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통신] 탈북자 취업과 정착, 현실적 대책 필요하다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새터민 초청 새 희망 일자리 마당"에 참가한 새터민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새터민 초청 새 희망 일자리 마당"에 참가한 새터민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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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통신 이예진입니다. 남한에서 '탈북자 2만 명 시대'라는 말의 비중은 꽤 큽니다. 각 언론과 정부기관, 여러 사회단체들은 지금, 남한의 탈북자 숫자가 늘어나는 동안 그들이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우리가 어떤 일들을 해왔으며,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해야 하는 지 돌아보기에 바쁩니다. 오늘 희망통신은 탈북자들을 위해 진짜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논의한 현장을 찾았습니다.

김화순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박사: 앞으로 필요한 제도는 취업통합패키지 프로그램같이 여러 가지 탈북자들이 취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통합적 프로그램으로 바뀌어야 될 것입니다.

[열매나눔재단과 북한이탈주민 사회적기업지원센터 등이 함께 개최한 오늘 이 자리에서는 정부기관과 대학 교수, 전문가들이 모여 각자의 소견을 발표했습니다. 김화순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박사는 저소득층을 위해 마련했던 취업통합 프로그램을 탈북자들에게 특화시켜 교육비 지원과 함께 진로기획과 교육훈련, 취업알선이 이뤄지면 지금보다 탈북자들의 어려움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탈북자들의 지역사회 적응을 돕는 하나센터에 대한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김화순: 취업 중심으로 나가기보다 직업탐색의 기회를 전과같이 확대하는 방향으로 하고 몸과 마음의 치유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나센터는 전문성을 키우고 진로지도 기능을 확충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지역사회를 배경으로 노동시장에서의 알 수 있는 경험을 많이 쌓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센터에서 해야 할 일은 지역사회에 대한 적응을 도와주면서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부분을 전문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거죠. 취업지원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취업지원이 지상과제인 것처럼 하다보면 더 그 전에 거쳐야 될 단계들이 소홀하게 되고, 생략되는데 그것이 국가적으로나 탈북자들에게 좋지 않다는 거죠.

주성하 동아일보기자: 저는 2002년도에 남한에 온 탈북자입니다. 탈북자가 느끼는 탈북정책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직접 체험하고, 정착과정에서 만난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예전에는 탈북자 정착금을 한 번에 주니까 사기를 당한다고 해서 세 번에 나눠서 줍니다. 탈북자 입장에서는 집을 임대받고 지원비로 임대료 300만원을 처음에 받으면 브로커를 통해서 남한에 오기 때문에 브로커 비용으로 다 나가고, 돈 한 푼 없이 시작합니다. 그리고 6개월 후에 300만원을 받습니다. 일자리를 잡아야겠지만, 아는 사람도 없고 닥치는 대로 일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3년 후에 인센티브, 정착금을 준다고 하는데 남한 사회를 모르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뭡니까. 더 좋은 일자리가 있으면 찾아가는 것이 본성입니다. 저도 벼룩시장이라는 신문에 취업정보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게 석 달 후였습니다. 군포물류센터에서 와인상자를 지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카드판촉요원, 중소기업 등 5군데를 옮겨 다닌 뒤에 지금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RFA 방송을 함께 하고 있는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도 오늘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탈북자들에게 주는 정착지원금 지급이 탈북자 본인이 필요한 시기에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주 기자. 또한 한 직장에 머물러야 주는 지원금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주성하: 제가 보건대 한국에서는 탈북자들이 직장을 옮겨 다니는 게 정착에 실패했다고 보는데, 정착의 단계로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직업을 비교, 분석하고 좋은 직업을 찾았을 때, 이 직업보다 좋은 것이 없구나 하면 치열하게 붙어있게 되는 거죠. 취업을 옮겨 다니는 사람들에게도 정착금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박영자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교수: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서로 안 맞아도 서로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의 의견이 합의되고 절충돼서 사회적인 통합력이 증대되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다양하게 논의했던 과정도 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요. 향후 구체적인 과제와 논의는 노동부와 통일부, 국회에 계신 의원님들이 책임지고 반영할 거라고 믿습니다.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영자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교수의 말처럼 이런 자리가 많이 마련되어야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겠죠. 회의가 끝나고 오늘 자리에 함께 한 서정배 통일정책실 정책지원과장을 만나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취업현황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서정배: 지금 취업현황은 단순 노무직이나 제조업에 치우쳐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탈북자 2만 명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사무직, 서비스업종, 농업 등에 고루 분포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다양한 지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오늘 심포지엄을 통해 이야기가 활성화됐는데, 정책에 많이 반영될까요?

서정배: 네, 오늘 취업대책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됐다는 데 중요하게 생각하고, 정부에서도 다양한 정책방안에 대한 건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탁상공론. 현실성 없는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심도 깊었던 회의가 정부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살펴볼 일입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주성하 기자를 만나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예진: (취업에 있어) 탈북자 본인이 노력해야 할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주성하: 오늘 세미나도 정부나 옆에서 지원하는 문제지, 탈북자 본연의 과제는 아니거든요. 탈북자 자신의 문제가 정착에서는 가장 중요하죠. 탈북자들이 취업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탈북자들이 단순노동을 하다 와서 어려운 업종, 외국인들이 하는 걸 하죠. 그러나 탈북자의 장점이 말이 통한다는 거죠.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능력을 획득해서 자신의 가치를 높여 어떤 회사에 취직해도 여기 근로자 못지않은 월급을 받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좌절하거든요. 나는 왜 남한 사람들에 비해 이렇게 떨어질까. 부족함을 보충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거죠.

[정착에 실패는 없습니다. 아직 그 과정에 있을 뿐이죠. 오늘 논의된 대로 조금 더 현실적인 정책과 탈북자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원하던 정착은 누구나 가능합니다.]

주성하: 지금 탈북해서 한국에 오신다면 경쟁력이 있다는 겁니다. 예전에 오신 분들은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를 겪지 못한 분들이 정착에 문제가 많은데 지금은 장마당을 겪어서 여기 온 분들은 적응이 빨라요. 너무 두려워 할 필요가 없습니다.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