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북한 해외노동자와 관련한 최신 연구결과를 들여다봅니다.
(림일) 1개월이 되고 2개월이 되고 3개월이 돼도 월급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당에서 주라는 지시가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북한에서 당이 뭐예요? 김정일 아닙니까? 지금은 김정은이고요. 그 말 한마디에 누구도 말을 못합니다.
서울에 정착한 탈북자 림일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1990년대 말 쿠웨이트 주재 '조선광복건설회사'에 근무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밝히는 부분입니다.
림일 씨의 증언처럼 임금을 착취당하고, 장기간 노동에 시달리는 데다, 실시간 감시와 통제 하에 놓여있는 등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의 국책기관인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의 오경섭 부센터장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 밖에서도 북한 당국의 통제에 철저히 따라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해외 파견지는 '또 다른 북한사회'가 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오 부센터장이 국제기구, 정부기관, 연구기관, 비정부단체 등의 북한 해외노동자들과 관련한 연구를 종합한 결과, 북한 해외노동자들은 북한 당국과 노동현장에서 감시·규제, 임금체불, 임금착취, 열악한 생활환경, 차별, 강도 높은 노동, 계약서 미작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차별과 착취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 부센터장은 "북한 해외노동자는 북한 인력관리회사에 파견하는 보위부원, 당 비서, 종합지도원 등의 엄격한 감시와 통제 하에 생활하며 외부인과 접촉이 금지된다"면서 "북한 노동자가 작업현장에서 숙식하는 경우 보위부원이 인터넷 접속 여부 확인 등을 위해 작업현장을 불시에 방문하는 등 수시로 감시·통제가 이뤄진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 노동자들은 다른 노동자들과는 달리, 일하는 만큼 돈을 버는 도급제 형태이기 때문에 타국 노동자들 임금의 절반 수준밖에 받지 못합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북한 당국에 납입금 차원으로 임금의 90%를 바쳐야 하는 상황으로 더 많은 돈을 벌기위해 북한 관리자들로부터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강제받기도 합니다. 오경섭 부센터장의 말입니다.
(오경섭) 임금지급이, 북한 해외노동자를 관리하는 인력송출회사, 현지에 나와 있는 인력송출회사로 다 들어갑니다. 그래서 개인은 자기가 얼마의 월급을 받고 있는지를 정확히 모릅니다. 전체 받는 월급의 10% 정도만 본인이 돈을 받을 수 있고, 나머지 90%는 충성자금으로 북한으로 송금이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남은 10%마저 북한의 중대한 행사 등 사업자금 명목으로 빼앗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오 부센터장은 말합니다. 해외기업 측이 상여금, 휴가비, 잔업수당 등을 제공해도 계약서를 작성하지도 보지도 못한 북한 노동자들은 이마저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겁니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 지난 1월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한 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KBS 방송에 나온 현지 북한 노동자의 말입니다.
(북한 노동자 -- 음성변조): "돈(국가계획분)을 내지 못하고 남한테 구걸하고 이렇게 됐으니까 항상 저걸 척결(강제송환)시켜야겠다 하니까. 그러니까 이 새끼가 아마..."
북한 노동자들은 북한을 벗어나 생활하면서도 북한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야해 국제사회에서 제2, 제3의 인권 유린 상황의 표적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있는 곳은 그 곳이 어디라도 '북한 밖의 북한', '작은 북한사회'가 형성된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 같은 '노예노동'을 통해 연간 23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 부센터장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20~40여 개국에서 약 11만~12만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5만~6만 명으로 추정했던 기존 분석과 비교해 볼 때 두 배 정도 많은 규모입니다. 작년 유엔 북한인권보고서는 5만 여명의 북한 해외근로자가 연간 23억 달러의 외화를 조성했다고 추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북한 노동자는, 러시아에 3만 명, 중국에 7만~8만 명, 쿠웨이트에 4000~5000명, 아랍에미리트에 2000명 등 전 세계 20~40여 개국에 11만 명에서 12만3000여 명이 파견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오 부센터장은 "중국 내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가 최소 7만~8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조만간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중국에서 부인과 함께 2년 전 체포됐던 캐나다인이 최근 본국으로 돌아왔다고 영국의 BBC 방송이 캐나다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케빈 개럿은 지난 2014년 8월 중국 당국에 체포, 구금됐으며 중국의 군사 기밀을 훔친 간첩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캐나다 밴쿠버 출신의 개럿은 1984년부터 아내 줄리아와 함께 중국에 거주해왔습니다. 이들은 북한 인접 국경지대와 가까운 단둥 시에서 유명한 찻집을 운영했으며 난민들을 돕는 기독교 지원 활동을 했습니다. 부인 줄리아 개럿은 지난해 2월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케빈 개럿의 석방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얼마 전 중국을 방문한 뒤 이뤄졌습니다. 개럿의 장남은 간첩 혐의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뤼도 총리는 개럿이 본국으로 돌아와 기쁘다면서 개럿 가족이 회복된 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8월 트뤼도 총리에게 개럿에게 인도적인 대우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 캄보디아 당국이 인터넷 사기 혐의로 체포된 중국인 50명과 대만인 13명을 중국 측 요구에 따라 중국 본토로 추방했습니다. 캄보디아 내무부 관계자는 최근 중국 정부가 보낸 특별기편으로 추방 조치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캄보디아 당국은 지난 6월에도 인터넷 사기 혐의로 체포한 대만인 25명을 중국으로 추방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만 측은 강력 항의했지만 캄보디아는 대만도 중국의 일부라는 입장입니다. 이번에 체포된 63명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주택을 빌려 인터넷 전화를 이용해 중국인을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캄보디아는 지난 2012년 이래 982명의 중국인과 대만인을 인터넷 사기 혐의로 체포해 중국으로 추방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인권 활동가들과 대만 당국은 중국이 캄보디아에 지원과 투자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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