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모든 사람은 '사람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태어납니다. 인권의 개념은 시대, 나라, 사회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인권의 소중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 각처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인권'이라는 단어가 아무리 많이 사용된다고 해도 삶에서 인권이 바로 실천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으로 인권이 존중받는 세상이 이룩되려면 말뿐만 아니라 인권을 보호하고 실천하려는 의지와 행동이 따라야합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인권, 인권, 인권'은 인권 존중의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세계 각처의 인권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한국의 여당과 야당이 모처럼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법안을 제정하기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을 들여다봅니다.
한국의 여당인 새누리당은 10년 가까이 제기해온 북한인권법을 드디어 처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이인제 의원이 최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밝힌 말입니다.
(이인제)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인권문제가 국제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때가 북한인권법을 제정할 최적의 시기라고...
새누리당은 야당 시절인 지난 2005년 첫 북한인권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의 강력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19대 국회 들어서도 새누리당의 윤상현, 황진하, 이인제, 조명철, 심윤조 의원이 각각 5건의 북한인권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진전이 없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얼마 전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직시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인권과 민생을 개선하기 위한 '북한인권민생법'을 당 차원에서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논의의 물꼬가 터졌습니다. 민주당은 이어 북한인권민생법 제정을 위한 전담조직을 꾸렸습니다. 민주당의 박수현 원내대변인의 말입니다.
(박수현) 북한인권민생법 성안과 법안 심사 전략 마련을 위해 민주당 차원의 원내 전담조직을 설치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여당과 야당은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에 공감하면서도, 방점은 서로 다른 곳에 찍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방안은 북한인권자문위원회, 북한인권재단,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등을 통해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을 국내외에 환기하고 개선시키는 쪽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과 관련한 민간단체 지원 방안도 담겨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김기현 정책위의장이 한국 언론에 밝힌 말입니다.
(김기현) 민주당이 정말 북한 주민 인권에 관심이 있다면 이번에는 우리 당이 추진하고 있는 북한인권법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반면, 민주당의 방안은 대략 북한농업개발위원회, 인도적지원센터, 식량·비료·의약품 지원, 자활을 위한 기계 지원 등 남북 교류협력을 통한 인도적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전병헌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전병현) 새누리당과 정부가 북한주민의 인권에 진정으로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민주당이 제안하고 있는 인도주의적 관점의 북한인권법 추진에 협력할 것을...
이에 따라 17, 18대 국회에서 여야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자동 폐기됐던 북한인권 법안이 과연 오는 2월에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법안 처리 전망이 아주 어두운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정문헌 의원은 "법안 처리를 쉽게 하려고 여당 쪽 법안들은 단일안으로 거의 정리한 상태"라며 "야당 지도부가 처음으로 북한인권법에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야당안의 일정 부분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합의안 도출에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여야 합의의 걸림돌은 '북한 민생지원'에 대한 야당의 요구안과 여당의 수용 폭이 될 전망입니다.
정문헌 의원은 "민생은 남북경협 차원에서 다룰 얘기다. 인권과 인도주의적 지원은 다른 차원"이라고 했습니다.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도 최근 회견에서 "북한인권법은 그야말로 북한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법이어야 한다. 지원의 구체적 내용은 별도로 정비돼 있는 북한지원법에서 다루어야 한다"며 야당이 요구하는 '민생지원을 통한 인권 증진'과는 선을 그었습니다.
한편, 한국 내 시민단체 쪽에선 이념성향을 넘어서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가 최근 발족한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입니다. 그간 북한 인권 관련 단체들은 보수 성향이 주를 이뤄온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60여 개 단체가 가입한 이 모임엔 진보성향의 '사회민주주의연대'가 참여했습니다. 주대환 대표는 "다른 동네 (진보)에서 왔다"면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지 말고 인권의 개념을 명확히 하는 인권법을 만들자"고 강조했다고 한국의 중앙일보는 전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인권 관련 소식입니다.
-- "당신은 한 그루의 나무입니까? 그렇습니다. 나뭇잎은요?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요. 계속 서 있으려면 힘들지 않나요? 그래도 서 있어야 합니다. 당신은 늙고 멍청한 나무입니다. 그렇습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중국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의 아내 류샤가 쓴 시의 한 구절입니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택연금 상태의 고통을 표현한 내용입니다. 류샤의 가택연금 중단을 촉구해 온 인권단체인 독립중문필회가 최근 미국에서 류샤의 석방을 요구하며 방영한 기록 영상물 '창살 밖의 아내'에서 그가 최근에 쓴 시 두 편과 근황 등이 소개됐습니다. 단체의 한 관계자는 류샤가 시를 쓰게 된 이유와 관련해,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가 공안의 손을 거치며 당국에 대한 정례 보고 성격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류샤는 류샤오보 수감 직후인 2010년부터 자택인 베이징시의 한 아파트에서 가택 연금돼 있습니다. 복역 중인 남편을 한 달에 한 번 유리벽 너머로 15분가량 면회할 수 있으며, 가족 외의 외부인과는 접촉이 금지된 상태입니다.
-- 미얀마 군대가 강간을 무기로 삼고 있다고 태국에 근거지를 둔 '버마여성연맹'이 주장했습니다. 여성연맹은 강간 피해자만 최소 100명에 이르는 47건의 집단 강간 사건 보고서를 증거로 함께 발표했습니다. 버마여성연맹은 "미얀마 군이 소수민족을 말살하기 위해 전쟁 도구로서 강간을 저질렀다"며 "이는 미얀마 군 내부에 체계적이고 넓게 자리 잡아 구조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포함된 강간 피해자 중 28명은 살해당하거나 부상을 당한 뒤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버마여성연맹은 이는 보고된 사건만 담고 있기 때문에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강간을 전쟁 도구로 사용한다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4명의 미국 상원의원이 미얀마의 인권문제 개선을 촉구하는 법안을 제출한 후 발표됐습니다. 이 법안은 미얀마 인권문제가 개선될 때까지 미얀마 정부가 미국 국방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게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권, 인권, 인권'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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