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희망통신 이예진입니다.
남한 청소년들은 10대의 대부분을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에 투자합니다. 탈북 청소년들은 그래서 남한 학교에 적응하기는커녕 친구 사귀는 일도 서툽니다. 지난 1년간, 탈북청소년들과 경기여자고등학교, 재현고등학교 학생들은 북한인권시민연합 주최로 자주 만나 다양한 체험을 통해 서로 끈끈한 친분을 쌓아왔는데요. 지난 토요일에는 올 한 해 동안 함께 하며 느끼고 깨달은 이야기를 발표하는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한반도 아이들의 속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죠.
박영호, 황지영: 안녕하세요? 2010년 남북한 출신 청소년 문화교류 프로그램 보고회 진행을 맡게된 박영호, 황지영입니다.
[지난 토요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예식장에서 열린 '남북한 출신 청소년 문화교류 보고회'에는 교복을 입은 남북 출신 고등학생 40여 명과 학부모, 북한인권시민연합 윤현 이사장, 홍양호 전 통일부 차관, 탈북자 1호 박사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윤현 이사장: 올 봄에 숭실대 법학과에 입학하게 된 여학생이 말하길, '자신은 북한에서 간부의 자식이 아니어서 무척 힘들었고 희망을 가질 수 없어서 한국에 왔다. 그러나 한국에서 실망이 더 크다. 숭실대 선배가 하는 말이 여기에선 북한에서 왔다고 말하지 마라, 그렇게 말하면 동급생이 아무런 이유 없이 무시한다, 차별한다.'고 했답니다. '내가 왜 무시 받아야 하나.' 자신은 기어코 이를 악물고 공부해서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변호사가 되어서 앞으로 탈북자가 차별받고 인권침해당하는 걸 막도록 결심했다고 말하면서 펑펑 우는 거예요.
[북한인권시민연합 윤현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한 탈북 여대생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 보고회에서 다루어야 할 화두를 던졌는데요. 다른 환경에서 자라 잘 모르는 탈북청소년들을 대하는 남한 청소년들의 태도가 모두 따뜻하지만은 않은 현실. 그래서 이번 보고회가 더 뜻 깊었습니다. 경기여고와 재현고등학교의 학생들 가운데 탈북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함께 여행하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며 깨달은 이야기가 가슴을 울렸습니다.]
홍서원: 다문화동아리는 이름 그대로 국제적으로 다양한 문화를 가진 학생들이 함께 하는 체험활동을 합니다. 특히 재작년 이래 탈북 학생들과 함께 한 체험활동은 책으로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경기여자고등학교의 홍서원 학생은 다문화동아리 소개와 함께 탈북청소년들의 교육현황에 대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홍서원: 새터민의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00년 이후에는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 탈북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겐 오랫동안 받은 북한의 교육과 학업중단의 위기, 남한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으로 적응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입시중심의 우리나라에서 학업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대중매체의 다른 점으로 친구들과의 대화도 어렵고, 교사들도 질적, 양적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결국 진학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통합교육의 방안에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첫째, 새터민 학생들이 하루빨리 단절된 교육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세계적인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특히 영어교육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는데요. 이런 부분은 저희 다문화 동아리가 많이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홍서원 학생은 이 밖에도 탈북청소년을 위해 개인적으로 도움을 주는 역할의 중요성과 함께 탈북과정에서 겪었거나 남한에 적응하면서 생긴 심리적 문제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홍서원: 끝으로 새터민 학생들에게 일방적인 남한 적응을 요구하는 것도 편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적응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남한의 학생들에 대해서도 그들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교육이 전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문화 동아리에서 활동한지도 1년이 되어갑니다. 새터민 학생들과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저처럼 여기 있는 새터민 친구들도 저희와 함께 한 시간이 좋은 추억이 되었길 바랍니다.
