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통신 특집: 굿모닝 베트남①] 첫 해외여행 준비로 설레는 탈북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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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1990년대 말부터 생계형 탈북자가 증가하면서 탈북청소년들의 숫자도 함께 늘고 있는데요. 남한에 와서 북한에서 배웠던 것과 전혀 다른, 새로운 교육을 따라잡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겨나게 된 대안학교.

대안학교에서는 탈북청소년들의 기초교육과 문화적 충격을 해소하는 일에 중점을 둡니다. 그 중에서도 선생님과 아이들의 유대관계가 남다르기로 소문난 셋넷학교가 이번에는 과감한 도전에 나섰습니다.

그 도전에 나서기 전,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일정을 점검하려고 모였습니다.

왠지 들떠 보이는 아이들, 어떤 도전에 나서는 것일까요?

청소년1: 베트남에 사는 베트남에서 한국어 공부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같이 공부하고 같이 여행하고 통일에 대해서 같이 얘기도 하려고요.

청소년 2: 베트남 친구들한테 다 얘기했어. 그 친구들이 공항에 마중을 온대. 그 친구가 소개해 준 한국어 잘하는 호치민 친구들을 소개해주면 그 친구들과 자유롭게 철민이는 인기 있을 거야. 청일점.

청소년 3: 어제 의사선생님한테 베트남 가는데 주사 맞아야 하는 지 물어봤는데 메콩강 들어가도 3시간만 있으니까 괜찮을 것 같대.

[셋넷학교의 교실 한 켠. 셋넷학교를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탈북청소년들이 대여섯 명씩 옹기종기 모여 열심히 회의를 합니다. 주제는 모두 베트남. 베트남은 우리처럼 분단국가였습니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나라의 침략 속에 중국과 프랑스 등의 식민지였던 베트남은 독립투쟁을 계속 벌였고, 그 와중에 우리처럼 남과 북으로 나뉘게 됩니다. 세계 열강의 간섭 속에 20년 이상 두 차례에 걸쳐 전쟁을 치른 뒤 결국 공산권으로 통일된 베트남. 아이들은 직접 베트남을 방문해 북한의 실정과 비교도 해보고, 올바른 한반도 통일의 길을 찾게 될 겁니다. 하지만 여행은 여행. 베트남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두고 수학문제를 푸는 것처럼 심각해 하다가도 금세 설레는 얼굴로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청소년 3: 호치민에 도착해서 저녁에는 벤탄 시장 둘러보면서 베트남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 지 둘러보고, 베트남 쌀국수를 먹어보고, 다음날 어떻게 활동할 건지 얘기 나눠 보려고 하고, 호치민 기념관, 전쟁기념관은 필수로 가 보고, 산책장에 가서 휴식하고요. 호텔을 잡아야 돼요. 다음에 수요일에는 메콩강을 가거나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면 포장마차나 아오자이를 맞출 생각예요. 다음날은 구찌터널을 다 같이 가고 그 다음 훼로 가요.

[이틀 뒤면 10박 12일, 베트남으로 가는 아이들만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그 것도 이렇게 직접 조별로 주제를 정해 주제에 맞게 일정을 짜고, 정해진 짧은 시간동안 베트남에서만 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알차게 준비하고 있는 거죠. 아이들의 대화 속에 처음 가는 해외여행에 대한 설렘도, 무엇인가 해답을 찾고자 하는 진지함도 모두 느껴집니다.]

청소년 3: 오늘부터 가장 싸야지 근데 가방 안 샀어.

청소년 4: 캐리어 끌고 가면 안돼요? 가방 세 개는 무린가?

청소년 3: 현지에서 왔다 갔다 할 때 갖고 다닐 작은 것도 있어야 해.

청소년 5: 여기는 한국 사람들이 가끔 간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사람들이 참배하러 중부지역에 많이 간대. 베트남 사람들도 그런 의미에서 한국 사람들을 많이 기억하고, 죽은 사람의 가족도 아직 많이 살아있다고 해. 그런 것들에 대한 작가나 여행 작가의 글을 좀 읽어봤는데 다른 조들은 안 가는 것 같아.

[이렇게 아이들이 열심히 토론하고 일정을 잡는 동안, 드디어 셋넷학교의 박상영 교장선생님이 나섭니다.]

박상영: 여러분이 좀 추상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7조 까먼 조가 베트남의 입시 풍속을 조사하겠다. 지난 번 발표를 그렇게 했죠? 교육문제가 뭐냐 하면 주제가 너무 큰 담론이란 말이에요. 우리 입장에서 구체적인 질문을 만드세요. 대학 가서도 졸업하기 힘드냐. 졸업하고 취업은 어떻게 하냐. 거창한 질문이 아니라 다른 조도 마찬가집니다. 문화도 어떤 문화냐. 누구를 만날 것이냐.

[조별로 아이들은 베트남 대학생들을 만나 교육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입시풍속을 알아보고, 베트남 사람들의 먹을거리나 입는 옷 등을 살펴보고 그들의 문화를 배워볼 계획 등을 세웠는데요. 아직은 아이들도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 감을 잡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어려울 지도 모르는 베트남 여행. 왜 가게 된 걸까요?]

