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통신] 탈북자 취업돕기 ‘2010 녹색희망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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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바로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일입니다.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기도 바쁜데, 2만개가 넘는 직업의 종류 중에 내게 맞는 직업을 고르는 일도 쉽지 않죠. 지난 해 탈북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8.6%로 절반이 채 되지 않습니다. 오늘 희망통신에서는 탈북자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열린 <2010 녹색희망축제> 현장을 찾아 탈북자 여러분의 고민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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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서울 강서구 화곡6동 KBS88체육관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맞춤형 취업박람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환호소리>

사회자: 길었던 행사도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고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가 합쳐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잠시 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겠습니다. 오늘 무대가 만들어지기까지, 북한이탈주민 여러분과 함께 하는 녹색희망축제가 열리기까지 수고하신 분이 계십니다. 나병렬 회장님을 모시겠습니다.

나병렬 회장: 끝까지 자리를 함께 해주신 북한이탈주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탈북자 여러분, 손 한 번 들어봐 주세요. 아~역시 다르네요. 감사합니다. 서울에 5천명이 넘는 탈북자 중에서 강서, 양천, 노원구가 제일 많이 거주하는 지역입니다. 그렇게 여러분 곁에서 따뜻하게 맞이해주지 못해 죄송하고요. 이번에 각 강서구 각 단체에서 힘을 모아 올해부터 여러분 곁에서 정말 힘을 나눌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만들자고 해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송정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오전부터 인근 지역에 사는 북한이탈주민 4백여 명과 강서구민 3백여 명이 참석해 문화축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통일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강서구협의회와 서울상공회의소 강서구상공회가 마련한 이 자리에는 특히 강서구의 탈북자 천여 명의 일자리 찾기를 돕기 위해 각 기업들이 채용 정보를 제공하면서 직접 현장채용에도 나서고 있었습니다.]

삼천리 특수여객 류승철 이사: 저희는 주식회사 삼천리 특수여객에서 나왔습니다. 저희는 장례, 요즘 상조회사 처럼 결혼이나 돌, 장례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드립니다. 오늘은 서울의 사회적 기업으로서 북한 이탈주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면접 차 나왔습니다.

이예진: 오늘 상담이 많이 이뤄졌나요?

류승철: 실제로 많진 않더라고요. 열 명 정도 면접을 했어요.

[녹색희망축제는 이번 행사가 처음 열린 탓에 아직은 취업박람회의 직종이 다양하지 않고, 참석자의 연령이 대체로 높아 상담이 활발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의욕적으로 탈북자 채용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기업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삼천리 특수 여객 역시 탈북자 8명이 채용된 상태였는데요. 류승철 이사는 이미 탈북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류승철: (남한에) 오신 분들이 오래되신 분, 몇 년 되신 분들은 그래도 한국사회에 적응기간이 있어서 괜찮은데 불과 1년 되신 분은 아직 한국사회에 대해 잘 모르시더라고요. 잘 모르고, 의견차이가 좀 있어요. 억양이나 이런 부분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보통 선입견이 있어요. 북한이탈주민이고, 주민등록증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사람임에도 우리나라가 다민족 국가다 보니까 중국사람 아니냐는 선입견이 있더라고요. 당당히 사회적 기업으로 탈북자들을 기용해서 그 분들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시키고 있는 중이에요. 중요한 건 우리나라 사람들도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업에서도 많이 채용하고, 저희도 이탈주민에게 교육을 통해 사회에 적응하게끔 대인관계에서 이질감이 없게끔 교육을 시키고 있죠.

[2010 탈북자와 함께 하는 녹색희망축제가 열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겠죠. 서울상공회의소 강서구상공회의 윤문하 사무국장을 만나 이번 행사를 열게 된 취지를 들어봤습니다.]

윤문하: 탈북자들을 위해서 화합의 장을 마련해주고, 취업상담, 북한음식문화체험을 통해서 강서구민과 이탈주민과의 문화적인 교감을 하는 자리를 마련해서 대한민국 국민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게 만드는 거죠. 오늘 40개 업체가 와서 업체당 2,3명이 와서 80명 정도가 왔고요. 취업상담은 백 명 정도 했어요. 그 중에 열 분은 1차 합격해서 취업을 확정했고, 열 분은 월요일에 다시 재면접을 하기로 했어요. 실제 탈북자들이 여성이 많고, 연령이 높다보니 실제 취업률이 3, 40% 밖에 안 되거든요. 정부에서 탈북자들을 위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해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마련해 줘야겠고, 민관에서 연결이 돼서 같은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실제로 최근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의 숫자가 늘면서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탈북자를 위한 취업박람회를 개최하는 횟수가 늘고 있습니다.]

