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북한의 문화유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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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지난 한주 안녕하셨습니까. 남북의 현실을 역사적 교훈과 함께 살펴보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저는 이 시간 진행을 맡고 있는 오중석입니다.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 선조들이 남겨준 민족문화유산의 현황을 짚어보는 순서입니다. 이번 주에는 문화재 중에서 운반이 가능한 동산문화재와 무형문화재의 실태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이 시간 대담에 탈북여성 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의 주제는 동산문화재인데요 남쪽에서는 문화재중에서 도자기나 서화류, 불상 같이 이리저리 옮길 수 있는 문화재를 동산문화재라고 합니다. 운반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많은 귀중한 문화재들이 외국으로 몰래 반출되거나 갖가지 이유로 파손되고 훼손된 경우가 많아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에도 이런 문화재가 적지 않다고 들었는데요, 실상은 어떤지요.

김현아: 북한에도 문화재가 적지 않아요. 그렇지만 북한에 있을 때 본 자료에 의하면 남한에 비해 양이 상당히 적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북한에도 문화재가 있고 이런 문화재를 보관하기 위해서 박물관들이 있습니다. 평양에는 역사박물관도 있고 미술박물과도 있고요. 그리고 미술박물관에서도 문화재를 봤습니다. 미술박물관에는 오래된 그림과 도자기를 소장하고 있고요, 물론 역사박물관에도 있지만요. 북한에서 일러주는 것이 청자기, 고려청자기입니다. 상감 국화 무늬 그림병? 그리고 불상도 있는데요, 금강산의 금동 아미타 여래 좌상은 아주 중한 것이고요... 그리고 문화 유물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팔만대장경입니다. 팔만대장경이 남한에 있는 것을 전쟁 중에 가져왔다고 하는데요, 총 4 부의 팔만대장경 중 둘은 전쟁 때 불타고 하나는 남쪽에 남고 하나는 북한에 가져와 묘향산 보현사에 간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팔만대장경이 북쪽에 있다는 말씀이죠? 남한 사람들 잘 모르는 얘기인데요. ) 그러니까 4번을 찍었는데 전쟁 때 소실되고 한부는 남쪽, 한부는 북쪽에 와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팔만대장경이 적지 않게 훼손됐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군대가 운반을 하다 보니 문화 유적에 대한 개념이 잘 없잖아요? 오다가 더러는 불도 때고... 사실 이것의 중요성은 스님들만 아는 것이 아닙니까? 일반 사람들 잘 모르죠. 그래서 많이 훼손 시켜서 북한 것은 소문이 안 난 것 같습니다.

