[고향을 찾고 싶은 마음, 하지만 당장 달려갈 수 없는 21세기 실향민의 안타까움이 만들어낸 현실입니다. 하지만, 내년쯤이면 실향민과 탈북자들이 나무 한 그루까지 자세히 볼 수 있는 지도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 대표는 지도를 계속 개발할 뿐 아니라 탈북자들에게 유용한 북한의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공간을 만들어 탈북자들의 활동영역을 높일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이처럼 탈북자들을 위한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통일에 대한 바람이 크기 때문이겠죠? 추석을 앞두고 남한에 고향을 두신 북한의 실향민들에게도 고향사진 한 장 전해드리고 싶은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