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통신] 평양예술단의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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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통신 이예진입니다. 남한에서는 10월이 되면 지역마다 특색을 살려 전주 세계소리축제, 나주 영산강 문화축제, 청풍명월 예술제 등 풍성한 축제가 열립니다. 이 달에 열리는 지역별 전통문화축제만 100여건이 되는데요. 이맘때가 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분들이 있습니다. 오늘 희망통신에서는 평양예술단의 바쁜 10월을 소개합니다.

평양예술단 직원

: 다음 주에 삼척에 또 잡혀 있어요. 7시에 잡혀있는데, 네 감사합니다. 후회 안 하실 거예요. 진짜 멋있거든요.

[제가 평양예술단 사무실을 찾았을 때도 역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김신옥 단장

: 10월엔 특히 행사가 많죠. 축제가 많잖아요. 오늘은 아침 9시에 공연이 끝나고 (본 기자와) 약속이 있어서 왔죠. 이예진: 감사합니다.

[취재를 위해 바쁜 시간을 내준 평양예술단 김신옥 단장. 남한의 평양예술단을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예술단 공연 내용 중-

김신옥

: 저희 평양예술단은 다 북에서 예술 활동을 하던 분들이 자유를 찾아 왔잖아요. 남한에 정착하려다보니 식당에서 그릇을 씻을 수도 없고 직장에 취직하는 것도 어렵고 정말 많은 분들이 갈팡질팡했어요. 남한에서도 북한을 알아야 하잖아요. 남한에서 북한 예술 활동을 하면, 북한의 음악을 알려주면 통일할 때 이롭겠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마음처럼 쉬운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하거든요.]

김신옥

: 자본주의 사회가 참 힘들었어요. 예술단을 만든다고 그냥 무대가 찾아지는 게 아니잖아요. 홍보, 기획, 공연을 잡아야만 공연이 있기 그래야 수입이 있고, 참 힘들었어요. 지금은 마케팅이라는, 북한에 없는 말이 참 많은데, 거기에 좀 익숙해졌어요. 어떻게 홍보하고, 어떻게 일감을 만들 수 있나. 그런 계기를 많이 만들어서 현재 이 달에 26번 공연이 잡혀 있는데, 아마 30번 정도는 잡힐 것 같아요.

[공연은 거의 하루에 한 번꼴. 이제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 다양한 사회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복지관 등 부르는 곳들도 많습니다. 더구나 올해 초, 취약계층의 일자리 확대를 위해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남한 분들의 호응도 받고 있습니다.]

김신옥

: 실향민들은 저희만 봐도 눈물을 흘려요. 고향 생각나고, 저희 손 붙잡고, 자기 고향이 어딘데, 라고 해요. 나이 드신 분들은 노들강변, 도라지, 고향의 봄 부르면 다 따라 불러요. 함께 춤추고 그래요. 북한에서만 부른 게 아니라 다 알고 계신 거거든요. 북한에선 바다의 노래를 여기에선 뱃노래라고 하고요. 그리고 축제장만 가면 많은 곳을 다니는데도 탈북예술인들을 처음 보는 분들이 참 많아요. 반갑습니다, 휘파람은 다 알잖아요. 노래방에도 있고, 드라마에서도 나오고. 저희 사명이 남한사람들에게 북한의 음악과 현실을 알려주면 통일된 뒤에 남한사람들이 북한에서 사업을 하고 활동하는데 거부감이 없잖아요. 저희 탈북자를 모르면 통일이 되어서도 북한 사람들을 대하기 어렵거든요. 우리가 통일이 되면 남한 문화를 먼저 접한 탈북자들이 남한 문화를 북한에 가서 많이 알려줄 수 있는 전도자 역할을 할 수 있죠.

[전국을 무대삼아 공연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북한의 전통예술에 무관심하거나 접하지 못한 남한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는 김신옥 단장. 그래서 더 바쁘게 움직입니다. 바쁘지만, 한 달에 한두 번, 모든 단원들이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위해 무료 공연이나 국수를 만들어 대접하기도 하고, 옷도 세탁해주는 등 무료봉사활동만큼은 거르지 않습니다.]

김신옥

: 남한에서 저희보고 오라고 한 게 아니잖아요. 우리가 알아서 오지 않았나요. 그리고 빈손으로 왔지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활동할 수 있는 게 보장이 되어 있잖아요. 너무 감사하죠. 저희들이 받은 사랑을 나는 항상 받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면 참 양심 없는 사람이죠. 저희보다 약한 분들, 더 힘든 분들 위해서 봉사해야죠.

[지금은 이렇게 봉사할 여유도 생겼지만, 처음엔 문화가 달라서 부딪치는 일들도 많았습니다.]

김신옥

: 제가 처음에 와서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 이런 노래를 듣고 귀에 안 들리더라고요. 세상에 이런 음악도 있나. 트로트 가수들 목소리가 좀 탁하잖아요. 북한에서는 가수로 인정도 안 되고, 무대에 올릴 수도 없거든요. 북한에는 트로트라는 거 자체가 없죠. 지금은 형상화하진 않지만, 트로트는 불러요. 남한사람들이 아는 노래를 들어야 하니까. 아코디언으로도 해주고. 그러다보니 남한문화에 젖게 되죠. 저희들이 북한에 전화하면 저는 북한 말씨를 쓰는데, 북한에선 제가 많이 변했대요. 우리 고향사람 말 들으면 저도 어색해요. 그게 바로 변화된 모습이죠.

[60년간의 단절은 남북의 문화적 차이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한국 대중가요의 전통적인 분야로 자리 잡은 트로트라는 창법이 처음 들으면 당연히 이상하겠죠. 하지만, 김신옥 단장도 이제는 익숙한가 봅니다.]

김신옥

: 11월 6.7일에는 사량도라는 섬에 가요. 독도를 빼곤 남한에서 다 가봤는데 작년에 울진에 갔는데, 군대사람들이 올라와서 아가씨 예쁘다고 사진 찍고, 또 한 번은 끝까지 남아서 사진을 찍는 거예요. 그런 팬이라는 분이 어떻게 알고 공연마다 다 찾아와서 보거든요. 또 “평양처녀 서울에 시집와요”라는 작품이 있어요. 북한에서는 “도시처녀 시골에 시집가요”인데, 저희가 그걸 바꿔서 지방에 갈 때마다 강진에 가면 “평양처녀 강진에 시집가요”로 바꿔 부르죠. “평양처녀가 강진에 시집오면 좋겠습니까?” 하면 너무 좋아해요. 옛날에는 북한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이나 북한여자와 결혼하는 것이 장가 못 가는 사람들만 있었는데 이제는 그 차원에서 벗어났거든요. 평양 아가씨들이 여기에 시집오면 좋겠다는 분들이 많아요.

[평양예술단이 할 일은 그래서 더 많습니다. 북한의 전통예술을 알리면서 더 큰 화합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죠.]

김신옥

: 할 일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잠을 못 자요. 제 꿈이, 올해 계획이 공연을 많이 해서 아이들 월급을 많이 준다가 아니라 더 큰 무대에서 북한의 전통예술을 고급적으로, 대한민국 전통예술단과 함께 큰 무대에서 공연하는 거예요. 진짜 열심히 노력해서 남한사람들한테 북한의 예술이 이렇다. 보면서도 즐길 수 있는, 기뻐할 수 있는 예술을 재현하고 싶어요.

[앞으로는 미국에서도 활동할 계획이 있다고 하는 평양예술단의 더 큰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희망통신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