오중석: 5천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는 남달리 귀중한 동산문화재를 많이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거듭된 외세의 침략과 일제 식민통치, 한국전쟁 등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동산 문화재들이 밀반출 되고 훼손되거나 멸실되었습니다. 남한에서는 늦게나마 문화재의 소중한 가치를 인식하고 70년대 이후부터 문화재 보존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동산 문화재 관리에 대한 느낌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현아: 예, 제가 남한에 와서 많이는 못 다녔지만 그래도 더러 다녔는데요, 우선 제가 느낀 것은 남한에 정말 박물관이 많다는 것이에요. 지역마다 가면 별치 않은 데도 박물관을 만들고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문화재라고 하면 그림, 도자기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어는 전기박물관, 외교박물관 같은 곳도 다 유물들을 전시해놓고 보존하자고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부여 백제 박물관에 가봤는데요, (부여 국립 박물관이요?) 네, 북쪽에서도 낙화함에 삼천 궁녀가 떨어진 것을 알거든요? 낙화함을 보면서 박물관을 가보니까 그 앞에 절도 제대로 보존돼 있었고, 박물관에서 제일 유명한 것이 백제금동대향로인데 보니까 정말 멋있더라고요. 근데 이것을 몇 겹으로 해놨는지 저렇게 귀중하게 보존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 일요일마다 하는 '진품 명품'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이것을 보면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문화재 량도 상당해 보입니다. 이것을 개인이 국가에 기증을 하거나 보존 잘 못할 때는 기탁해서 보관하도록 하고요. ( 이것을 영구임대라고 하는데요, 개인이 소유하고 있지만 국가에 임대를 줘서 보존, 관리는 국가에서 하는 것으로 그렇게 돼 있습니다. ) 그렇군요. 그러나 북한은 사적소유가 없잖아요. 문화재라면 의무적으로 국가에 받쳐야 하니까 사람들이 실지 문화재가 있어도 있다는 말 안 합니다. 그러나 남한은 사적 소유가 인정되고 기탁도 할 수 있고 하니 문화재가 좀 더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알려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중석: 사실, 한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문화재나 귀중한 보물, 유물도 개인소유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개인들이 평생 모은 문화유산을 생전에 국가에 기증하거나 임대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박물관이나 유물관이 알차게 되는 것이죠. 그렇지만 북한 지역에서 안타깝게도 고분이나 유적지에서의 도굴이 성행하고 도굴된 문화재들이 중국 등 국외로 밀반출 된다고 들었습니다. 먹고살기 위한 생계형 도굴이라고 하지만 문화재 밀반출은 돌이킬 수 없는 문화유산의 유출이란 점에서 참으로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에 계실 때 문화재 유출을 목격하시거나 들은 적이 있는지요.

김현아: 북한 사람치고 문화재 팔아먹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사실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것이에요... 북한 사람들은 민족성을 중시하기도 하고 자기 나라 보물을 팔아먹는 것은 역적행위인데,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지나면서 이것이 돈이 된다는 것이 알려졌고요 그러면서 사람들이 유물을 팔아먹기 위해 우선 나라 것을 도둑질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둑질 하다가 자꾸 붙들리니까 북한에서 법을 참 엄하게 정해서 총살을 했는데도 사람들이 돈맛을 알고 하니까 가리는 것이 없더라고요. 지어는 중앙 역사박물관도 털자고 접어들고요. 제가 있을 때 함북도에 저 유명한 칠보산 큰절의 금불상을 대학생이 훔쳐서 그것을 찾느라 도가 발칵 뒤집히다시피 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만 문제가 아니라 국가에 등록되지 않은 개인 소장품이 적지 않게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개인들이 힘들 때 팔죠. 또 북한에서 문화 유물이 많다고 소문이 난 곳이 개성인데, 그래서 도굴꾼이란 도굴꾼은 다 갔고 오래된 무덤이란 무덤은 다 팠을 겁니다. 실제로 밀수를 하다가 온 사람도 만났습니다. 그래서 이젠 북한에서 웬만한 개인 소장품을 다 없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제가 듣기로는 북한전역에 산재해있는 불교와 유교관련 문화재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고 합니다. 유물사관에 입각한 종교탄압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김일성 일가의 우상화를 위해 유서 깊은 종교유적을 파괴하거나 방치한 결과라고 하는데요. 김일성 일가의 우상화를 위해 치장하고 꾸민 소위 말하는 사적이라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김현아: 사적도 하나의 역사 유물이라고 봐야겠죠. 근데 사실 이 질문을 받고 생각해보니 참 대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에 김일성 사적을 다 모아놓은 곳이 만수대 조선혁명 박물관이거든요? 거기도 박물관이죠. 남한 사람들도 평양 가면 다 보고 하는데, 가보면 얼마나 크고 으리으리합니까? 그러나 역사박물관은 그 (조선혁명박물관) 크기의 몇 분의 일도 안 되거든요. 김일성 혁명 역사가 기껏해야 백년이 안 되잖아요? 60-70년 되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 역사는 몇 천 년입니다. 그런데 천년 역사보다 채 백년이 안 되는 역사가 더 큰 상황이죠. 게다가 묘향산에 국제친선전람관, 그곳에 김일성에게 세계 각국에서 준 선물을 그야말로 귀중하게 다 보관하고 있고 이것은 다 국보급입니다. 그리고 각도마다 혁명 사적관이 있는데, 거기에는 김일성과 연관된 물건을 보관하는데 들어가 보면 사적물이라고 별 것 없어요. 김일성이 왔을 때 앉았던 의자, 책상, 사용했던 집기들, 항일 무장 투쟁 때 총알에 맞았다는 소랭이... 이런 것이 모여 있는데, 참 대조적이어서 생각할수록 너무나도 슬픈 생각이 듭니다. (몇천 년 된 사찰의 문화재들은 훼손되거나 도난당하고 김일성 생애 관련된 것들은 아주 잘 보관하고 있군요.) 거기는 턴다고 감히 생각도 못하죠.