[그저 아이들끼리 만나 서로 웃고 대화하는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심도 깊은 대안까지 내놓는 모습이 참 의젓해 보였는데요. 이어서 재현고등학교 JVC라는 동아리에 대해 김광욱 학생이 소개했습니다.]
김광욱: 재현고등학교 자원활동 동아리 JVC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희 남북통일 분과는 북한인권시민연합과 경기여고 다문화 동아리와 1년 동안 활동하였고요.
[김광욱 학생은 자료 사진과 함께 1년간의 활동을 되돌아봤습니다. 아이들이 만나 공유했던 체험은 다음 시간에 좀 더 자세히 들어보죠. 김광욱 학생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는데요.]
김광욱: 통일에 대한 필요성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1100년 전부터 고려의 통일 이후 우리 민족은 같은 언어와 같은 역사를 누리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60년 전 전쟁이후 왕래가 불가능한 상태가 됐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가족과 이별하게 된 이산가족과 빈곤과 탄압 속에 고통 받고 계신 북한주민 여러분의 인권을 위해서라도 통일은 꼭 이뤄져야 합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서 통일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한 해 국방비용으로 30조씩 지원되고 있고요. 이런 국방비가 통일되면 감소되어 사회, 문화, 복지부분이 발전되면 우리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북한이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주식시장이 불안해지는 것 등을 볼 때, 통일이 되면 전쟁이라는 불안요소가 없어지면 외국의 투자가 활발해지면 우리 경제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를 제쳐놓고라도 1년간 북한친구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그 친구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통일의 필요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어른들 못지않은 진지한 발표회의 열기 때문인지 공기가 후끈할 정도였는데요. 경기여고 2학년 황지영 학생의 이야기는 모두를 숙연하게 했습니다.]
황지영: 저희가 다 같이 양평에 가서 캠프를 했어요. 그날 밤, 저희가 처음으로 탈북청소년들에게 어떻게 남한에 왔는지의 일을 들을 수 있었어요. 북한에서 식량이 없어 나무껍질을 먹으며 연명하기도 하고, 북한을 떠나 중국 공안을 피해 하루 종일 방안에 갇혀있기도 했고, 한국에 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중국 국경을 넘어 제 3국으로 가야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저희같이 보통 남한 청소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번 세미나를 위해 그날 들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조사를 해서 발표를 준비했습니다. 북한을 이탈해서 중국에 도착한 탈북민들은 외국인학교나 대사관으로 도망가야만 한다고 합니다. 그 전에 중국 공안에 붙잡히면 북송되어 심한 형벌에 처해진다고 합니다. 북송을 면해도 폭력조직에 붙잡혀 인신매매의 표적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목숨을 건 탈북과정에서 인신매매와 성폭행을 다반사로 겪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탈북자들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신분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나서서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탈북자들은 소위 브로커라고 불리는 이들을 의지해 남한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 브로커 가운데는 순수한 목적으로 돕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래도 적발된다면 중국 현지에서 인신매매라는 죄목으로 잡혀간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정부가 보석금을 지불하는 등 이들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에서 온 친한 동생들이 겪은 고초를 생각하며 남한의 학생들은 더 이상 탈북자 문제가 남의 일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황지영: 그날 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저희 인솔자 선생님이 역사를 증언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뇌리에 깊게 남아 오늘 발표를 준비했고요. 그렇다면 저희의 의무, 그 말을 듣게 될 수많은 사람들, 정부, 더 나아가 국제사회의 의무는 무엇일까요? 이런 의문에서 출발해서 글을 쓰고 자료를 보고, 관련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탈북민의 인권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진심으로 노력한다면 그 노력이 울림이 되어 더 큰 노력을 불러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탈북 친구들과 만나 교류하고 교감하는 활동 역시 그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하나의 발걸음이 우리 중 누군가에겐 동포를 위해 일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했고 우리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우리가 해온, 그리고 해내갈 모든 활동이 변화의 바람을 가져다 줄 나비의 날갯짓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탈북청소년들이 남한의 언니, 오빠들과 함께 한 1년간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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