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통신] ‘북한이탈여성 지원과 연대’ 출범

0:00 / 0:00

안녕하세요? 희망통신 이예진입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2만 명 가운데 80%가량은 여성이라는 사실, 이제 남한에서도 중요하게 인식하는 부분입니다. 때맞춰 지난 달 말 출범식을 가진 (사)여성인권을지원하는사람들의 <북한이탈여성 지원과 연대>는 남한과 북한의 여성이 공동으로 탈북여성들의 인권과 성차별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한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데요. 오늘 희망통신에서는 여성인권을지원하는사람들의 최영애 대표이사를 만나 <북한이탈여성 지원과 연대>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defector_women_support_305
(사)여성인권을지원하는사람들의 '북한이탈여성 지원과 연대'가 지난달 말 출범식을 가졌다. RFA PHOTO/이예진

이예진: 북한이탈여성 지원과 연대를 출범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최영애 대표이사: 북한이탈여성들이 남한에서 정착해서 겪는 문제, 어떤 현실에 직면해 있는지 실태조사가 없었는데, 2년여 전부터 탈북여성들의 조사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걸 보면, 탈북여성들이 한국사회에서 성차별과 인권침해에 직면하고 있지만, 외화하지 못하고, 드러내고 싶지도 않고 하면서 문제가 해소되거나 대안이 마련되지 않고 점점 더 문제만 증가하고 있죠.

[성폭력 상담소에서 소장으로 10년, 여성학과 북한학을 전공한 최영애 이사는 좀 더 실질적으로 여성이 염려하는 여성문제를 다루고 싶어 했습니다.]

최영애: 인권위원회에서 북한관련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정치적으로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이 많이 만나고 북한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단체들도 많이 둘러보고 탈북여성들을 만나면서 탈북자 대부분이 여성임에도 탈북자 전체 이름으로 뭉뚱그려졌지, 여성문제로 조명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죠. 특히 한국사회에선 통일문제, 방식의 문제에 대해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소모적인 논쟁에 대화도 없고 정치적으로 휘말릴 가능성도 높아 북한이탈 여성에 대해 진보적 단체들이 손을 못 대거나 안대는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이대로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탈정치적으로 여성들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남북사회의 진정한 평화로운 통일이라는 것에 대해 여성의 눈으로, 평화의 눈으로 만나볼 수 없냐. 일방적인 방법이 아니고 탈북여성들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역량을 강화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래서 같이 만들어 갈 필요성이 있는 거죠.

[그리고 최 이사는 탈북여성들을 위해 먼저 필요한 건 남한여성들의 교육이었다고 말합니다.]

최영애: 성폭력상담소, 가정폭력상담소에 직접 상담을 하러 와요. (남한)상담원들이 사실 탈북여성들의 삶에 대해 잘 몰라요. 여성상담은 표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그 사람의 삶을 위해서 해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우리도 교육이 필요하다, 진솔하게 만나보자.

이예진: 탈북여성들을 위한 어떤 활동을 하게 될까요?

최영애: 성차별과 인권침해문제를 상담하는 거죠. 이것을 지원하고 상담하는 것은 심리적인 것 뿐 아니라 법률적인 것도 같이 하게 될 거에요. 또 남북여성들이 함께 소통하는 이해의 장을 넓혀보자. 그래서 올레 탐방길을 같이 가려고 해요. 남북한 여성 각 10여분이 같이 만나서 2박 3일간 다녀올 계획이에요.

[출범한 뒤 세운 첫 번째 계획, 올레길은 최근 남한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인데요. 제주도 특유의 섬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제주 ‘골목길’을 제주말로 ‘올레’라고 합니다. 걷다보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솔직한 자아와 만나다보면 같이 걷고 있는 동료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 수 있겠죠. 이 밖에도 정서적인 안정을 위한 특별한 계획이 하나 더 있습니다.]

최영애: 명상프로그램을 하는 후배가 있는데 탈북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했는데 너무 좋았대요. 탈북여성들이 상처가 많은데, 드러내면서 같이 울기도 하고 너무 좋았다고 했대요. 탈북여성들도 이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고, 이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그분들에게 준 편견이 있을 수 있다고 봐요. 양 쪽의 편견과 불신이 있다고 보고, 어떻게 좁혀가고 깨고 할 수 있는가. 정치적으로 다르더라도 평화적인 방법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통합이 되었을 때, 서로가 상처주고 치러야 할 비용이 더 많을 거예요. 그걸 누가 할 것인가. 남자는 좀 어렵다고 봐요. 왜냐하면 여성들은 그 사회에서도 이 사회에서도 권력의 핵심에 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그래서 탈 이데올로기적인, 탈 정치적인 삶의 경험을 나누려고 할 때 좀 더 나을 거예요.

[정치성을 벗어난 남북여성의 통합은 남북통합에 있어서도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처한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최영애: 문화적 차이가 굉장히 많다는 거예요. 생각의 차이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죠. 아내를 어떻게 볼 것이냐, 남편을 어떻게 볼 것이냐. 우리나라도 이혼이 많기는 하지만, 한국사회의 남녀관계에 있어서 남한남성들을 멋있다고 해서 결혼했다가 가정폭력이나 가정이 깨지는 문제도 나오죠. 문화에 대한 이해, 소통을 좀 하면 바로보기가 되지 않을까.

[특히 북한 여성과 남한 남성이 이룬 가정이 깨지는 경우는 10쌍 중 7쌍에 이를 정도입니다. 이대로 무방비라면 그 숫자는 앞으로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진작 준비하고 생각했어야 할 진지한 문제들에 대해 먼저 매듭풀기에 나선 여성인권을지원하는사람들은 올바른 통합을 위해 남북한 여성들이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영애: 같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얼마만큼 다르고, 남한이나 북한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자본주의적인, 사회주의적인 문화나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얼마나 다른데 우리? 그럼 같이 갈 수 있니? 같이 갈 수 있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그리고 1의, 2의 이런 것이 아니라 정말 좋은 제 3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다름을 인정하고 맞춰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영애 이사의 말처럼 가장 평화로운 방식으로 하나씩 매듭을 풀다보면 한반도의 평화적인 통합도 그리 어렵진 않겠죠? 이제 길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북한이탈여성 지원과 연대>에 뜨거운 응원을 보냅니다. 지금까지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