오중석: 이번에는 형태가 없는 문화재 즉, 무형문화재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싶은데요, 남한에서는 전통춤이나 민요, 판소리 민속놀이 등을 통틀어서 무형문화재라고 합니다. 오랜 세월 면면히 내려온 이런 민속예술도 남쪽에서는 국가가 문화재로 지정해서 보존과 계승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북한지역의 민속예능, 그러니까 무형문화재에는 무엇이 있으며 어떤 식으로 관리하고 있는지요.

김현아: 북한에는 무형 문화재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개념이 없다는 것은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여기 와서 무형 문화재라 해서 뭔가 했는데, 한참 있어보니 특별한 기능을 가진 사람들, 노래 부르는 사람 또 일정한 형식도 무형 문화재라고 하더군요. 북한에는 이런 개념이 없습니다. 북한에는 뭐랄까? 전통, 풍습, 민속놀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 또 별로 민속놀이를 많이 하지 않습니다.

오중석: 참 아이러니 한 것은 북한의 대표적인 무형문화재랄 수 있는 북청사자놀음(중요무형문화재 15호)이나 봉산탈춤(17호) 은율탈춤(61호)강령탈춤(34호)등이 모두 남한에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에서는 이런 민속탈춤 들이 당국의 무관심으로 거의 사라져 가는데 남쪽에서 오히려 원형이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사라져간 북쪽지방 민요 "경서도 소리"도 지금은 남한에서 잘 보존-전승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혹시 북한에 계실 때 이런 무형문화재를 듣거나 보신 적 있으신지요.

김현아: 옛날 50-60년대 찍은 책에서 우리 민속놀이가 어떤 것이 있다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소리라고 하니까 생각이 나는데, 북한에서는 노래도 옛날 것을 그대로 재현하면 복고주의로 비판했거든요. 그래서 특히 김일성이 판소리, 여기서 창하는 것을 북쪽에서는 다 판소리라고 다 부릅니다. 판소리도 서도창과 남도창이 소리가 달랐던 모양인데, 서도창은 괜찮지만 남도창 쐑소리라고 해서 다 없앴습니다. 서도창은 고저 우리가 민요로 알고 있는 것이고요. 지금 북쪽에서는 민요만 계승되는 있을 뿐이지 여기서 하는 소리는 북한에서 다 없어졌어요. 그리고 북한에서 심청천 등 고전 창극들을 60년대 했었는데, 비판을 받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오중석 :네,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북한의 문화유산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듯이 조상이 남겨준 문화재는 우리가 잘 보존하고 가꿔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민족자산입니다. 특히 운반이 용이한 동산 문화재는 한번 유출되거나 파손되면 되찾거나 복구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비록 현재 살기가 팍팍하고 힘들다해서 조상의 문화유산을 함부로 다룬다면 이는 우리 후손들에게 크나큰 잘못을 저지르는 셈입니다. 모쪼록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갈등을 넘어서 남북이 모두 민족문화유산의 계승 발전에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오늘 말씀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자유아시아 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