이예진: 오늘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탈북자1: 우리 딸이 가양동에 있어요. 엄마 아빠가 대신 참석해 달래서 왔어요. 취업하는 것도 하고, 음식도 잘 먹고, 선물도 주고 해서 상당히 감명 깊어요.

탈북자2: 좋습니다.

이예진: 오늘 박람회가 도움이 됐나요?

탈북자2: 네. 아무 일이나 다 할 수 있어요.

탈북자3: 개인적으로, 집단적으로 볼 때 북한이탈주민을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서 감사하고요. 앞으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부심이 더 커질 것 같고, 대한민국 국민답게 살아갈 힘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예진: 취업하기 쉽지 않잖아요.

탈북자3: 취업이 쉽진 않지만,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게 대단하죠. 노동부나 인터넷을 통해 일자리를 찾게 되는데 이런 자리에선 한 눈에 다 볼 수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아주 좋죠.

이예진: 취업박람회 와서 보니까 어떠세요?

최은희(가명): 우리를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먹고 살기 힘든 탈북자들을 하나라도 취업을 시켜서 먹고 살게끔 하려고 한국정부에서 많이 노력하는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대학교 1학년생인 은희씨는 오늘같은 취업박람회가 젊은 탈북자들에겐 큰 도움이 안된다고 합니다.]

최은희: 왜 그런지 이런 데 참석을 잘 안하려고 하더라고요. 이런 데 오는 것을 창피해 하더라고요. 어르신들이 많이 오죠. 같은 탈북자끼리 만나는 걸 기피해요. 탈북자라는 자체가 창피한 거예요. 한국사회에선 그렇잖아요.

[중장년층의 탈북자들은 이런 자리를 반기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은희씨 처럼 남한사회에서 탈북자라는 것이 아직은 민감한 젊은이들은 오히려 조용히 실력을 키워 알아서 취업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취업박람회에 젊은이들이 많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는 남한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갖는 편견도 한 몫 할 겁니다.]

남한시민: 저는 그렇지 않아요. 얘기해도 좋고, 우리 같은 핏줄이잖아요. 불쌍하기도 하고 고생을 많이 했으니까요. 북한사람들과 많이 접할 수 있어 좋았어요. 다 예쁘고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생활력이 강하잖아요. 그래서 얘기도 많이 하고 도와주고 싶죠.

[이런 자리가 자주 열려야 탈북자와 남한주민 사이의 벽도 빨리 허물 수 있겠죠? 그래야 자주 회사를 옮기는 탈북자의 숫자도 줄어들 겁니다.]

이선애(가명): 우리가 여기에 와선 그동안 배운 것도 없고 문화가 다르다 보니까 회사에 들어가서 사람들과 접근하기 바쁘다 보니까 그렇죠. 취업은 해요. 해서 얼마 있다 나오고, 나오고 하죠.

이예진: 왜 그럴까요?

이선애: 남한사회를 잘 모르고 세상이 좀 다르다 보니까 적응이 안 되니까 그렇다고 다 그런 건 아니고, 그래도 50%는 그러는 것 같아요. 이런 형태(박람회)가 좀 많아야 해요. 그래야 자주 부딪치다 보면 나한테 맞구나 하기도 하고, 적응돼서 할 수 있구나 하고. 자기한테 맞으면 인간관계가 어떻든지 간에 열심히 하잖아요. 이런 행사를 많이 하면 더 좋은 걸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예진: 선배로서 직업을 찾는 데 혼란을 겪고 계신 분들한테 한 말씀 해주세요. 적성에 맞는 데도 갈 수 있지만, 인간관계에서도 덕을 쌓다보면, 자기 직종에서도 계속 일할수도 있거든요.

[선애씨 말대로 직장 동료와의 인간관계를 잘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일지 모릅니다. 실제로 남한사람들도, 아니 전 세계 많은 사람들도 자기 직업에 다 만족하면서 살지는 않거든요. 탈북자의 성공적인 취업을 위해 녹색희망축제가 앞으로 계속 남북한의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