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통신]탈북어린이를 위한 최초의 대안학교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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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통신 이예진입니다.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에 다니는 이수현군(가명)은 최근 한 언론에서 "남쪽에 와서 보니 남북간의 차이가 휴전선 장벽보다 더 높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차이가 날 정도로 달라진 남과 북. 그래서 남한에 정착하기가 힘이 듭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우리 청소년들은 정신적으로 겪는 혼란이 더할 텐데요. 근본적으로 이런 혼란을 줄이기 위해 며칠 전 개교한 대안학교 교장 채수정(가명) 선생을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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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 위치한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여명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하는 모습.

채수정 교장: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 기반이 약하니까 학교에서 와서 오후에 과외가 안 되고, 과외 시킬 능력이 없으니까 부모가 밤 11시까지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이 많아요. 중국에서 태어나서 오다보니까, 학교를 못 가는 미취학아동들, 오후에 방치된 아동들 위주로 돌보는 시설이고, 오전에는 일반학교에 보냈다가 오후에 그들을 위한 특성화교육을 하는 거죠.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은 하루 종일 교육을 시키고요.

[탈북어린이들을 위한 가칭 누리 학교. 누리라는 이름은 대한민국의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나 저소득층 아이들까지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지었지만, 비슷한 이름의 학교들이 있어 현재 새로운 이름을 공모 중이라고 하는데요. 구로동에 위치한 가칭 누리학교는 15세 미만을 위한 기숙형학교로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한 전일교육 프로그램과 일반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위한 오후의 보충교육, 태권도나 영어, 컴퓨터 같은 특성화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죠.]

채수정: 북한이탈주민의 자립자활, 부모가 적응이 안 되면 아이들도 해결이 안돼요. 부모가 자기적응이 어렵죠. 전체적으로는 아이들의 문제지만, 부모들의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시작한 거죠.

[북한에서 단순노동을 해왔던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보수가 높은 전문적인 직업을 갖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임금은 적고, 근무시간은 긴 단순직종에 종사하는 탈북자들이 많고, 그런 가정의 아이들의 생활은 더 불안정해지는 거죠.]

채수정: 사실 우리가 하자고 시작한 게 아니라 학부모들이 호소를 해요. “우리 아이는 중국에서 11년 살다 와서 한국어를 하나도 모르는데 학교에서 소외되고 학교에 안 가겠다고 하고, 그러다 보면 학교에서 제적되고, 어떻게 합니까.” 그러는데, 정부의 힘도 다 미치지 못하고, 그런 학부모의 호소에 따라 시작한 거죠. 같은 탈북자에게 호소를 하는 거죠. “우리 애는 이렇습니다, 다른 애들은 학교 끝나고 사교육 받으러 가는데 우리 애는 놀이터에서 혼자 놉니다.” 이런 애들. “무서워서 일이 손에 안 잡힙니다.” 여자애 혼자 놀이터에 있으면 누군가에게 폭행되면 어떻게 해요. 이런 호소들로 시작된 학교에요.

[오전에는 일반학교를 가고, 오후에는 누리학교로, 그리고 밤에는 기숙사에서 보조교사들이 돌봐주는 형태의 24시간 기숙형 학교인 누리학교는 두 개 층을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한 개 층만 330제곱미터가 넘는 널찍한 공간에, 현재 아이들의 숫자는 10명이지만, 최대 100명까지 관리가 가능하도록 운영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주변에 보건소와 학교, 공원 등이 있어 아이들이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었는데요. 이만한 학교를 설립하기 위한 운영자금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

채수정: 제가 워낙 교육자이기도 하고 교육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 고심해서 시작했고, 처음엔 황장엽 선생님이 명예 교장이셨어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이런 일들을 하겠다고 하니까 동참해주신 분들이 계셨고, 그런 분들의 성의로 시작한 일이에요.

[지금도 운영자금이 넉넉히 확보된 건 아니지만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실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교장직을 수락한 채수정 선생은 그만큼의 확신이 있어 보였습니다.]

이예진: 아이들을 맡긴 부모님은 뭐라고 하시나요?

채수정: 매우 안심하죠. 시작한 지 2,3일 밖에 안됐지만 계속 신청이 들어오고 있고, 부모님들이 보고 정부지원 없이 시설도 잘 갖춰져 있고 특성화교육을 위한 교실도 다 갖춰져 있고 시설도 좋고, 기숙사도 보고 다 마음에 들어 합니다.