박상영: 베트남 여행은 작년 말에 특별한 상을 받았어요. 보건복지가족부와 중앙일보, MBC가 공동주최하는 푸른 성장 대상에 청소년 부문 대상을 받았어요. 가장 권위 있는 상을 받아서 상금을 천만 원을 받았는데 아이들과 같이 여행을 가자해서 어디를 갈까 하다가 베트남을 통해 들어온 아이들도 있어서 자유인의 신분으로 다시 한 번 가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아이들도 있었고 우리처럼 갈라져서 싸우다가 어쨌든 통합을 이뤘는데 그 사람은 통일돼서 잘 살고 있는 지, 잘 살지 못하면 어떤 것이 문제인지, 왜 그런지 살펴보자고 해서 여행을 잡았어요.

[이번 여행이 더 특별한 것은 조별로 아이들끼리 모든 것을 계획하고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박상영: 아이들은 4명에서 6명이 한 조가 돼서 셋넷에서 공부를 하거나 공부를 했던 아이들이 절반이어서 조별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선생님들을 배치하지 않았어요. 선생님이 있으면 의존적이 되어서 선생님들을 따로 몰았는데, 선생님들은 6년이 되었는데 몸과 마음을 다해 셋넷을 도와주시고 변함없이 지원해주신 선생님들께 선물을 하자했고, 그 분들도 주제를 가지고 여행을 하는데 마음대로 잡으라고 했죠. 하노이에서 합류하게 될 겁니다. 남부 자체는 실제로 격전의 장이었고 어떤 전쟁의 상흔이나 점령당한 곳이라 그 사람들의 변화는 뭘까 살피러 가는 곳이에요. 훼는 DMZ(비무장지대) 지역이에요. 가장 격렬했던 지역이고, 아픔의 현장을 가봐야겠다고 해서 들리는 거고요. 선생님들은 고산지대 같은 싸파로 가요. 이번 여행이 선생님들이나 아이들에게 큰 의미가 있을 거 같아요.

[깊은 뜻이 있었군요. 지난 해 상을 받으면서 올해 초부터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게 된 베트남 여행. 사실 셋넷학교에서는 거의 해마다 국제자원봉사를 해왔고, 작년에는 인도를, 재작년에는 히말라야 등반을 하며 작은 학교들을 돕는 활동도 했습니다. 이번 베트남 여행은 그 연장선상에서 준비가 됐다고 하는데요.]

박상영: 저희는 여행사를 통하지 않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저희가 준비한 여행이에요. 중간에 세 번 정도 1박2일로 준비모임을 했어요. 조 편성도 하고, 조별로 어떤 주제를 할 것이냐, 주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까를 토론하고, 발표해서 어느 때보다 준비 작업이 잘 돼 있는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진지할 땐 조금 무서워도 보이지만, 아이들과 대화를 할 땐 허물없는 모습이 마냥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박상영 교장선생님. 망둥어처럼 생겼다고 해서 아이들은 망채라고 부르고 있었는데요. 망채 선생님, 이번 여행이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박상영: 이제까지 사회 속에서 통일에 대한 담론들을 어른이나 학자들이 주도했고, 형성시켜왔어요. 그런 것들이 의미도 있고, 필요하다고도 보는데 저는 어차피 그 시대를 살아가야 될 주역은 지금의 중고등학생, 대학생들이고 탈북청소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 주역이 이제 자기 목소리를 내야 되지 않겠나 싶은 거죠. 나머지 사람들한테 자기들이 살아야 할 세상에서 끌려가지 않고 빈약하건 간에 담론을 만들어서 강하게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고, 저는 이번에 베트남 여행을 시작으로 탈북청소년들과 그 시대를 함께 이끌어갈 남한의 대학생들이 통일된 베트남에서 우리의 통일을 상상하고 자신의 시선과 마음으로 통일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물꼬를 텄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남한과는 다른 이념 속에 통일이 됐지만, 그래서 더 배우고, 발전시켜야 할 우리만의 통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이런 중요한 여행에 걸림돌이 생겼습니다.]

청소년 6: 콜레라 주의사항. 남부 메콩강 지역에 콜레라가 창궐해 지금까지 50여명이 환자가 발생했으며 500여명은 급성설사증세를 보이고 있다.

[선생님이 나눠 준 자료를 읽던 아이들이 웅성댑니다. 지금 베트남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구토와 설사를 일으켜 잘못하면 사망에까지 이르는 전염성 감염질환인 콜레라가 창궐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의 여행 괜찮을까요? 하지만, 아이들의 웅성거림도 잠시, 대범하게 길거리 음식과 물을 마시지 않는 정도로 콜레라 예방책을 간단하게 세웁니다.]

박상영: 배낭은 두고 와도 여권은 가져와야 해요.

아이들: 네.

박상영: 모레 집결시간이 몇 시라고 했죠?

아이들: 7시 30분

박상영: 어디서 만나는 거죠?

아이들: 인천공항 3층 E 앞이요.

박상영: 그런데, 꼭 김포공항 가는 사람 있어요. 그럼 내가 돌아버려. (웃음)

유쾌, 상쾌, 통쾌하게 여행 전 마지막 모임을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이제 아이들만의 여행이 시작됩니다. 물론 저도 함께 할 거고요. 다음 주, 우리 아이들의 좌충우돌 베트남 여행기, 기대해 주세요.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