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 인권침해자 몽타주 제작, 관리”

지난 9월 28일에 종로구 이마빌딩에서 열린 북한인권기록센터 개소식.
지난 9월 28일에 종로구 이마빌딩에서 열린 북한인권기록센터 개소식.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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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올해부터 시작되는 한국 통일부의 탈북민 대상 북한 인권실태 조사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한국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북한 인권 실태조사를 벌여서 주목을 받고 있다죠?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한국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가 9일부터 '하나원'에 있는 모든 탈북민을 대상으로 북한 인권 실태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습니다. 북한인권기록센터는 지난해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신설된 기관인데요, 센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금까지 민간에서 일부 수행해오던 북한 인권 실태조사에 정부가 나서서 북한인권 개선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양윤정: 잠시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하나원'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하나원의 정식 이름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인데요, 지난 1999년 경기도 안성에서 개원한 통일부 소속기관입니다. 생활관, 교육관, 종교실, 체력단련실, 도서실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관계 기관의 합동신문이 끝난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국 사회에 조기 적응할 수 있도록 12주 간 모두 392시간의 기본교육과 4주 간 80시간의 지역적응교육으로 이뤄지는 사회적응교육을 실시합니다. 하나원 교육을 마친 탈북자는 호적을 취득하게 되고 정부 규정에 따라 일정금액의 정착금과 자격 유무에 따라 취업기회를 제공받게 됩니다.

양윤정: 조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집니까?

장명화: 설문지를 이용한 일대일 면접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공개처형, 연좌제, 정치범수용소, 강제송환 등을 포함해 140여 문항이 주어집니다. 기록센터는 필요시 처벌을 염두에 두고 북한 내 인권침해 사례 가해자의 몽타주도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몽타주는 여러 사람의 사진에서 얼굴의 각 부분을 따서 따로 합쳐 만들어 어떤 사람의 형상을 이루게 한 사진을 말하는데요, 흔히 범죄 수사에서 목격자의 증언을 모아 용의자의 수배 전단을 만드는 데에 이용됩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구체적인 인권침해 사례가 있는 경우 법정양식에 따른 문답서를 작성하고 필요하면 경찰의 협조를 받아 몽타주도 작성할 것"이라며 "인권 침해자는 가나다순으로 인명 카드를 만들려고 한다. 이를 공개할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통일부 측은 "가해자 몽타주 작성과 인권침해 사례 수집 자체가 북한 정권에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양윤정: 북한 내 인권 가해자의 몽타주는 모두 합니까?

장명화: 통일부 당국자는 한국 언론에 "몽타주 작성은 최소 하루가 걸리는 복잡한 과정"이라면서,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을 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몽타주 작성은 경찰청에서 협조를 해주겠다고 해서 진행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악명 높은 특정 간수나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인권침해를 저지른, 충분히 가해자로 규정할 수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할 예정입니다.

양윤정: 조사결과는 어떻게 사용됩니까?

장명화: 먼저 서두현 북한인권기록센터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 잠시 들어보시죠.

(서두현) 조사결과는 북한 인권 관련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며, 앞으로 책임규명과 형사 소추를 위한 자료로 보전됩니다.

북한인권기록센터는 또 조사 결과를 토대로 북한 인권 관련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해 북한 인권실태를 대내외에 알릴 계획입니다. 기록센터가 축적한 북한 인권침해 사례는 3개월마다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로 이관되는데, 이는 형사소추를 전제로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북한 내 인권범죄도 통일 이후 혹은 통일 이전이라도 처벌 받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으켜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가 줄어들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양윤정: 마침,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지난달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민을 대상으로 시범 조사를 했는데, 어떤 결과가 나왔습니까?

장명화: 네. 모두 116명, 구체적으로 여성 93명, 남성 23명을 대상으로 북한인권 실태 시범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67명이 강제북송 과정에서 자행된 폭행과 가혹행위, 구금 시설 혹은 조사과정에서의 폭행·성폭행, 공개처형, 아사, 실종, 가족에 대한 구금, 관리소 현황에 대한 내용 등 모두 130건의 구체적인 인권침해 사례를 증언했습니다. 이 가운데 탈북민 본인이 직접 경험한 사례가 65건으로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정부 전복 혐의로 중국 당국에 연행됐던 저명한 인권변호사 셰옌이 씨가 18개월만 보석으로 최근 석방됐습니다. 홍콩의 유력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셰옌이 씨의 부인 위안산산 씨는 5일 남편으로부터 석방됐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셰옌이 변호사는 2015년 7월 중국 당국의 대규모 단속 때 수백 명의 인권활동가와 함께 연행됐으며 작년 1월 국가권력 전복 혐의로 기소돼 톈진에서 수감생활을 해왔습니다. 위안산산 씨는 남편이 여전히 톈진의 한 호텔에서 감시를 받고 있으며 조만간 귀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위안산산 씨는 남편의 목소리를 들은 것은 연행된 이후 처음이라며 셋째 딸을 출산한 사실도 남편에게 처음 알렸다고 말했습니다. 셰옌이 씨는 2015년 5월 헤이룽장성 칭안 기차역에서 가족이 보는 앞에서 공안의 총격에 사망한 쉬춘허 씨의 노모인 조선족 취안위순 씨 등의 변호인을 맡았습니다.

--말레이시아가 로힝야족을 위한 대규모 원조를 계획 중이지만, 미얀마가 이를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채널뉴스아시아 방송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종교 단체들이 주도하는 비정부기구 연합체는 로힝야족 지원 물품 운송 선단의 출항 시기를 이달 말로 연기했습니다. 당초 이 연합체는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에서 모은 식량 등 2천톤 규모의 원조물품을 여러 척의 선박에 실어 10일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로 출항할 예정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지난달 미얀마 정부에 선단 입항 허가를 요청했으나, 미얀마 정부가 불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연합체는 미얀마가 끝까지 원조물품 운송 선단의 입항을 거절할 경우, 로힝야족 난민들이 피신한 방글라데시를 통해 물품을 전달한다는 계획입니다. 미얀마가 원조를 거부한 것은 최근 로힝야족 학살 논란을 둘러싸고 고조된 양국 간 갈등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달 나집 라작 총리를 포함한 주요 정치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 반대 집회를 열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