[탈북자 부모들이 이런 형태의 대안학교를 더 크게 반기는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채수정: 여기 애들은 예습, 선행학습을 하고 가잖아요. 다 학원에서 배워가죠. 그런데 우리 애들은 사교육을 못 받으니까 다음 날 선생님 설명을 모르는 거죠. 선생님 입장에서는 학급 30명 중에 2명이 선행학습을 안 받으니까. 학부모들의 호소가 학교에 보내도 잘 배우는 거 같지 않고, 사교육 배울 힘도 없고. 어찌 보면 사교육에서도, 공교육에서도 배제된 거죠. 그런 애들에게 공교육을 따라 갈 수 있게 지원하는 거죠. 공교육을 따라갈 수 있게 예습과 보충수업을 해주는 거죠.

[특히 초등학교 6년과 중, 고등학교 각각 3년씩 다녀야 하는 남한의 학제와 전혀 다른 내용의 교육을 받아 뒤떨어진 학습능력, 게다가 탈북을 위해 수개월, 수년간 배우지 못했던 아이들의 자신감은 뚝 떨어져 있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채수정: 전혀 자신감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다 온라인 문화가 없잖아요. 어떻게 정보를 습득하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80% 이상일 거예요. 그런 문화의 이질감 때문에 혼란이 오죠. 이게 도대체 뭐냐는 거죠.

[그래서 최초로 어린이를 위한 대안학교가 마련된 겁니다.]

이예진: 대안학교가 몇 개 있지만, 초등학생 대상의 대안학교는 없거든요.

채수정: 그렇죠. 중고등대안학교는 많죠. 한겨레중고등학교가 공립으로 세워진 학교이고, 대안학교가 중요한 게 한겨레중고등학교는 일반학교에 갔다가 자신 없는 아이들이 돌아온 학교죠. 일반학교에 갔다가 다닐 수 없을 때 걸러주는 밑바닥의 안전망이 있어야죠. 한겨레학교나 여명학교들이 있는데 초등학교는 일반학교에 갔다가 중국어 밖에 모른다고 소외되기도 하죠. 그럼 갈 데가 없어요. 그런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의미에서 아이들이 일반학교를 안 갔을 때 한 발자국 물러설 만한 곳을 마련해주면 오지 않겠습니까.

[채수정 선생은 정부와 사회의 노력이 먼저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다 돌봐줄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어렸을 때 바로잡을 수 있는 학교를 설립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채수정: 요즘 저출산이라 아이들도 없는데 중국에서 온 애들 잘 키워서 자산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큰 의미도 있죠. 그런 아이들을 방치하면 불량청소년이 될 가능성도 많고, 부모도 몸도 아프고 적응도 안 되는 속상한 마음에서 전문가들이 보호해주면 어떨까. 해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애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몇 백 명씩 되죠. 진짜 사회부적응아이가 될 수 있어요. 도대체 몇 프로나 되는지, 정성을 기울였는데도 부적응아이면 문제가 있겠지만, 사회가 노력하지 않고 사회부적응아라고 한다면 사회의 탓으로 돌려야 하는 부분도 있죠. 그래서 사회의 일원으로 만들고 싶고, 이 사회에서 소박하게 잘 살아가는 아이들로 만드는 게 목적이고, 어울려 살아야 하잖아요. 변두리로 밀려나는 걸 방지하고 이 사회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아이들을 보니까 참 똑똑해요. 기반이 약해서 겪는 어려움은 아이들이나 탈북자 탓으로 돌리는 건 유감스럽고요. 이 아이들을 일반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키우면 부모도 저절로 적응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대안학교이긴 하지만 정규학교 못지않게 시설을 보완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는 채수정 교장. 탈북자들 스스로 남한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자립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탈북자 2세, 3세들은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합니다.]

채수정: 현재 탈북여성이 70%거든요. 2만 명의 70%면 14000명이죠. 아이 데려온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요. 3,40대 여성인데 말이죠. 적어도 7천명의 여성이 아이들을 데려온다고 보면 그건 큰 문제인거죠.

[탈북1세대들은 하나같이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탈북 어린이, 청소년의 교육문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일이죠. 그만큼 탈북어린이들이 마음 놓고 꿈을 꿀 수 있는 보금자리가 중요하다는 사실,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